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증세 방안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면 2조9300억 원을 더 걷을 수 있다는 분석은 과세정보를 독점한 기획재정부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기재부 당국자는 그러나 추 …
서울 도심 지하철의 한 환승역을 청소하는 18년 차 베테랑 김 반장에게 가장 힘든 일은 지하철 바닥 왁스 청소, 가장 기쁜 일은 160만 원 남짓 하는 월급을 받는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한 2000년 이후 14년 동안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고 이후 서울도시철도공사 자회사 소속 정…
동아일보 28일자 1면 사진 제목은 ‘앞쪽엔 신임장관들, 뒤쪽엔 떠날 장관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무회의 전 차를 마시는 장면인데 앞줄의 신임 장관은 표정이 밝은 반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뒷줄의 기존 장관들은 어두워 보였다. 기존 장관들은 “우연히 그때 뒷줄에 있…
독일 상공회의소에서 브리지트 셸레 직업교육국장을 만난 건 한국에서 노동개혁의 모델로 하르츠 개혁 열풍이 불던 2015년 10월이었다. 한국의 성과주의 정책을 지지할 것 같던 셸레는 “장년층을 공경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이런 정책이라니” 하며 신기해했다. 독일식 직업교육을 한국이 도입했…
5월 29일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근처에서 만난 직원들은 노동친화적인 정부나 ‘강성, 귀족’이란 수식어가 붙는 자신들의 노조에 별 기대감이 없었다. 대신 이런 말을 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건 좋다. 그렇지만 갈등을 감수하면서 한정된 파이를 새로 정규직이 되는 사람에게 …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 반 전 지하경제 양성화로 임기 동안 복지재원 27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을 때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는 귀를 의심했다. 해마다 숨은 세금을 5조, 6조 원씩 찾아낸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국세청 당국자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탈세자가 새로 나오기 마련”이라는…
2012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한중일 경제관료 세미나가 열렸다. 토론 주제는 한국의 근혜노믹스, 일본의 아베노믹스, 중국 리커창 총리의 리커노믹스였다. 사회를 본 이창용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년 뒤 세 나라의 순위가 궁금하다”고 했다. 꼴찌 성적표를 확…
중국에서 환대받던 한국 기업이 공장 임차료도 내지 못한 채 야반도주하는 비극이 시작된 것이 2000년대 중반이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롯데마트의 문을 닫는 최근 조치를 보면서 중국은 절대 자본주의 체제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
최순실의 집에는 2013년부터 대형 스테이플러로 윗부분을 촘촘히 막은 쇼핑백이 셀 수 없이 들어왔다. 백은 인사자료로 늘 터질 지경이었다. 최 씨의 조카 장시호는 휴대전화로 인사 파일들을 찍었다가 나중에는 PC에 따로 저장할 만큼 주도면밀했다. 이 증거가 없었다면 91일 만의 탄핵 인…
영화 ‘7번방의 선물’에 나오는 달동네는 서울 홍제3동 개미마을이다. 이곳을 관할하는 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 7명 중 5명은 작년 7월 들어온 새내기 청년들이지만 초보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고령의 아버지 때문에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컸던 강상욱 씨(32)는 요즘 ‘이 일을 끝까지…
관료 시절 “청년 창업”을 입에 달고 살았던 A 씨는 2012년 퇴직 후 2년 취업제한(지금은 3년) 기간을 서울 도심의 공짜 사무실에서 소일했다. 족쇄가 풀리자마자 민간기업 임원으로 재취업해 지금 은행장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A 씨에게 줄을 선 공무원 후배들은 이 민간기업에 보…
최순실 게이트에는 연세대 체육교육과 출신 38세 동갑내기 남녀가 등장한다. 한 명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다. 다른 한 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관리한 혐의로 출국금지된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책보좌관(3급)이다. 최철은 신의진 전 새누리당 의원 5급 비서관으로 일하다가 두 단계 …
2006년 8월 전북 전주에서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둘째 동생 기호 씨를 만났다. 그 무렵 반 장관은 유력한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였다. 손해보험협회 호남지부장이던 반 씨는 “형이 잘나가는데도 동생을 별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뿐 아니라 보험업계에 있는 다른 사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장관회의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계란 유통을 늘리고 계란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계란대란을 수습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보통 때라면 이걸로 끝이었다. 이날만은 다른 부처 A 장관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이…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은 박근혜 정부 초반 관료들에게 “대통령의 인사 풀이 수백 명은 되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인사 때 박근혜 대통령이 잘 모르는 사람을 자주 거론하자 ‘수첩 인사’라는 비판과 달리 대통령의 인맥이 넓다고 귀띔한 것이다. 그러나 안종범은 그 인사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