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그 사건’ 이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 말을 수없이 되뇌었을 한 사람이 떠오른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그가 이 지경에 처한 것은 ‘민중은 개돼지’ 막말 때문만은 아니다. 기자들과의 논쟁에서 지지 않겠다는, 오만이 부른 승부욕 탓…
조선 전기 국왕들은 불교 문제로 유신(儒臣)들과 언쟁을 벌이곤 했다. 성리학자였던 신진사대부 세력을 주축으로 건국된 조선의 척불(斥佛)정책과 왕실 신앙이었던 불교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역사학자 임용한의 저서 ‘조선국왕 이야기’는 국왕의 특성에 따른 대응법의 차이를 비교했다. 왜 ‘…
1992년 8월 한중(韓中)수교 직전, 상하이(上海)를 방문한 나는 황푸(黃浦) 강가를 걷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헐벗은 아이는 상의도 입지 않았다. 손을 벌리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1달러짜리를 꺼낸 게 화근이었다. 정말 ‘눈 깜짝할 새’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벌떼처럼 나를 에워쌌…
1997년 신한국당 출입기자였던 나는 이회창 대선 후보의 ‘마크맨(전담기자)’이었다. 당시 기자들의 취재 지원을 담당하는 대변인행정실의 한 당직자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일단 눈 코 입과 얼굴형이 모두 둥근 데다 기사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언제나 ‘기대 이상’을 해주었다. 흠(…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가 의심의 여지없는 ‘미래 권력’이던 시절, 아침마다 그의 책상엔 밀봉된 보고서가 올라갔다. 겉봉엔 ‘對外秘(대외비)’라는 붉은 한자 도장이 찍혀 있었다. 대통령 보고서 양식을 본뜬 것이다. 작성자는 국가안전기획부 출신 A 의원.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보…
‘대박 검사장’ 진경준 사건은 최근 술자리 단골 안주다. 세간의 설(說)이 오가다 보면 이런 농담도 나오게 마련이다. “난 왜 김정주 같은 친구가 없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넌 검사가 아니잖아….” 하지만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같은 스폰서는 검사 세계에서도 ‘대박’…
임진(壬辰)년 그해, 의주로 피란길을 떠난 선조가 임진강 나루에 이르렀다. 가슴을 치며 중신들에게 묻기를 “장차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이항복이 답한다. “의주로 가서 머물다 팔도가 함락되면 명나라로 가는 것이 가할 줄 아옵니다.” 류성룡이 막아섰다. “불가합니다. 임금께서 우리 땅…
그때 박근혜 의원은 혼자였다. 2002년 4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캠퍼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박 의원 옆엔 아무도 없었다. 파리 특파원이던 나는 이 대학에서 열린 한영(韓英)포럼을 취재 중이었다. 박 의원은 그해 2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포럼에 참석했다. 탈당 이유는 ‘제왕적 …
‘관료는 영혼이 없다’지만 A에게선 따뜻한 사람 냄새가 났다. 능력을 인정받아 젊어서부터 승승장구했으나 부하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고위직에 올라서도 ‘저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소신을 잃지 않았다. 따르는 후배 공무원들이 많았고, 갑자기 옷을 벗었을 때는 선배 중에도 아까워하…
입 달린 사람마다 양극화(兩極化)를 말하는 시대다. 20∼2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초점은 여기에 맞춰졌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모두 양극화 해소가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같은 하늘을 바라볼 …
“저는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지금이 개헌 골든타임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직전인 2012년 11월에 발표한 공약이다. 박…
“행정부와 의회가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압박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우리 외교정책도 중국의 달라진 G2 위상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한다. 중국의 대북제재를 압박하기 위해 의회가 원자력협정 중단 법안을 발의한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 美日언론, 외교에…
“반기문은 대선에 나올까? 늘 그렇듯이 ‘정치는 생물’이지만, 나는 나오는 쪽에 건다. … 과연 그가 전 인생을 건 싸움에 나설지, 5월 방한 행보를 들여다보면 좀 더 분명해질 것 같다.” 김일성-박정희 연쇄회담 ‘반기문, 꽃가마는 없다’는 제목의 3월 11일자 본 칼럼 내용이…
“정치인이나 관료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노심초사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자신의 인사 문제가 최우선이다. 인사를 꿰면 취재는 저절로 된다.” 정치부 기자 초년병 시절 선배가 알려준 취재 비법이다.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