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기사 472

구독 179

인기 기사

날짜선택
  • 바람 부는 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3〉

    바람 부는 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3〉

    몇 개의 마른 열매와몇 잎의 낡은 잎새만을 보면서오래 오래기다려 보았나몇 개의 마른 열매와몇 잎의 낡은 잎새로세상에 매달려 보았나흔적을 남기지 않는바람에 시달려 보았나흔적을 남기지 않는바람이 되어 스친 것들을잊어 보았나삶이 소중한 만큼삶이 고통스러운 만큼몇 개의 마른 열매와몇 개의 낡…

    • 2021-11-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당신의 방[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2〉

    당신의 방[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2〉

    당신의 방엔천개의 의자와천개의 들판과천개의 벼락과 기쁨과천개의 태양이 있습니다당신의 방엘 가려면바람을 타고가야 합니다나는 죽을 때까지아마 당신의 방엔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나는 바람을 타고날아가는 새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이승훈(1942∼2018)

    • 2021-11-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의 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1〉

    새의 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1〉

    새가 어떻게 날아오르는지 어떻게/눈 덮인 들녘을 건너가는지 놀빛 속으로/뚫고 들어가는지/짐작했겠지만/공중에서 거침이 없는 새는 오직 날 뿐 따로/길을 내지 않는다/엉뚱하게도/인적 끊긴 들길을 오래 걸은/눈자위가 마른 사람이 손가락을 세워서/저만치/빈 공중의 너머에 걸려 있는/날갯깃도 …

    • 2021-11-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을 손 - 서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0〉

    가을 손 - 서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0〉

    두 손을 펴든 채 가을 볕을 받습니다하늘빛이 내려와 우물처럼 고입니다빈 손에 어리는 어룽이 눈물보다 밝습니다.비워 둔 항아리에 소리들이 모입니다눈발 같은 이야기가 정갈하게 씻깁니다거둘 것 없는 마음이 억새꽃을 흩습니다.풀향기 같은 성좌가 머리 위에 얹힙니다죄다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습니…

    • 2021-1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8〉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8〉

    텔레비전을 끄자풀벌레 소리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어둠 속에서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

    • 2021-10-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차력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7〉

    차력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7〉

    돌을 주면돌을 깼다쇠를 주면 쇠를 깼다울면서 깼다 울면서 깼다 소리치면서 깼다휘발유를 주면 휘발유를삼켰다숟가락을 주면 숟가락을 삼켰다나는 이 세상에 깨러 온 사람, 조일 수 있을 만큼 허리띠를 졸라맸다사랑도 깼다사람도 깼다돌 많은 강가에 나가 나는깨고 또 깼다―유홍준(1962∼)

    • 2021-10-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업어준다는 것[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5〉

    업어준다는 것[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5〉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쿵쿵거리는 그의 심…

    • 2021-10-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빈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4〉

    빈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4〉

    늦가을 바람에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빈들입니다희망이 없는 빈들입니다사람이 없는 빈들입니다내일이 없는 빈들입니다아니, 그런데당신은 누구입니까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 빈들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은―고진하(1953∼)

    • 2021-09-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는 나를 묻는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3〉

    나는 나를 묻는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3〉

    가을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풍성하고 화려했던 언어들은 먼 바다를찾아가는 시냇물에게 주고,부서져 흙으로 돌아갈 나뭇잎들에게는못다 한 사랑을 이름으로 주고,산기슭 훑는 바람이 사나워질 때쯤,녹색을 꿈꾸는 나무들에게소리의 아름다움과소리의 미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거친 대지를 뚫고 새싹들이온 누…

    • 2021-09-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음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2〉

    음악[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2〉

    비 오는 날 차 안에서음악을 들으면누군가 내 삶을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지금 아름다운 음악이아프도록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있어야 할 곳에서내가 너무 멀리왔다는 느낌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거기 내 마른 입술을가만히 포개어본다이성복(1952∼)

    • 2021-09-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람의 등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1〉

    사람의 등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1〉

    저 뒷울 댓이파리에 부서지는 달빛그 맑은 반짝임을 내 홀로 어이 보리섬돌 밑에 자지러지는 귀뚜리랑 풀여치그 구슬 묻은 울음소리를 내 홀로 어이 들으리누군가 금방 달려들 것 같은 저 사립 옆젖어드는 이슬에 몸 무거워 오동잎도 툭툭 지는데어허, 어찌 이리 서늘하고 푸르른 밤주막집 달려가 …

    • 2021-09-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중을 긁적거리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0〉

    인중을 긁적거리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10〉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렀고 / 그때 …

    • 2021-08-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