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기 재벌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다는 고위 관료에게 “대기업이 새 정부에 뭘 바라는 것 같던가” 하고 물었다. 그는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했다. 정권은 뭔가를 베풀어주는 대신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호응하는, 암묵적 질서를 기대하지만 기업의 속내는 다 귀찮다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처음 증언한 사람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다. 지난해 11월 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회의에서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어서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 굴러가는 것 같다”고 폭로했다. 올 10월에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는 5일 저녁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이건 나라도 아닙니다’라는 포스터를 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도 너무했다”라는 남편 말에 아내는 “최저임금 몇 푼 때문에 그 난리를 치더니…”라고 혀를 찼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해 “하야”를 외치…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에 자주 갔던 A 씨의 최대 고민은 남북 교류가 끊겨 돈이 묶이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안심시키려고 북측 인사가 들려줬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는 ‘송민순 회고록’과는 결이 다르다. “2004년 독도 영유권…
2010년 3월 서울 외신기자클럽 간담회. 월스트리트저널 에번 램스터드 기자가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룸살롱 문화 때문 아니냐”고 따졌다. 일명 ‘기재부 모욕 사건’이다. 박철규 당시 대변인은 가만있지 않았다. 램스터드에게 “Don't…
올여름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들은 정부 당국자로부터 ‘특별법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뜻깊은 자리에 동참할 수 있겠는가’라는 암호 같은 전화를 받았다. 공문도 없었지만 각 협회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회원사와 협의해 하나 국민 우리 신한 농협 등 5대 은행이…
정부는 1999년 개방형 직위 제도를 도입했다. 1∼3급 고위직에 민간인을 임명해 관료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올 7월 말 현재 전체 개방형 직위 441개 가운데 민간인은 152개(34.5%) 보직에 임명됐다. 개방형 직위 3개 중 2개는 다시 공무원 몫으로 돌아갔다는 얘기…
정부는 늘 예산안을 수억 원 단위까지 빠듯하게 짰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사업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예산을 끊임없이 반영하는 국가예산 체계는 미스터리다. 몇몇 재정사업을 줄여 짜낸 돈만으로 지역구에 ‘예산 폭탄’을 터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딘가에 국민 모르는…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 피습당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수술 직후 “대전은요?”라고 물었다는 이야기는 2012년 대선까지 ‘박근혜 리더십’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1979년 10·26사태 직후 “휴전선은요?”라고 했던 일화와 함께 박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고위직에 한국인이 선임되도록 노력 중이라고 한다. 홍기택 리스크 담당 부총재(CRO)가 취임…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을 수도 있다. 단, ‘그때’와 ‘지금’의 시차가 너무 짧다면 정오(正誤)를 잘 따져봐야 한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부총리였던 지난해 여름 기자들과 만나 “롯데는 국내에 있는 한국 기업이다. 아니라면 그 오랜 세월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었겠나”라고…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2월 초대 부총재로 공식 선출된 뒤 밝힌 소감은 ①“관계기관의 협조에 감사한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작년 하반기 정부에서 ‘쌀 예상생산량 조사 결과’ 발표 시점을 늦춰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공식 통계가 ‘풍년’으로 나오면 정부로선 쌀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고 쌀값 보조금인 직불금 예산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쌀 통계 공개 시…
정책 앞에 ‘사즉생(死則生·죽고자 하면 산다)’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피가 끓는다. 다분히 선동적인 분위기를 띨 수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회생 가능성과 관련 산업의 흐름을 종합해 조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냉정한 수술이다. 포장지가 요란하고 두꺼우면 알맹이가 뭔지 헷갈린다.…
‘낙하산 관피아’와 공공기관을 잇는 고리는 굵고 단단하다. 높은 급여와 복지를 독식하겠다는 양쪽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려면 이 사이에 제3자가 끼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개혁의 핵심은 두 기득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공생관계를 끊는 것이다. 이런 개혁의 총책임자를 뽑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