금강 귀로(金剛 歸路) -이은상(1903~1982) 금강이 무엇이뇨 돌이요 물이로다 돌이요 물일러니 안개요 구름일러라 안개요 구름이어니 있고 없고 하더라 금강이 어디메뇨 동해의 가이로다 갈 제는 거길러니 올 제는 흉중에 있네 라라라 이대로 지켜 함께 늙자 하노라 하늘이 높다. 이…
하늘도 눈을 감았는가. 햇빛 바람 맑고 고와 휴양지로 이름난 지중해 연안 터키 보드룸 바닷가 모래밭에 파도에 밀려와 엎드려 있는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에 지금 세계가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왜, 어디로? 알지도 못하고 갈 곳도 없이 조국 시리아를 등지고 아빠, 엄마…
시방세계 다함없는 향훈이거라 ―최승범(1931∼) 1천300여 년 겹겹 어둠 인고의 세월을 아 용하게도 끝내 견디어냈구나 부스스 어둠 털고 현신하던 날 사비성 날빛도 눈이 부셨다 부소산 밝은 등성마루 자운 피어오르고 백강 굼니는 용들 현란한 별빛이었다 둥둥실 날앉은 봉황의 저 영…
석굴암 대불(大佛) ―조오현(1932∼) 토함이 떠갑니다 동해 푸르름에 편주의 사공인 양 대불은 졸립니다 하 그리 바다가 멀어 깨실 날이 없으신 듯 허공에 던진 원념 해를 지어 밝혔느니 밤이면 명명한 수평 달을 건져 올립니다 진토에 뜨거운 말씀을 솔씨처럼 묻으시고 사모의 …
연적(硯滴) ―김상옥(1920∼2004) 손에 쥐고 왔다 다시 옮겨 쥐어준다. 그가 데운 온기, 내 살에 스미는 백자 이 희고 둥근 모양을 어따 도로 옮기나 흙이 불에 들어 한줌 뭉친 눈송이! 손과 손을 거쳐 오늘 여기 내온 모양 시시로 볼에 문질러 눈을 감고 찾는…
숭례문 ―김남조(1927∼) 지나가려느냐 배고프진 않느냐 간절하게 보내고, 가는 길 아슴히 바라보는 아아 그 숭례문 송별의 대왕이시여 나라 성문의 맏형이자 나라 보물의 으뜸 어른이여 숭엄하도다 사무쳐 고통스런 우리 사랑이어라 육백 세 고령이신 몸이 홀연 불 질러져 불의 태풍…
《 이근배 시인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명시를 순례하는 신품명시(神品名詩)를 수요일마다 연재합니다. 1961년 등단한 이근배 시인은 시와 시조를 아우르며 역사와 문화를 시에 담아 왔으며 특히 한국 고미술에 해박하고 벼루 등 미술품 수집가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