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기사 473

구독 182

인기 기사

날짜선택
  • 신문지 밥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5〉

    신문지 밥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5〉

    신문지 밥상 ― 정일근(1958∼) 더러 신문지 깔고 밥 먹을 때가 있는데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꼭 밥상 펴라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신문지가 무슨 밥상이냐며 궁시렁궁시렁하는데요 신문질 신문지로 깔면 신문지 깔고 밥 먹고요 신문질 밥상으로 펴면 밥상 차려 밥 먹는다고요 …(중략)… 해방…

    • 2020-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두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4〉

    두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4〉

    두 사람 ― 이병률(1967∼)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

    • 2020-0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3〉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3〉

    나보다 추운 당신에게 ― 신현림(1961∼ ) 내 몸은 폐가야내 팔이 하얀 가래떡같이 늘어나도 당신에게 닿지 않는다 사랑하는 당신, 어디에 있지 사랑하는 당신, 함께 나무 심어야 하는데 사랑하는 당신, 나는 몹시 춥거든 보일러가 고장 났거든 문마다 잠기고, 일어설 수도 없이 몸은 자꾸…

    • 2020-0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다음 생에 할 일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2〉

    다음 생에 할 일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2〉

    다음 생에 할 일들 ― 안주철(1975∼ ) 아내가 운다.나는 아내보다 더 처량해져서 우는 아내를 본다.다음 생엔 돈 많이 벌어올게.아내가 빠르게 눈물을 닦는다.나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다음 생에는 집을 한 채 살 수 있을 거야.아내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다음 생에는 힘…

    • 2020-0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1〉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1〉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 이제니(1972∼) 매일매일 슬픈 것을 본다. 매일매일 얼굴을 씻는다. 모르는 사이 피어나는 꽃. 나는 꽃을 모르고 꽃도 나를 모르겠지. 우리는 우리만의 입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중략) 잃는다는 것은 원래 자리…

    • 2020-0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벙어리장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0〉

    벙어리장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30〉

    실제 목화꽃은 따로 있는데 우리는 솜 달린 목화 열매를 목화꽃이라고들 부른다. 꽃이 아닌 것이 꽃이 되는 이유는 첫째, 모양이 어여뻐서이고 둘째, 쓰임새가 어여뻐서이다. 나아가 이 시에는 그 셋째 이유가 나온다. 꽃도 아닌 꽃이 여든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에 영영 피어 있으니 그것을 꽃…

    • 2020-02-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강이 풀리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9〉

    강이 풀리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9〉

    강이 풀리면 ― 김동환(1901∼?)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배가 오면은 임도 탔겠지 임은 안 타도 편지야 탔겠지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임이 오시면 이 설움도 풀리지 동지섣달에 얼었던 강물도 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 오늘도 강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김동환은 명실공히 북방의…

    • 2020-01-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맹인 부부 가수[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8〉

    맹인 부부 가수[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8〉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 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 2020-01-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눈 오는 밤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7〉

    눈 오는 밤에[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7〉

    눈 오는 밤에 ― 김용호(1912∼1973) 오누이들의/정다운 얘기에/어느 집 질화로엔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 콩기름 불/실고추처럼 가늘게 피어나던 밤 파묻은 불씨를 헤쳐/잎담배를 피우며 “고놈, 눈동자가 초롱 같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 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오…

    • 2020-0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6〉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6〉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 이장욱(1968∼) 서로 다른 사랑을 하고서로 다른 가을을 보내고 서로 다른 아프리카를 생각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드디어 외로운 노후를 맞고 드디어 이유 없이 가난해지고 드디어 사소한 운명을 수긍했다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모여들었다 그가 결연히 뒤돌아서자 …

    • 2019-12-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꽃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5〉

    꽃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5〉

    꽃씨 - 이수복(1924∼1986) 가장 귀한 걸로한 가지만 간직하겠소그러고는 죄다 잊어버리겠소. 꽃샘에 노을질, 그황홀될 한 시간만 새김질하며시방은 눈에 숨어 기다리겠소. 손금 골진 데 꽃씨를 놓으니문득닝닝거리며 날아드는 꿀벌들…… 따순 해나래를 접고향내 번져 꿈처럼 윤 흐르는 밤……

    • 2019-1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4〉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4〉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 조병화(1921∼2003)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온 생명을 바치고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당신과 같이 나를…

    • 2019-12-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1948∼1991) 길을 가다가 불현듯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목을 길게 뽑고두 눈을 깊게 뜨고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첼로를 켜며…(중략)…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그 불 다…

    • 2019-12-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늦가을 문답[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2〉

    늦가을 문답[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2〉

    늦가을 문답 ― 임영조(1943∼2003) 그동안 참 열심히들 살았다나무들은 마지막 패를 던지듯 벌겋게 상기된 이파리를 떨군다 한평생 머리채를 휘둘리던 풀잎도 가을볕에 색 바랜 몸을 뉘고 편하다 억척스레 살아온 저마다의 무게를 땅 위에 반납하는 가벼움이다 가벼워진 자만이 업을 완성하리…

    • 2019-11-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어머니와 순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1〉

    어머니와 순애[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21〉

    어머니와 순애 ― 박태일(1954∼) 어머니 눈가를 비비시더니아침부터 저녁까지 비비시더니 어린 순애 떠나는 버스 밑에서도잘 가라 손 저어 말씀하시고눈 붉혀 조심해라 이어시더니사람 많은 출차대 차마 마음 누르지 못해내려보고 올려보시더니 어머니털옷에 묻는 겨울바람도 어머니 비비시더니마산…

    • 2019-11-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