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 김대중 정부 후반기 때 얘기다. 진념 경제부총리가 기자실에 내려와 “1인당 2000만 원을 그대로 시행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금융기관 파산 때 고객예금을 정부가 얼마나 보장할지를 놓고 여론이 갈릴 때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1월부터 부실 금융기관의 뱅크…
이명박(MB)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남겨둔 2011년 3월 감사원장이 된 양건은 사무총장과의 불편한 관계로 두 차례나 곤욕을 치렀다. 당초 MB는 2010년 말 김황식 감사원장을 총리로 지명하면서 감사원장 자리에 정동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발탁했다. ‘대통령 측근을 앉혀 감사원을 쥐…
각국의 워싱턴특파원들이 모여 사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는 공교육이 잘돼 있는 곳으로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성공 비결은 수준별 학습에 있었다. 공립학교 초등 3학년부터 영재반이 따로 있다. 학교에선 지능검사와 교과 성적, 과제물, 교사와 부모의 추천서를 갖고 새 학기가 시…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에 발탁된 반장식은 덕수상고-국제대(현 서경대) 법학과 동문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자수성가 스토리가 비슷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 졸업 후 은행에 취직했고, 야간대학을 다니며 주경야독 끝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경기고-서울대(KS)가 아니면 버티기 힘든 과거 …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정의로운 자본’을 강조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을 정의와 불의로 무 자르듯 딱 나눈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는 공정과 정의를 중시한다. 정의로운 자본이 그가 주창하는 재벌개혁론의 근거다. 2014년 펴낸 ‘한국 자본주의’에서 장하성은 “대한민국의 자본주…
노무현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이호철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동유럽으로 떠나며 “촛불대선에 참여하면서부터 떠날 준비를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벗들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지인들에게 알렸다. ‘3철’은 범죄자가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했지만 노변(노무…
송영길 문재인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느냐.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했을 때 문재인 후보의 반응은 “후보는 나”라는 것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초기인 2월 8일의 일이다. 상대 후보도 아니고 선…
도널드 트럼프는 1987년 발간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돼 내 기사를 쓰지 못…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장을 맡았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2003년 2월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 닫은 뒤 바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다. 조각(組閣) 명단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내정되자 “김병준이 팽(烹)당한…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5월 청와대에서 “이러다간 대통령직을 제대로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불과 3개월 만이었다. 당시 5·18행사추진위원회 간부들과 만나 한총련의 5·18 시위와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불만을 쏟아내며 한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겐 ‘배신자’라는 낙인이 깊이 찍혀 있다. 지난달 2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유승민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회한도 있고, 안타까운 것도 있다. 내가 왜 좀 더 역할을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열 달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영입했을 때 나는 호남에 구애하기 위한 절묘한 포석이라고 생각했다. 호남 출신 가운데 전윤철만큼 관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장관을 3개나 했고 대통령비서실장과 감사원장도 지냈다. 김영삼…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고생만 시켰습니다. 안희정 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다했죠. 나는 엄청난 빚을 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굴을 책으로 감싼 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준 2008년 1월 노무현과 함께한 20년의 기록인 안희정의 ‘담금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처음 만난 건 15년 전이다. 2002년 6·13지방선거 때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는 문재인에게 부산시장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은 자신은 정치와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며 …
미국 대선을 6개월 앞둔 지난해 5월 일본의 한 야당 원로 의원이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 세를 냈다. 뉴욕 5번가의 58층짜리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트럼프타워는 그때만 해도 권력의 중심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꼭대기 3개 층 펜트하우스에 도널드 트럼프와 가족들이 살고 있고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