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기사 485

구독 226

인기 기사

날짜선택
  • 먼 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8〉

    먼 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8〉

    문득 잠에서 깬 아이는흐릿한 눈을 비비고엄마를 부르며 울기밖에 할 줄 모른다부를 이름조차 잊은기억의 건너편 저 어둠뿐인 세상 밖에서불빛이 비치는 풍경은따뜻하기도 해라나는 또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나길잡이별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가만히 혼자 걷는 이 길이 멀기도 하다―장시우(1964∼…

    • 1일 전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오래 한 생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7〉

    오래 한 생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7〉

    어느 날이었다.산 아래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많은 일들이또 있겠지만,산같이 온순하고물같이 선하고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내 어찌 모르겠는가.나는 이런생각을 오래 하였다.―김용택(1948∼)사람은 세상 없이 단 하루도 살 수가 …

    • 2025-0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숙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6〉

    숙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6〉

    이별한 후에는 뭘 할까 두부를 먹을까 숙희가 말했다내 방에서 잤고 우리는 많이 사랑했다 신비로움에 대해 말해봐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숙희는 말했다눈이 내렸을까 모르겠다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른다 두부 속에 눈이 멈춘 풍경이 있다고 두부 한 모에 예배당이 …

    • 2025-01-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저녁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5〉

    저녁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5〉

    서쪽 하늘에저녁 일찍별 하나 떴다깜깜한 저녁이어떻게 오나 보려고집집마다 불이어떻게 켜지나 보려고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송찬호(1959∼)송찬호 시인의 작품만 가지고 한 달 내내 글을 쓰라고 해도 쓸 수 있다. 올해의 모든 주에 그의 시만 가지고 칼럼을 쓰…

    • 2025-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간의 얼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4〉

    시간의 얼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4〉

    (생략)만인의 것이면서누구의 것도 아닌 너너와 나는 이인삼각애환 함께 하였건만어느 날 고개 돌릴 너끝내 얼굴 없는 너번지 없는 빈 집에문패 달랑 걸어 놓고온데간데없는 너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너그러나천지에 꽉 차서없는 곳이없는 너.―장순하(1928∼2022)1월의 고역은 2024년…

    • 2025-01-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못 박힌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3〉

    못 박힌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3〉

    못 박힌 사람은못 박은 사람을 잊을 수가 없다네가 못 박았지네가 못 박았다고재의 수요일 지나고아름다운 라일락, 산수유, 라벤더 꽃 핀 봄날아침에 떴던 해가 저녁에 지는 것을 바라보면못 박힌 사람이 못 박은 사람이고못 박은 사람이 못 박힌 사람이고못 자국마다 어느 가슴에든 찬란한 꽃이 …

    • 2025-01-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담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2〉

    담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2〉

    다친 길고양이가 따라오면 내 뒤의전 세계가 아프고녹슨 컨테이너 아래 민들레는다시 한번 잃을 준비가 되어 있다멀쩡하게 서서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악이 된 기분이 든다현실이라고 하는말도 안 되는 자기 자신은밤 고속도로 위의 불빛 같은현실감 하나로 스스로를 견디고 있었다(하략)―조…

    • 2025-01-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1〉

    이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1〉

    장판에 손톱으로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마음이라면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요를 덮고한 사흘만조용히 앓다가밥물이 알맞나손등으로 물금을 재러일어나서 부엌으로―신미나(1978∼ )겨울에는 우리의 본능이 따뜻함을 알아본다. ‘이 옷보다 저 옷이 따뜻하다. 여기보다 저쪽이 따뜻하다. 저 사람은 …

    • 2024-1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0〉

    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0〉

    겨울의 한 모퉁이에 서 있는 것이다시린 발을 구르며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가 아닌 다른 무엇이라 해도기다리는 것이다이따금 위험한 장면을 상상합니까 위험한 물건을 검색합니까 이를테면,재빨리 고개를 젓는 것이다남몰래 주먹을 쥐고 가슴을 땅땅 때리며(중략)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지나…

    • 2024-1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추를 채우면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9〉

    단추를 채우면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9〉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단추를 채우는 일이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누구에겐가 잘못하고절하는 밤잘못 채운 단추가잘못을 깨운다그래, 그래 산다는 건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

    • 2024-12-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눈보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8〉

    눈보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8〉

    원효로 처마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돌아보니 등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버린다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뒤돌아보는 사람은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무등…

    • 2024-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먼 강물의 편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7〉

    먼 강물의 편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7〉

    여기까지 왔구나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옛날이었는데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그랬었는데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그 길에 눈 내리고 궂은비 뿌리지 않았을까한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날들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것을 안다안녕 내 사랑, 부디 잘 있어라―박남준(195…

    • 2024-11-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는 그 저녁에 대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6〉

    나는 그 저녁에 대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6〉

    저녁 무렵 대문 앞에 와 구걸을 하던 동냥아치가 마당에서 놀던 어린 내게 등을 내밀자 내가 얼른 그 등에 업혔다고 누나들은 어머니 제삿날에 모여 그 오래된 얘기를 꺼내 깔깔거리고 내가 맨발로 열무밭 앞까지 쫓아가 널 등에서 떼어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루한 저녁은 떼쓰는 동냥아치처럼 …

    • 2024-11-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모과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5〉

    모과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5〉

    앞산엔 가을비뒷산엔 가을비낯이 설은 마을에가을 빗소리이렇다 할 일 없고기인 긴 밤모과차 마시면가을 빗소리―박용래(1925∼1980)기침을 근심하는 것. 이것은 11월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즈음의 수업 시간에는 기침하는 학생이 많다. 간질간질 한번 시작된 기침은 의지로 그쳐지지 않는…

    • 2024-11-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귀뚜라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4〉

    귀뚜라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74〉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귀뚜라미가 울고 있다.가을을 가져다 놓고저렇게 저렇게 굴리어다 놓고둘러 앉아서모두들 둘러 앉아서귀뚜라미가 울고 있다.귀뚜라미가 울고 있다.(중략)휘영청히 달밝은 사경야 밤에자지도 않고모두들 둘러 앉아서소매 들어 흐르는 콧물을 씻어가며저렇게 저렇게귀뚜라미가 울고 있…

    • 2024-1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