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광진구 아차산 등산로. 가파른 산길을 지나 능선을 따라 1시간을 걷자 어른 키 높이의 성벽이 나타났다. 고구려 산성의 전형...
4일 경기 연천군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곳곳에 화려한 전시물과 행사용 텐트가 들어서 보통의 유적지와는 색다른 분위기였다. 다음 날…
“아이고마 보는 사람 심장이 다 떨어지겠습니더.” 1978년 7월 28일 경북 경주시 황룡사 터 발굴 현장. 포항제철의 크레인 기사가 최병현 조사원(현 숭실대 명예교수)에게 소리쳤다. 30t 무게의 목탑터 심초석(心礎石·목탑을 지탱하는 중앙 기둥의 주춧돌)을 대형 크레인으로 들어올…
“솔직히 다보탑이나 석가탑 해체보수 때에도 느끼지 못한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실수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4일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서쪽 석탑 해체보수 현장. 석탑 1층 기단 위에서 첫 번째 심주석(心柱石·탑의 중심 기둥 돌)을 바라보던 배병선 국립부여…
“할배, 여기 옛날 이름이 뭡니까?” “예전부터 ‘애꾸지’ 아이가.” 1989년 7월 경남 김해시 대성동. 온통 밭이던 야트막한 구릉 일대를 조사한 신경철 당시 경성대 교수(65·현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가 동네 토박이의 얘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 애꾸지가 혹 ‘애기 구지봉’을…
“이 연구관, 창원 다호리 유적에 도굴이 심하다는데 직접 가서 조사해 보시오.” 1988년 1월 정양모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이건무 학예연구관(전 국립중앙박물관장·현 도광문화포럼 대표)에게 현장조사를 지시했다. 경남 창원시 다호리 고분군은 도굴꾼들…
1989년 1월 서울대 중앙도서관 6층 박물관. 몽촌토성에서 발굴한 토기 조각을 하나씩 붙여 나가던 박순발 조교(현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토기 가운데 귀가 네 개나 달린 묘한 토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때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특이한 형태였다. 박순발은 …
“여보, 간밤에 용꿈을 꿨지 뭐예요.” “당신 늦둥이라도 낳으려는가. 하하.” 1993년 12월 12일 오후 8시 반.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절터(능산리 사지) 발굴 현장에 있던 신광섭 당시 국립부여박물관장(65·현 울산박물관장)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아내와 나눈 대화가 …
《 중국 뉴허량(牛河梁) 홍산문화박물관에 가면 주 전시관 입구에 고고학자들의 인물사진과 기록이 전시돼 있다. 홍산문화 발굴과 연구에 기여한 수빙치(蘇秉琦), 궈다순(郭大順) 등의 업적을 기린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적, 유물만 강조될 뿐 정작 그것들을 땅속에서 찾아내 생명력을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