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뜨겁다. ‘평뽕’이란 표현도 있다. 평양냉면 중독자, 마니아라는 속어다. ‘냉면 성애자’라고도 한다. 가위 평양냉면의 뜨거운 열기다. “평양냉면은 세 번을 먹어봐야 그 맛을 안다”고 한다. 세 번을 먹으면 그 맛을 알고 중독된다는 뜻이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이라는 표현도 …
내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다. 다섯 살 무렵이라고 들었다. 어머니가 전하는 이야기다. 시골집,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아버지는 우물가에서 닭을 손질(?)하고 있다. “닭 잡는 거 굳이 안 봐도 되는데 꼭 옆에 지키고 서서 쳐다보면서 계속 ‘꼬꼬야 아야 한다’라고 울더라고. 그런데 …
내 이름은 ‘막국수’다. 들을 때마다 속상하고 억울하다. 하필이면 ‘막’국수일까? ‘막’은 하찮다는 뜻이다. ‘막노동’ ‘막돼먹은’ ‘막회’ 등의 ‘막’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험하고 법도 없는, 마구잡이라는 뜻이다. ‘막 내려서, 막 먹는 국수’라서 막국수라고? 막 내려 막 먹는 게…
‘왕의 밥상’은 허구다. 먹고 싶은 대로, 한 상 가득 차리고 ‘왕의 밥상’이라 부른다. 호화로운 식재료와 산해진미. 그런 왕의 밥상은 없었다. 518년, 27명의 국왕이 조선을 다스렸다. 27명의 국왕 중 호화롭게, 자기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었던 이는 연산군 한 명이었다…
복숭아, 살구꽃이 흐드러진 봄날이었다. 가족, 친지들과 동네 가까운 절에 갔다. 시오리 산길이 마치 소풍 같았다. 그릇도 부족하던 시절이다. 크고 작은 그릇을 하나씩 챙겨서 밥을 덜고 나물을 얹었다. 늦은 점심으로 나물비빔밥을 먹었다. ‘절밥’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가족, 친지들 중…
“병원 장례식장치고는 육개장이 괜찮았다.” 아버지를 보내고 홀로 되신 어머니는 늘 남편 장례식장의 육개장을 곱씹었다. 평소 조문을 다녀오시면 상가 음식을 마뜩잖아 하셨다. “무슨 육개장이 멀건 게 아무 맛도 없더라”고 하셨다. 오랫동안 육개장을 끓여 온 어머니는 육개장에 관한 한 …
향토 특산물은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향토 특산물을 내세우는데 향토 특산물이 없다고 하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다. 계절마다, 지방마다 숱하게 축제가 열린다. 지방 축제마다 향토 특산물이 쏟아진다. 한국은 ‘향토 특산물 공화국’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옆 동네 축제에서 …
겨우 열 살 남짓이었다. 타의로 ‘물에 만 밥’을 자주 먹었다. ‘물에 만 밥’의 의미를 미처 몰랐을 때다. 학교까지는 6km. 초여름이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집에는 할머니만 계셨다. 부모님은 모두 들로 일을 나갔다. 할머니가 어린 손자의 늦은 점심을 챙겼다. 부엌 천장에 달아두…
우리 밥상은 ‘한 상 차림’이다. 한 상에 모두 차려 놓고 골고루 섞어 먹는다. 우리는 한 상 차림 밥상을 받고 당황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당황한다. 갑자기 여러 가지 반찬, 밥, 국이 한꺼번에 놓인 밥상을 받으면 당황한다. 어느 것부터,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묻는다. 한 상…
이달 초, 지인에게 연락을 받았다. “이제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다 날씨가 좋으면 10일 경이면 서울에서도 받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뜸 전호나물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연락했다. 나물 먹는 모임이다. 민어, 전어 먹는 모임은 있는데 나물 먹는 모임이 없을 이유는 없다. 전호나…
명절 무렵이면 제사 음식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받는다. “바나나도 제사상에 올릴 수 있느냐”는 애교 섞인 물음도 있다. 바나나를 제사상에 올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돌아가신 조상이 바나나를 좋아하셨으면 바나나 사용이 흉은 아닐 것이다. 수박, 참외 등은 없었던 과일이다. 그러나 …
2009년 12월, 느닷없는 ‘비빔밥, 양두구육’ 논쟁이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광고가 실렸는데, 곧이어 일본 언론인 구로다 가쓰히로가 “한국 비빔밥은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음식”이라고 말한 것이다. 구로다는 당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었다. 한국과의 인연도 30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