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소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 주인공 진주와 니콜라이가 서로를 인식하게 된 계기에는 하얀 봉투가 있다. 그 안에는 학교에 내야 할 돈을 재차 고지하는 안내문이 있었으므…
“입 닥쳐, 말포이” ―J K 롤링 ‘해리포터’ 시리즈 중해리포터의 이 대사가 떠오른 건 영화 ‘호빗’의 두 번째 편을 보던 때다. 난쟁이들과 호빗으로 이뤄진 원정대가 용 스마우그의 동굴로 향하고 있었고, ‘왕의 직계 혈통’ 소린의 멍청한 결정을 군말 없이 따르며 충성을 다짐하는 난쟁…
“나는 너와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거든.”―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중많은 이들이 이미 아는 동화와 문구를 다시 한번 소개하려는 이유는 이 동화가 특별하게도 타인과의 ‘무언가’를 여러 가지로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많은 단어가 들어갈 수 있는 ‘무언가’ 가운데 필자는 타인…
“개인은 자신 안에 온 가족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이 경험한 것과 같은 관계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렬한 경험은 자신의 원래 가족과의 관계다.” ―존 브래드쇼 ‘가족’ 중어떤 관계는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다. 우리는 가장 먼저 가족을 통해 …
“그런 걸 따지기에는 지금의 삶이… 너무나도 단순하고, 평화롭고, 불완전합니다.”―이은용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 중극작가 이은용 희곡의 주인공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스물여덟 살의 FTM(Female To Male·여성에서 남성으로) 트랜스젠더였습니다. 어느 날 ‘주…
“야 인마, 그건 1조야”―이찬혁 ‘1조’ 중‘악동뮤지션’ 출신, 이찬혁이 불렀다. 노래 ‘1조’의 한 소절인데, 열네 살 때 꿨던 꿈 이야기가 가사로 쓰였다. 100억 원이 새겨진 동전을 주웠고 아빠에게 전화해 알렸다고. “공이 12개나 달려 있었어요” 말했다고. 그러자 꿈속의 아버…
“당사자가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온화한 중재자인 척할 수 없고 객관적 거리를 확보한 관찰자일 수 없다. 당사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무언가를 걸게 만드는 것.” ―이장욱 ‘영혼의 물질적인 밤’ 중가끔 ‘몇만 명이 죽었다’ 같은 단문 …
“당신을 기쁘게 하려고 내가 태어난 게 아닙니다. 껍질을 깨고 나온 색깔 없는 팔색조가 고통으로 울지만, 인생은 벌써 알록달록한 아홉 가지 색깔을 마련해 두었다.” ―박판식 ‘전락’ 중박판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에 실린 시의 일부다. 한참 습작기를 지나던…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중저출산 고령화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사회적 난제다. 복지 문제부터 성장의 정체까지 어디 하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 특히 지방소멸은 저출산이 초래하는 가장 심각한 위기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제…
“부모가 자식에게 주어야 할 것은 뿌리와 날개다.”―요한 볼프강 폰 괴테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이 명언은 조건 없는 사랑의 본질을 잘 보여 준다. 뿌리(Wurzeln)는 자녀의 정체성을, 날개(Fl¨ugel)는 미래에 대한 꿈과 사명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자주 들었던…
“이것이 불의 새란다.” ―가스통 바슐라르 ‘촛불의 미학’ 중나는 때때로 몽상에 빠진다. 일에 쫓겨 걸음을 서두르다가도 문득 멈춘다. 그러곤 실속 없는 몽상에 빠져 잠시간 거기 없다. 정확하게는, 몽상에 빠진다기보다는 몽상에 들린다. 지표면과 맞닿은 발바닥이 위로 떠오른다. 눈동자의 …
‘그 후의 이야기는, 그랑에 따르면, 뻔했다. 누구나 마찬가지. 결혼을 하고, 좀 더 사랑을 이어나가고, 일을 한다. 그러다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사랑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중일과 사랑은 본성이 다르다. 일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의 뜻을 …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 다가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하며, 그리하여 우리가 자유로운 주체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말이다.’ ―알렌카 주판치치 ‘실재의 윤리’ 중우리는 통상 자유가 강제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강제도…
“비겁한 사람에게는 더 이상 비겁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언제나 있으며, 영웅에게는 영웅이기를 그만둘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법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적인 앙가주망입니다.”―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중‘앙가주망’은 참여를 뜻한다. 그러나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한 …
‘멋있는 사람은 박경리 씨. 안 빗고, 안 지진 머리. 신경만이 살아 있는 듯한 피부. 굵은 회색 스웨터 바람. 검은 타이트 치마. 여학생같이 소탈했다.’ ―전혜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번역가이자 수필가인 고 전혜린의 책에 수록된 1964년 2월 28일 일기이다. 전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