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서 임종했다. 옛 동료에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슬펐다. 사람이 타향에서 세상을 떠나면, 게다가 가족도 곁에 있어 주지 못한 채였다면 비극이다. 심지어 그가 유언도 남기지 않고 유가족이 한국에서 아무 도움 없이 고인의 신변을 정리하고 시신을 인수받으…
내가 작년 1월에 쓴 ‘너무 급해서…여자 화장실에서 생긴 일’이라는 블로그 글이 내가 지난 3년간 써온 블로그 글들 중에 가장 인기가 많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또다시 화장실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들려줄 시간이 된 듯싶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혐의자나 가해자, 피해자도…
나는 역사가 좋다. 특히 서울 도심을 걷길 좋아하는데, 어디를 걷든 역사적인 곳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대문 안팎을 걸을 때 작은 비석이나 기념비가 보이면 걸음을 멈춰 잠깐 읽는다. 며칠 전 ‘대한매일신보 창간 사옥 터’ 표지판을 봤다. 이 신문은 1904년에 영국인 특파원 어…
많은 한국 사람에겐 필요한, 하지만 나는 안 해도 됐던 경험을 최근 겪었다. 옛날 문체부에 근무했을 때 아침 사무실 가는 길마다 주한 미국대사관을 지났다. 당시는 한국과 미국이 비자 면제협정을 맺기 전이었다. 매일 아침 날씨가 좋건 나쁘건 많은 한국인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
2주 전에 결혼식에서 주례를 봤다. 처음은 아니었다. 사회를 맡은 게 4번이고 주례를 서는 것은 2번째였다. 한국에서 처음 참석한 결혼식은 내가 살던 경기 파주시 금촌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가족의 큰딸이었다. 파주시 교육청에서 파견한 원어민 교사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같이 …
가끔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생각해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듯 어떤 큰 기계에 들어가서 버튼을 누르면 눈 깜빡할 사이에 다른 먼 곳으로 이동하기. 특히 출근할 때 길이 막히면 정말 그러고 싶다. 아침에 30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게 우리 직…
며칠 전, 여느 월요일 저녁과 같이 재활용 쓰레기를 갖다 버렸다. 종이, 플라스틱, 비닐 등 한 번에 들고 가기 어려운 상당한 양이었다. 쓰레기 수거장에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기 싫어 그 많은 것을 한꺼번에 들려고 했다. 양손으로 종이가 들어 있는 큰 상자를 들자마자, 아내가 페트병을…
며칠 전 일이다. 오후 9시 30분쯤, 우리 집에서는 여느 때와 같은 드라마가 펼쳐졌다. 아내가 휴대전화를 보면서 나더러 “내일 어떤 주스를 마시고 싶어? 그리고 내일 점심 약속 있어?”라고 급히 물었다. 다급해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오후 11시가 되기 전에 온라인 배달 앱으로 주문을 …
모든 세계의 대도시처럼, 서울에도 걸인이 있다. 6·25전쟁 이후 많은 실향민, 노숙인 그리고 부상병이 있었고, 당시 정부의 복지제도 또는 자선단체가 미흡해 이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2019년 현재 실향민, 부상병은 거리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구걸…
지명(地名)은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어느 곳에 오래 살수록 지명이나 랜드마크가 머리에 새겨진다. 예를 들면 택시를 타고 우리 집에 갈 땐 동네서 유명한 만두집 앞에서 좌회전을 한다. 그 만두집을 아는 택시기사가 꽤 많다. 간혹 지명이 바뀔 때도 있다. 한국어를 처음 배웠을 때…
한국 방송에서는 외국과 다른 색다른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은 예를 하나만 들고자 한다. 바로 모자이크(음성변조 포함) 처리다. 뉴스나 교양 또는 예능, 영화를 볼 때 모자이크 화면이 자주 보인다. 뉴스에서는 목격자나 제보자의 얼굴을 흐리게 하거나 아예 가린다. 물론 이유는 안…
아픈 것은 재미가 하나도 없다. 결코 추천할 일이 못 된다. 지난달 어느 금요일에 오랜만에 공연을 보러 갔다. 호주인 개그맨의 ‘원맨쇼’였다. 오후부터 콧물이 약간 흐르고, 목이 칼칼해졌다. 이 두 가지 증상은 평생을 느껴왔던 감기의 최초 징조였다. 언제든지 그 ‘두 친구’만 나타나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어디서나 남녀 공용 화장실이 흔한 풍경이었다. 그마저도 몇몇은 급히 설치된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계단 밑 좁은 공간에 간신히 만든 화장실이다. 키가 큰 나는 몸을 완전히 굽혀야 겨우 일을 볼 수 있었다. 휴지도 식당 카운터에서 몇 칸을 미리 떼서 가져가야 했다.…
법무법인에서 일하면 많은 내외국인 기업인을 만난다. 역사가 오래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이제 막 설립된 회사에서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인도 있다. 이들의 공통된 불만은 바로 정부 규제다. 한목소리로 보다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규제를 원한다고 말한다. 이민과 세금, 세관 등과…
대부분 국가에서는 누군가 자신에 대해 악의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써서 자신의 평판이 훼손됐다고 느끼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 수 있다. 국가와 국가원수, 정부 고위관리들의 명예를 훼손하면 법에 저촉되는 국가도 있다. 한국에서는 형사상 명예훼손이 법에 저촉된다. 누구나 신고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