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문재인 대통령이 안됐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순 없다. 특히 내정(內政)과는 달리 상대국이 있는 외교안보 문제에선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거나,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균형을 잡아주는…
언제부턴가 ‘박근혜 사면=보수 분열’이란 등식이 정치권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석방된 박 전 대통령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보수 세력은 찬탄(贊탄핵)과 반탄(反탄핵) 진영으로 쪼개진다는 것. 이에 따라 박근혜 사면(형 확정 시) 또는 형 집행정지가 다섯 달도 안 남은 총선에서 …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고 법에 정의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위에서 시키는 대로 복종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된 이유가, 그런 정의나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의 영혼이 실…
검찰 개혁? 당연히 해야 한다. 무려 4명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현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가 이를 웅변한다.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그렇게 참혹한 일이 벌어진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도대체 한 인간이 어떤 정도의 모멸과 상실, 추락을 경험해야 그 막다른 선택을 할까. 사람마다 경우가…
자고나면 쏟아지는 조국 의혹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언(言)과 행(行)이 유난히 따로 노는 특이한 성격인 데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 법이니까.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도 내 예상대로였다. 장관 지명부터 임명까지 한 달 동안이나 나라가 어지러울 정도로 숱한 의혹…
조국 사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높이, 즉 수준의 문제다. 사람이면 마땅히 갖춰야 할 격(格)의 수준 말이다. 인격이나 인품,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한데 이걸 자꾸 좌우의 문제로 끌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 수준의 문제를 좌파·우파의 진영논리로 호도하려는 사특한 기도…
‘조국 사태’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명구(名句)가 만신창이 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대목이다. 아름다운 문장이지만 ‘힘 있는 자에게만 그렇다’는 단서가 빠졌다는 것이다. 주술(主述)을 바꿔 ‘평등은 기회 있는 사람만, 공정은 …
‘세상일이란 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부수기는 금방이다.’ 이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게 다가온 적은 없다. 단지 집권 2년이 조금 더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국가 안보에선 동맹인 미국이 손을 떼려 하고, 점점 더 김정은의 놀잇감으로 전락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까지 숟가락을 들이미는, ‘한 번도…
이쯤 되면 짝사랑을 넘어 ‘중독’이라고 해야 하나.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 두 발은 우리에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훨씬 가공할 위협이다. 사거리가 딱 한국만을 겨냥했을뿐더러 김정은은 아예 남측에 대한 ‘경고’라는 딱지까지 붙여 날려 보냈다. 무엇보다 우리 군 당국이 …
최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친구로부터 들은 얘기다. “얼마 전 거래처 중 하나인 일본 기업으로부터 주문이 갑자기 끊겼다.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았지만, 뭔가 느낌으로 와닿는 게 있었다. 일본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게 아베 정권 차원의 경제 보복보다 훨씬 두렵다.” 그…
얘기를 듣는 사람의 표정은 진지하다. 1시간 넘게 말해도 싫은 내색조차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어준다. 응시하는 눈은 ‘당신 말을 다 이해한다’는 진정성이 넘치는 듯하다. 그런데 얘기를 다 들어준 사람이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하면 어떨까.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 맘대로…
한 놈만 팬다.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으로 유명해진 말이지만, 그 ‘한 놈’은 누가 될까. 굳이 병법을 들먹이지 않아도 적진(敵陣)의 가장 약한 고리를 깨부숴 전열(戰列)을 무너뜨리는 건 전술의 기본이다. 조짐을 드러낸 미중(美中)의 패권전쟁. 그 거대한 전쟁에서 자칫 한국이 ‘약한 …
위 제목을 달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먼저 대통령 같은 권력자도 아니고 장관 한 사람을 콕 집어 제목으로 비판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은가, 하는 인간적 고민이 앞섰다. 다음으로는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양복 상의를 흔드는 퍼포먼스에서 강조했듯, 흔들리는 장관보다 흔드는 청와대를 비판해…
안타깝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의 고개를 넘으면서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문 대통령은 바뀔 생각이 시쳇말로 ‘1도 없다’는 것. 아니, 처음부터 없었는데 우리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통령이 ‘통합’이나 ‘성장’, ‘안…
20대인 아들딸과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을 봤다. 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마블 영화 팬이다. 그런 내게도 이 영화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는 유별나 보였다. 속칭 ‘스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 영화를 보기 전에는 평소 끼고 살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끊다시피 했다. 영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