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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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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매일매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9〉

    우리는 매일매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9〉

    우리는 매일매일 ―진은영(1970∼ ) 흰 셔츠 윗주머니에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

    • 202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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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씬냉이꽃[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8〉

    씬냉이꽃[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8〉

    씬냉이꽃 ―김달진(1907∼1989) 사람들 모두/산으로 바다로/신록철 놀이 간다 야단들인데나는 혼자 뜰 앞을 거닐다가 그늘 밑의 조그만 씬냉이꽃 보았다. 이 우주/여기에/지금 씬냉이꽃이 피고/나비 날은다. 대학교에서는 아직도 화상 강의를 하고 있다. 나는 퍽 외롭다. 학생들을…

    •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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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7〉

    괜찮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7〉

    괜찮아 ―한강(1970∼ )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중략)… 서른 넘어…

    •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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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6〉

    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6〉

    길 ―정희성(1945∼)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살 붙이고…

    • 2020-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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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그럴 때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5〉

    정말 그럴 때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5〉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1934∼)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누가 “괜찮니”라고 말을 걸어도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중략)…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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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4〉

    바람의 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4〉

    바람의 말 ―마종기(1939∼ ) 우리가 모두 떠난 뒤/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꽃잎 되어서 날아가…

    • 20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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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소밭 가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3〉

    채소밭 가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3〉

    채소밭 가에서 ―김수영(1921∼1968)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중략)… 돌아오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 헬레니즘 시대에 플로티노스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가 정말 위대한 철학가…

    • 202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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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2〉

    봄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2〉

    봄날 ―이문재(1959∼) 대학 본관 앞/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급브레이크를 밟는다/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백목련 사진을 급히…

    •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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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1〉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1〉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 ―배영옥(1966∼2018)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시가 향 무성한 공동묘지에서 카스트로의 동상에서 이국의 아이들 목소리에서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중략)… 혁명 광장을 지키는 독수리떼의 지친 울음소리가 이토록 내…

    • 202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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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는 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0〉

    잊는 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0〉

    잊는 일 ―손택수(1970∼) 꽃 피는 것도/잊는 일/꽃 지는 것도/잊는 일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기억에도 없는 이름아 잊고 잊어/잊는 일/아슴아슴/있는 일 ‘기억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흔히, 혹은 가볍게 쓰는 표현이다. 기억은 실체도 없고 지난 일이니까 중요하지 않…

    • 20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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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이 뜨고 진다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9〉

    달이 뜨고 진다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9〉

    달이 뜨고 진다고 ―이수정(1974∼) 달이 뜨고 진다고 너는 말했다수천 개의 달이 뜨고 질 것이다 …(중략)… 은지느러미의 분수 공중에서 반짝일 때, 지구 반대편에서 손을 놓고 떠난 바다가 내게 밀려오고 있을 것이다 심해어들을 몰고 밤새 내게 한 사람의 목숨은 하나지만 한 시의…

    • 202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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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8〉

    밀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8〉

    밀물 ―정끝별(1964∼) 가까스로 저녁에서야/두 척의 배가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나란히 누워/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응, 바다가 잠잠해서 오늘은 정끝별 시인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처음 이 시를 읽고…

    •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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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방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7〉

    이슬방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7〉

    이슬방울 ―이태수(1947∼)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중략)…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 인터넷 세상이 열…

    • 202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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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나민애 시가 깃든 삶]〈236〉

    독감[나민애 시가 깃든 삶]〈236〉

    독감 ―박소란(1981∼)죽은 엄마를 생각했어요/또다시 저는 울었어요 죄송해요고작 감기일 뿐인데/어디야? 꿈속에서 응, 집이야, 수화기 저편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데 내가 모르는 거기 어딘가 엄마의 집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엄마의 집은 아프지 않겠구나병원에는 가지 않았어요고작 감기일 뿐인…

    • 20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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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지 밥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5〉

    신문지 밥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5〉

    신문지 밥상 ― 정일근(1958∼)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중략)… 해방…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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