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무형문화재 11호 규방다례 이수자 구본희 씨(27)가 팽주(주인) 복장을 하고 차를 달이고 있다. 구 씨는 고교 2학년 때 차문화대회를 준비하던 동생을 돕다가 다례의 매력에 빠졌다. 규방다례(閨房茶禮)란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에서 이뤄지는 차 예절과 마음가짐까지를 포함하는 예법’으…
제주옹기장 전수조교 허은숙 씨(48)는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전통 옹기 제작 현장을 20년간 지키고 있는 여장부다. 제주전통옹기보존회를 만들고 ‘제주옹기굴제’도 열고 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제주 흙을 만지다 제주옹기에 푹 빠졌다. “제주옹기는 유약을 바르지 않아 ‘숨…
자수장 이수자 김현진 씨(32·치과의사)의 롤모델은 1983년 자수 부문에서 처음으로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할머니 한상수 선생(올 5월 작고)이다. 할머니는 취미인 자수를 예술로 만들었다. 김 씨는 다섯 살 때부터 할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자수를 배우기 시작해 21세 때 전수장학생이…
박주동 씨(45·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 이수자)가 인천 공방에서 전통 화살을 만들고 있다. 화살은 서해안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1∼3년생 신우대(靑竹)를 3개월 동안 말린 뒤 불로 곧게 펴서 만든다. 박 씨는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저녁과 주말에 화살을 만든다. “4대째 내려온 …
황덕성 씨(37·국가무형문화재 116호 화혜장 이수자)가 서울 송파구 마천동 공방에서 전통 꽃신인 화혜(靴鞋)를 만들고 있다. 황 씨는 6대째 내려온 가업이 자신의 대에서 끊어질 처지가 되자 고민했다. 결국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친인 황혜봉 기능보유자의 제자가 됐다. “우리 …
안혜선 씨(40·국가무형문화재 89호 침선장 이수자)가 우리 고유의 바느질로 한복을 짓고 있다. 침선장(針線匠)은 바늘과 실로 옷과 장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한 땀 한 땀 정성이 필요한 일. 안 씨는 직장에 다니다 한복을 만들고 싶어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침선반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스…
충남 서천군 한산모시짜기 전수 교육관에서 만난 교육생 한지연 씨(44). 모시의 품질은 ‘모시째기’가 좌우한다. 모시풀 껍질을 벗겨서 말린 다음 앞니로 쪼개는 일은 입술이 부르트고 피가 날 정도로 고되다. 모시짜기는 1967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제14호)가 됐으며, 2011년 유…
인천 구양사에서 인천시 무형문화재 범패와 작법무를 선보이고 있는 전수장학생 김민석 씨(30). 범패와 작법무(바라춤)는 불교 의식 때 행하는 노래와 춤이다. 조선 태조 7년(1398년) 강화도 선원사에 있던 팔만대장경을 합천 해인사로 옮길 때 인천에서 공연한 것이 시초다. 김 씨는 “…
김광희 씨(42·국가무형문화재 79호 발탈 이수자)가 가면을 씌운 발로 인형을 움직이고 있다. 발탈은 막 뒤의 발탈꾼과 막 앞의 재담꾼이 재미있는 말과 노래, 춤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2인 전통 연희다. 김 씨는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한국문화재재단에서 공연 기획자로 일하다…
한재훈 씨(43·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 임실필봉농악 이수자)가 꽹과리를 치고 있다. 한 씨는 대학 1학년 때 풍물 동아리에서 장구를 처음 쳐보고 그 소리에 푹 빠졌다. 물리학을 공부하러 미국 유학을 갈 때도 장구를 들고 갔다. 그 소리를 못 잊어 1년 만에 돌아와 필봉농악보존회로 …
황수상 씨(37·경북도 무형문화재 18호 호산춘 전수장학생)가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고 있다. 호산춘(湖山春)은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의 장수 황씨(長水 黃氏·황희 정승의 후손) 종갓집에서 제사나 접대용으로 빚는 술이다. 은은한 솔향기가 일품이다. 술 담그는 비법은 시어머니에게서 …
한복디자이너 오인경 씨(37·이노주단 대표)가 현대적 감각으로 만든 개량한복을 소개하고 있다. 오 씨는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이민 가 로스앤젤레스에서 패션을 전공했다. 학교 친구들이 자기 나라 전통의상을 디자인 소재로 쓰는 것을 보고 한복에 관심을 갖게 됐다. 30세 때 혼자 서울로…
김선권 씨(46·국가무형문화재 93호 전통장 이수자)가 경북 경주시 하동 민속공예촌 공방에서 대나무로 전통(箭筒)을 만들고 있다. 전통은 화살을 담는 통. 대나무, 한지, 오동나무, 상어가죽 등으로 원통을 만들고 외부를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한 뒤 옻칠로 마무리한다. 김 씨는 “부친인 …
차은선 씨(26)가 무당이 지노귀굿을 하는 은율탈춤 6과장을 시연하고 있다. 은율탈춤(국가무형문화재 61호)은 황해도 은율에서 시작한 가면극으로 인천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즐겼다. 무능한 양반과 타락한 불교를 풍자해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차 씨는 탈춤 기능보유자인 할머니 양…
이면규 씨(55·경북무형문화재 제15호 장도장·粧刀匠 후계자)가 영주시 안정면 신재로 풍기은장도 공방의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다. 두들기고 있는 것은 숯불과 조개탄으로 달군 강철 덩이. 장도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부녀자들의 호신용이나 장신구로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