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존된 저명한 작가의 서재가 일반에 공개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 기타큐슈 고쿠라의 마쓰모토 세이초(1909∼1992) 기념관에는 작가가 도쿄에서 살던 집 일부가 그대로 옮겨져 있다. 방대한 장서를 갖춘 서재도 책 배치까지 본래 모습대로다. 일본 추리 문학의 거장 마쓰모토의 팬들에게…
전동 타자기를 산 청년은 노트에 적어둔 시들을 밤새 쳤다. 매일 밤 청년은 타자기를 갖고 놀았다. 이듬해 여름 폭우로 둑을 넘은 물이 마을로 밀려들 즈음 청년의 어머니가 집을 향해 내달렸다. 물이 차오르던 집에서 어머니는 타자기를 들고 나왔다. “아들이 집에 오면 이것만 갖고 노는데 …
‘밤은 고요하고 서재는 차가운데 창밖엔 눈이 소복. 서안 비추는 등잔 하나, 서안엔 옛사람의 책 하나. 옛사람은 가고 없어 나를 일깨우는 건 옛 책이어라.’ 홍우원(1605∼1687)의 시 ‘야좌독서(夜坐讀書)’의 구절이다. 조선 선비의 책상, 즉 서안(書案)은 나뭇결 좋은…
일기는 날짜를 따라가며 쓴 개인의 사생활 기록이지만 출간되어 많은 사람이 읽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문학적 가치가 높은 것은 일기문학으로 분류되며, 사료적 가치를 지닌 일기도 적지 않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16세기 조선 양반 관료의 삶이 생생하게 기록된 유희춘의 ‘미암일기(眉巖日…
장서인(藏書印)은 책이나 그림, 글씨의 소장자가 자기의 소유임을 나타내기 위해 찍은 도장이다. 국문학자 도남 조윤제가 말한다. ‘소장자의 소유를 명시하기 위해 찍어두는 것이지만 장서가는 실용을 넘어 도락을 구하고자 한다. 어떤 호사가는 장서인에 자기 가계를 표시하기도 하고 혹은 자자손…
‘이 책을 훔치거나 빌렸다가 돌려주지 않는 자의 손에서 책은 뱀으로 변해 그를 갈기갈기 찢어 놓으리라.’ 중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페드로 수도원 도서관의 책에 붙어 있던 도난 방지용 글귀다. 책 절도의 동기는 다양하다. 미국의 스티븐 블룸버그는 도서관이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책들을 …
한 사람 또는 같은 시대나 같은 종류의 저작을 한데 모아 한 질로 출판한 책. 전집(全集)이다. 율곡 이이 전집 ‘율곡전서(栗谷全書)’는 1611년 ‘율곡집’으로 처음 나와 1682년 보완을 거쳐 1742년 ‘율곡전서’로 확장되었으며, 1814년에 현재의 체제로 완성되었다. 전집의 뜻…
‘앞서 신미년 7월 22일에 맹세하여 시경, 서경, 예기, 춘추전을 차례로 3년 동안 습득하기로 하였다.’ 보물 제1411호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에 새겨진 내용의 일부다. 신라 진흥왕 또는 진평왕 때 화랑으로 추정되는 두 젊은이가 학문을 닦아 나라를 위해 헌신할 것을 맹세했다. 3년…
정가 표시와 바코드가 들어가는 책의 겉표지 뒷면을 출판계에서는 ‘표4’라 한다. 제목이 들어가는 겉표지 앞면은 표1, 앞면의 안쪽은 표2, 겉표지 뒷면 안쪽은 표3, 이렇게 표지의 면수를 순서대로 일컫는다. 추천사는 대부분 표4에 싣기 때문에 추천사를 ‘표4’라고 할 때도 있다. “표…
글을 베껴 쓰는 필사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학생 아르바이트다. 중국 한나라의 수도에 있던 태학(太學)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책을 베껴 주고 돈을 벌었다. 인쇄술이 없던 시대에 문자를 아는 이들이 독점한 일감이다. 후한(後漢) 시대 명장 반초(班超·33∼102)도 관청에서 문…
“그 방의 임자가 여자임을 곧 알았으리라. 쌍창 가까이 자그마한 책상이 놓이고 그 위에 여자고보 교과서가 책꽂이에 나란히 꽂힌 것이며, 꽃을 물린 문진이며, 저편 벽 밑에 조안화(나팔꽃)를 수놓다가 그대로 둔 자수틀이 비스듬히 기댄 것이며. … 오랜 감방살이에 그리던 이성의 향기가 물…
지나치게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데만 열중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책벌레라 이른다. 전통 동아시아에서는 서광(書狂), 서치(書癡), 서음(書淫), 서전(書癲)으로 일컬었다. 서양에서는 서적광, 애서광 등으로 풀이되는 비블리오마니아(bibliomania)라는 말이 널리 쓰였다. 이 말은 영국…
헤르만 헤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편집자는 폴커 미헬스다. 그는 독일의 대표적인 출판사 주어캄프에서 30년 넘게 헤세 전문 편집자로 일하면서 헤세 전집을 출간했다. 퇴직 후에도 헤세 선집을 엮고 작품을 연구했으며 헤세의 고향 칼프에 박물관을 세우는 일도 이끌었다. 미헬스 덕분에 우리는…
베스트셀러 목록의 효시는 1895년 미국 문예지 ‘북맨’에 실린 ‘이달의 도서 판매’다. ‘베스트셀러’라는 영어 단어는 1889년 미국 신문 ‘캔자스 타임스앤드스타’에 처음 등장했다. 우리 땅에서 ‘베스트셀러’의 초기 용례는 1937년 8월 22일자 동아일보에서 볼 수 있다. 마거릿 …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먼저 펼쳐 보는 부분은 목차와 서문일 것이다. 책 내용의 대강과 함께 저자의 집필 의도나 목적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문은 배치하기로는 책에서 가장 앞이지만 쓰기로는 원고를 마무리 지은 다음이다. 책 전체 내용의 축도(縮圖)이자 저자의 집필 회고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