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몇 번으로 책을 찾고 주문하여 받아 보는 온라인 서점이 대세다. 2014년부터 출판사 매출에서 주요 온라인 서점 매출 비중이 대형 오프라인 서점을 앞질렀다. 온라인 서점은 삶의 기억과 개인의 역사가 깃드는 장소로서의 서점은 아니다. 10년간 서점에서 일한 작가 루이스 버즈비가 그…
1950년 8월 대구매일신문은 1면 머리기사 본문에 이승만 대통령을 ‘李 犬統領’(이 견통령)으로 내보냈다. 신문사 사장은 구속되고 책임자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1953년 7월에는 삼남일보와 국민일보가 약 열흘 간격으로 대통령을 ‘견통령’으로 잘못 내보냈다. 편집자가 구속되고 삼남일보…
저작이나 창작의 ‘작(作)’에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뜻이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신(神)이나 성인(聖人)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존재들이 남긴 말씀과 기록을 해설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옛것을 풀어내되 스스로 지어내지 않는다”는 공자의 술이부작…
책을 많이 간직하여 둔 사람을 장서가라 한다. 장서가의 책은 얼마나 많아야 할까.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 서고를 지어 10만여 권을 소장한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걸까. 책이 값 비싼 귀중품이던 전통 사회에서 개인이 많은 책을 소장하기는 어려웠다. …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자연으로서는 긴 여름의 괴로운 더위를 지나 맑은 기운과 서늘한 바람이 비롯되는 때요, 인사(人事)로서는 자연의 그것을 따라 여름 동안 땀 흘려가며 헐떡이던 정신과 육체가 가쁘고 피곤한 것을 거두고, 조금 편안하고 새로운 지경으로 돌아서게 되는 까닭이다.”(한…
로버트 피츠로이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된, 5년에 걸친 남반구 탐사 항해에서 비글호의 함장이었다. 다윈과 피츠로이는 모두 저서를 남겼지만 피츠로이의 저서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잊힌 제목은 이렇다. ‘남아메리카 남부 해안 탐사와 비글호의 세계 주항을 포…
영어 단어 bowdlerize는 글에서 야비하거나 불온한 부분을 삭제한다는 뜻이다. 보들러리즘(bowdlerism)은 남의 글이 제 맘에 들지 않는다고 고치거나 무단으로 삭제하는 행위다. 이 단어들의 어원은 사람 이름 토머스 ‘보들러’(1754∼1825)다. 그는 1818년 셰익스피어…
“인류가 이룩한 수많은 기술적 진보 중 가장 위대한 진보 하나를 꼽는다면 책이다.” 1975∼1987년 미국 의회도서관 관장을 지낸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1914∼2004)의 말이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그를 의회도서관장 후보로 지명하자 의회는 논쟁 없이 동의했다. 퓰리처상,…
‘음산한 밤의 천막이/희미시 잠들은 창궁에 드리웠도다…부드러운 달이 크다란 백조와 같이도/은빛 구름 속으로 헤엄쳐 가라./헤엄쳐 가며 그 해쓱한 빛으로/주위의 만상을 비치어라/오랜 보리수 닐닐이 늘어선 길 눈앞에 틔었고/등성이며 풀밭은 환히 바라보이어라….’(‘근대서지’ 제2호) …
‘뉴욕제과점은 우리 삼남매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필요한 돈과 어머니 수술비와 병원비와 약값만을 만들어내고는 그 생명을 마감할 처지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팔지 못해서 상한 빵들을 검은색 봉투에 넣어 쓰레기와 함께 내다버리고는 했다. 예전에는 막내아들에게도 빵을…
“제게 진짜 여행은 독서입니다. 연주 여행을 하도 많이 하니까 제게 여행이란 일처럼 다가오기 마련이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도 무덤덤하게 몸만 이곳저곳 다닐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책을 읽으면 그게 더 진실한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말이다. 김영란 전 …
표지 도안을 중심으로 하는 책의 전반적인 꾸밈새를 장정(裝幀)이라 한다. 전통 사회에서 책은 귀하고 값나가는 물건이어서 아름다운 장정이 자연스러웠다. 더구나 책의 상당수는 신(神)의 말씀이나 성현의 언행을 기록하고 해설한 경전(經傳)이었다. 그렇게 중요한 내용을 담는 그릇인 책은 숙련…
‘방 안에 드러누워 뒹굴던 내 눈에 백과사전이 들어왔다. 우연히 백과사전을 펼치게 된 나는 그때부터 틈만 나면 그 책을 끼고 살았다. 어느 쪽을 펼쳐도 읽을거리가 그득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했고, 총천연색 사진까지 실려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
‘관을 쓰고 띠를 매니 발광하여 소리치고 싶은데, 서류는 어찌 이리도 밀려드는가. 남쪽 골짜기 푸른 솔 펼쳐진 것 바라보긴 하지만, 어찌 해야 맨발로 두꺼운 얼음 밟아 볼까나.’ 중국 당나라의 두보(杜甫)도 무더위를 견디기 어려웠나 보다. 의관을 정제하고 일에 몰두하자니 숨이 턱턱 막…
“음식은 걱정 없어요. 다만 책이나 좀 있으면 하는데.” 1928년 겨울 중국 뤼순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단재 신채호가 면회 온 이관용(1894∼1933)에게 한 말이다. 단재는 H G 웰스의 ‘세계문화사’와 ‘에스페란토 문전(文典)’ 차입을 부탁하면서 육당 최남선에게 말했던 백호 윤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