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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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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과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5〉

    모과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5〉

    앞산엔 가을비뒷산엔 가을비낯이 설은 마을에가을 빗소리이렇다 할 일 없고기인 긴 밤모과차 마시면가을 빗소리―박용래(1925∼1980)기침을 근심하는 것. 이것은 11월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즈음의 수업 시간에는 기침하는 학생이 많다. 간질간질 한번 시작된 기침은 의지로 그쳐지지 않는…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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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뚜라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4〉

    귀뚜라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4〉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귀뚜라미가 울고 있다.가을을 가져다 놓고저렇게 저렇게 굴리어다 놓고둘러 앉아서모두들 둘러 앉아서귀뚜라미가 울고 있다.귀뚜라미가 울고 있다.(중략)휘영청히 달밝은 사경야 밤에자지도 않고모두들 둘러 앉아서소매 들어 흐르는 콧물을 씻어가며저렇게 저렇게귀뚜라미가 울고 있…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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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방[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3〉

    골방[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3〉

    내가 자는 골방에는 볍씨도 있고고구마 들깨 고추 팥 콩 녹두 등이방구석에 어지러이 쌓여 있다어떤 것은 가마니에 독에 있는 것도 있고조롱박에 넣어서 매달아놓은 것도 있다저녁에 눈을 감고 누우면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그들의 말소리가 방안 가득 떠돌아다니고그들이 꿈꾸는 꿈의 빛깔들도 어른거리…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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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못 유치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2〉

    연못 유치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2〉

    올챙이, 수채, 아기 붕어가같이 다녔대올챙이는개구리가 되어 뛰어나가고수채는잠자리가 되어 날아가고지금은붕어만 남아연못 유치원을 지키고 있대 ―문근영(1963∼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잠깐 와서 이야기 좀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나는 ‘모’라는 말이 붙은 단어에 쉽게 동요한다. 모국어…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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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의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1〉

    눈의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1〉

    누구하고도 동의하지 않는 낮달.더러는 아이들에게 손목 붙잡혀숲길이고 벌길이고 따라 헤매다가도제물에 차다 이울다차고 일어나 빛 뿌리고 부서지는바다 속의 달.반추의 눈 달.―이수복(1924∼1986)1973년에 발표된 시다. 여러분께서 이 시를, 늦은 오후에 낮달을 발견하신 듯 보아주시길…

    •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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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탕약[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0〉

    탕약[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0〉

    눈이 오는데 토방에서는 질화로 우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 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 보한다는 육미탕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 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 하다 그리고 다 달인 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어놓은 것은 아득…

    •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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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의 산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9〉

    단풍의 산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9〉

    서리 내린 가을날산길을 가면찬 바람 살랑살랑불어오고요찬바람을 타고서단풍잎들이사뿐사뿐 길 위에떨어집니다바람찬 가을날에산길을 가면쓸쓸히 들국화만피어있고요떨어진 단풍잎을밟아서 가면단풍의 붉은 길이열리입니다―목일신(1913∼1986)시인들이 예전부터 동시를 쓰고, 그것을 예쁜 노래로 만든 것…

    •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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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이 때린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8〉

    꽃이 때린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8〉

    아파트 화단 앵두나무에 / 앵두꽃이 피었다 / 코로나를 뚫고저가 피고 싶어서 피는 건 아니겠지만나더러 보라고 피는 건 더더욱 아니겠지만봄이 와서 앵두꽃은 피고봄이 와서 머리가 더 허예진 사내가어린아이처럼 그 꽃을 보는 것은어딘가 다른 곳, 다른 시간 속에서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은어쩐지…

    •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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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7〉

    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7〉

    비는 아프다.맨땅에 떨어질 때가가장 아프다.그렇다.맨땅에 풀이 돋는 것은떨어지는비를사뿐히 받아 주기 위해서다.아픔에 떠는비의 등을 가만히받아 주기 위해서다.―이준관(1949∼ )추석에 삼복더위를 경험했다. 아무리 때 이른 추석이라고 해도 이건 정상이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다…

    •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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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돌 해수욕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6〉

    몽돌 해수욕장[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6〉

    네가 돌이 됐다고 해서 찾아왔다나는 아무 돌이나 붙들고안아봤다거기 있는 돌을 모두 밟았다돌을 아프게 해보았다(중략)절대 뒤를 보면 안 돼다시 사람이 될 거야움켜쥐면 말하는 돌너는 누구인가돌을 집어네 위에 올려놓고손을 모은다―손미(1982∼ )첫 문장 하나만으로도 오래 기억될 시다. 시…

    • 202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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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산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5〉

    밤 산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5〉

    저쪽으로 가 볼까그는 이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얇게 포 뜬 빛이이마에 한 점 붙어 있다이파리를서로의 이마에 번갈아 붙여 가며나와 그는 나무 아래를 걸어간다―조해주(1993∼ )

    • 2024-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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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4〉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4〉

    할머니는 이제 없지만 엄마의 몸속에 할머니가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낳아 내 몸속에 엄마가 다시 산다면 내 몸속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빛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고 내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만은 아닐 것이고 내 팔다리에도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 202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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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곳[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3〉

    그곳[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3〉

    거울이 말한다 보이는 것을 다 믿지는 마라 형광등이 말한다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말한다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치약이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변기가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

    •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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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2〉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2〉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우리들과 아-주 친하고 그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아름다운 미래를 꾸며 볼 동방의 큰 별을 가지자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아롱…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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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덧나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1〉

    어느덧나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61〉

    작고 붉은 꽃이 피는 나무가 있었다 어김없이꽃이 진다고 해도 나무는 제 이름을 버리지 않았다 어김없이 어느덧흐릿한 뒤를 돌아보는 나무 제가 만든 그늘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어느덧나무 어느덧나무 제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러보는 나무를 떠나간 사랑인 듯 가지게 된 저녁이 있었다 출가한…

    • 202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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