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오늘, 즉 2016년 12월 21일. ‘촛불혁명’이 한국 민주주의의 밭을 갈아엎은 이후 맞는 첫 대통령 선거의 구도가 짜여졌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30여 명의 탈당 선언으로 조만간 ‘신(新)4당 체제’가 닻을 올린다. ‘정치는 생물’이라 단언할 순 없지만, 대선 …
개헌? 복잡할 것 없다. 일이 뭔가 복잡하게 느껴질 때는 안 되는 것, 할 수 없는 것부터 쳐내면 된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보자. 첫째, 개헌은 안 하면 안 되나? 안 된다, 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수많은 개헌 논의가 나왔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강 건너 불구경’ …
황교안 국무총리 하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관상(觀相)과 가발이다. 그의 관상은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허영만 화백의 만화 ‘꼴’의 감수자이자 작중 인물이었던 당대의 관상가 신기원 선생(77)이 극찬하면서 유명해졌다. “김종필 씨는 세상에 없는 귀상(貴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비서실 보좌관.’ 지금 돌아보면 직책치고는 황당하다. 도대체 뭘 보좌한다는 건가. 실제 이런 이상한(?) 직책을 맡았던 이가 허화평(79)이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전두환 정권의 실세 중 실세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처럼 대통령 집무실 앞…
퀴즈 하나. 마초적인 한국 문화에서 자란 기성세대 남자가 여성을 이해하게 되는 때는? ①첫사랑에 빠졌을 때 ②결혼할 때 ③딸을 낳았을 때. 내 경우 답은 ③이다. 감히 여성을 ‘이해’하게 됐다고 느낄 때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적어도 내 딸이 내 어머니 같은 삶을 살아서는, 내 아내처…
A는 직업군인이었다. 전방부대 근무 시절, 짧은 일정으로 휴가를 나와도 가장 먼저 충남 공주를 찾곤 했다. 치료감호소에 있는 친구부터 면회했다. A의 부모는 고등학교 때 단짝인 친구와 함께 육군사관학교에 가라고 권유했다. 이후 친구가 방황해도 우정은 이어졌다. 그런 A를 친구 누나는 …
대통령은 억울할지 모르겠다. 내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나, 독재를 했나, 누구처럼 외환위기를 불러오기를 했나, 그렇다고 부정축재를 했나.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개인사’를 도와준 사람에게 ‘경계의 담장’을 조금 낮추고, 일부 국정 정보를 줘 조언을 들었을 뿐인데, 하야(下野)까지 …
대통령이 아프다. 정신적으로 균형감을 잃었다. 나는 올 1월 본 칼럼에 “박 대통령의 대면접촉 기피가 업무 효율보다 고독에 인이 박여 굳어진 성격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썼다. 말미를 “대통령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았는지, 수시로 전문의 상담을 받는 미국의 예를 참고할…
역사는 때론 잔인한 얼굴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날, 그 딸의 비극에 대해 글을 쓰려니 마음이 무겁다. 37년 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아버지 최태민을 증오했다. 동아일보가 장기 연재했던 시리즈 ‘남산…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에 불만이 있다. 나도 불만이 있다. 그런데 인생이 불만스러운 이유를 남 탓으로만 돌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한 발짝 더 나가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탓이라고 돌리면 앞이 안 보인다. 그는 ‘당신의 삶이 힘든 것은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대한민국 탓’…
오랜만에 신문 지면에서 그분을 봤다. 촉망받는 민중사회학자였던 그는 군부독재에 항거하다 서울대 교수에서 두 차례나 해직됐다. 김영삼 정부 초대 통일부총리를 맡은 한완상은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의 송환을 성사시켰다. 당시 통일부 출입기자였던 나는 판문점 현장을 취재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 …
민심이 흉흉하다. ‘국운(國運)이 쇠했다’는 말이 돈 지 오래다. 최근에는 ‘미국의 북핵 선제타격이 임박했다’는 괴담까지 돈다. 괴담은 ‘휴전 이래 가장 많은 미군 수뇌부가 한꺼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는 그럴듯한 추론까지 따라붙는다. 실제 8월에만 미국 태평양사령관과 …
“정치는 허업(虛業)이다.” 김종필(JP·90) 전 국무총리의 이 말은 곱씹을수록 멋지다.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군사정변을 기획해 정권을 잡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의 길을 걸어야 했던 ‘2인자’, ‘3김’의 반열에 올라 평생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했지만 유일하게 대통령이 되지 못한 …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본 칼럼에 이런 이름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여왕’과 ‘시녀’로 비유된다. 최순실은 박 대통령이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유폐(幽閉)된 공주’ 시절에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그런 시녀가 박 대통령이 숱한 신산(辛…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2012년 12월 19일. 오후 4시쯤 문재인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가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돌았다. 당시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이던 이정현은 실망한 나머지 집으로 가버렸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이놈, 지금 자고 있을 때냐”는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