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본문 뒤에 덧붙여 기록한 글을 후기(後記)라 한다. 소설책에도 작품이나 창작 과정에 관한 작가 자신의 생각이 후기로 실리곤 한다.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후기는 번역서의 역자(譯者) 후기 또는 ‘옮긴이의 말’이다. 어떤 책의 역자는 그 책을 가장 꼼꼼하게 읽은 첫 독자이기도 하다…
이광수의 ‘무정’은 1918년 7월 20일 신문관에서 발행됐다. 한 해 전 매일신보에 연재된 우리 문학사 최초의 현대 장편소설이다. 1000부가 발행된 1918년 초판본은 한국현대문학관과 고려대도서관 소장본 2부만 전해진다. ‘무정’ 출간 100주년인 2018년은 우리 문학 출판의 역…
‘한밤중 눈 속 매화 가지 비껴 있고 달빛은 책상 위 책을 가만히 비추네. 여린 불로 느긋이 차 끓이고 술 데우자 은근한 향 넘치네. 흐린 등불이 걸린 오래된 벽으로 반짝반짝 새벽빛이 서서히 찾아든다.’ 양반가 여인 서영수합(1753∼1823)의 한시 ‘겨울밤 책을 읽으며’다. 역시 …
안동혁의 ‘과학신화(新話)’, 김봉집의 ‘자연과학론’, 양동수가 번역한 190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오스트발트의 ‘화학의 학교’(이상 1947년), 권영대의 ‘자연과학개론’, 김기림이 번역한 스코틀랜드의 과학저술가 존 A 톰슨의 ‘과학개론’(이상 1948년). 우리나라 과학교양서의 …
조조의 장남으로 제위에 오른 조비는 동생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짓지 못하면 용서치 않겠다고 하였다. ‘콩을 깎으려 콩깍지를 불태우고 메주를 걸러 즙을 만든다. 콩깍지는 가마솥 아래서 타고 콩은 가마솥 안에서 우네.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지지고 볶는 것이 어찌 이리 …
‘찾아보기’로 일컬어지는 색인(索引)은 책에서 중요한 단어나 항목, 고유명사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그것들을 일정 순서에 따라 배열한 목록이다. 소설에는 색인이 필요 없어 보이지만, 미국 작가 마크 대니얼레프스키는 소설 ‘나뭇잎의 집’(2000년)에 41페이지 분량의 색인을 실었…
최초의 여성 작가는 누구일까?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기원전 7세기경 그리스의 서정시인 사포다. 아홉 권 분량의 시를 썼다고 하지만 전해지는 것은 몇 편 되지 않는다. 여성이 쓴 최초의 장편은 10세기 말∼11세기 초에 활동한 일본의 무라사키 시키부가 쓴 ‘겐지 이야기(源氏物語)’다. …
총서는 비교적 일정한 형식과 체제로 계속해서 출판되는 시리즈 도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총서는 1983년 ‘한국어의 계통’(김방한)으로 출발한 대우학술총서다. 1999년까지 424권이 민음사에서 나왔고 이후 아르케, 아카넷 출판사가 차례로 맡아 현재 618권까지 나왔다. 상업성은 없…
이효석은 1930년대 말부터 소설과 산문 여럿을 일본어로 썼다.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은 1940년 잡지에 연재한 일본어 소설 ‘녹색의 탑’이다. ‘이효석 전집’(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제6권에 우리말로 번역돼 실려 있다. 김사량이 일본어로 쓴 단편 ‘빛 속에’(1939년)는 일본의 아쿠…
“그에게 모어(母語)란 호흡이고, 생각이고, 문신이라 갑자기 그걸 ‘안 하고 싶어졌다’고 해서 쉽게 지우거나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말과 헤어지는 데 실패했다. … 그는 자기 삶의 대부분 시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김애란의 단편소설 ‘침묵의 미래’ 가운데…
설명이나 광고 선전 등을 위해 만든 얄팍한 분량의 작은 책자, 팸플릿이다. 이러한 팸플릿과 책의 경계는 모호하다. 유네스코가 내린 책의 정의는 ‘겉표지를 제외하고 최소 49페이지 이상으로 구성된 비정기 간행물’이기 때문이다. 근대 서양에서 팸플릿은 정치적 사회적 주장을 펼치는 수단으로…
가장 오래된 요리책은? 미국 예일대가 소장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점토 서판 가운데, 기원전 1700년경 요리법이 기록된 것이 있다. 고기와 채소를 함께 끓이는 요리가 주를 이루는데, 재료만 나열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설명해 놓지 않았다. 본격적인 요리책으로 오래된 것은 4세기 말, 5세기…
소설가 박경리는 1945년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통영우체국에서 잠시 일하다 결혼했다. 이듬해 시인 유치환과 시조시인 이영도가 통영여중 동료 교사로 처음 만났다. 유치환은 이영도에게 편지 5000여 통을 20년간 보냈는데, 처음 6년여 동안 통영우체국을 이용했다. 그 편지 일부가 ‘사랑하…
1781년 첫 한 벌이 완성된 ‘사고전서(四庫全書)’는 청나라 건륭제가 이끈 사상 최대의 출판 프로젝트였다. 1만680종 문헌을 경서, 역사, 사상, 문학으로 나눠 해제를 작성하고 그 가운데 3593종을 3만6000여 책으로 펴냈다. 필사를 맡을 3826명을 선발하여 한 사람이 연간 …
오전 8시에 눈을 떠 가볍게 목욕을 한 뒤 아침을 먹는다.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정장 차림으로 정각 9시에 서재로 들어가 점심때까지 3시간 동안 집필에 몰두한다. 스무 살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 동안 이러한 일과를 반복했다. 자신의 집필 작업을 ‘외로운 정신적 유희’라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