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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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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과 집[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0〉

    고향과 집[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20〉

    고향은 우리의 그리움이 향하는 곳이다. 그것은 자크 데리다에 따르면 “선조들이 묻혀 있는 땅” 혹은 “모든 여행과 모든 거리를 거기에서부터 가늠하는 부동의 장소”다. 낯선 땅에 살던 사람들이 죽을 때 고향에 묻히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서다. 그런데 지난주에 제1회 부천디아스포라문학상 수…

    • 20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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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의 윤리학[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9〉

    상처의 윤리학[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9〉

    증오에서 증오를 배우는 사람이 있고 사랑을 배우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릇이다.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증오에서 사랑의 윤리를 캐낸 사람이었다. 그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초등학교에서는 일등을 하는 학생들이 …

    •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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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만식의 자학[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8〉

    채만식의 자학[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8〉

    ‘탁류’로 유명한 소설가 채만식이 쓴 ‘민족의 죄인’은 고백소설이다. 세상을 떠나기 6년 전인 마흔 넷이었을 때, 즉 짧았던 삶의 말년에 쓴 것이라 더 진실하게 읽히는 잘 짜인 고백소설이랄까.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3년, 조선총독부와 총력연맹은 각 분야 전문가 조선인 200여 명을 …

    •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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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기세척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7>

    식기세척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7>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느 수녀가 예수를 식기세척기에 비유했다. 더러운 식기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식기세척기. 사람들의 고통과 고뇌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수녀는 “자신에게 오는 것을 흡수해서 그냥 담아두지 않고 하늘의 아버지께 넘겨드…

    •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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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장화홍련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6>

    21세기 장화홍련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6>

    작가들은 고전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전유하는 경향이 있다. 강화길 작가의 고딕호러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은 좋은 예다. 소설은 말미에 고전설화 ‘장화홍련전’이 미학적 기반이라는 것을 암시하는데 이것이 ‘장화홍련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장화홍련전’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계모 때…

    •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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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눈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5>

    신의 눈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5>

    그는 1951년 4월 18일, 인도의 어느 마을에 머물고 있었다. 밑바닥에서도 밑바닥이고 타자 중에서도 타자인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마을이었다. 그들이 찾아와 작은 땅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탄원서를 주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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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해자의 상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4>

    가해자의 상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4>

    너그러운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가해자에게조차 너그러운 사람들이 있다.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가 쓴 ‘노멀 피플’(보통 사람들)의 주인공 메리앤이 그러하다. 그녀는 학교에서 늘 따돌림을 당했다. 특히 두 남학생이 심하게 그랬다. 그들 중 하나는 다른 학생들이 모여 있는…

    •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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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의 상처를 쓰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3>

    아프리카의 상처를 쓰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3>

    “시인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시인의 나라로 가야 한다.” 괴테의 시에 나오는 말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가 동아프리카 인도양에 위치한 잔지바르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탄자니아의 일부지만 잔지바르는 구르나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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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슬픈 기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2>

    어머니의 슬픈 기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2>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두 명이 총을 들고 난동을 벌이고 있었다. 수 클리볼드는 그중 하나가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다른 학생들을 더 해치기 전에, 그리고 경찰의 총탄에 맞아 죽기 전 스스로 죽게 해달라는 기도였다. 실제로 아들은 그렇게 죽었다…

    •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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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자의 눈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1>

    ‘타자의 눈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1>

    벨기에를 배경으로 하는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에는 해괴한 부탁을 하는 한국인 의사가 등장한다. 그는 아내와 사별했다. 그런데 자연사가 아니었다. 그는 간암 말기였던 아내가 너무 고통스러워하자 약물과 술을 섞은 잔을 방에 두고 나왔다. 마시고 안 마시고를 아내가 선택할 수 있…

    •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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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주게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0>

    벌주게임[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10>

    어느 시인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에 있었던 일이다. 그는 새로 사귄 친구 네 명이 서울 뒷골목 카페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그들과 함께 동생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모두가 거나하게 취했을 때 누군가 게임을 하자고 했다. 시인은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벌주게임을 제안했다. 각자 돌아…

    • 202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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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토리의 추억[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9>

    도토리의 추억[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9>

    ‘9·11 시인’이라고 불리는 시인이 있다. ‘훼손된 세상을 찬미하려고 노력하세요’라는 시로 지난 20년 동안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아담 자가예프스키가 그 시인이다. 그런데 그는 미국인이 아니라 폴란드 시인이다. 그 시도 9·11이 일어나기 1년 반 전에 쓰인 것이다. 그가…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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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글 속의 하이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8>

    정글 속의 하이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8>

    “교토에 있을 때도/뻐꾸기 소리가 들리면/나는 교토가 그립다.” 17세기 일본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의 정형시, 하이쿠(俳句)다. 도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3행 17자로 풀어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러한 하이쿠로 가득한 영어소설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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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개의 태양[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7>

    천 개의 태양[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7>

    “내가 카불을 떠난다니 믿기지 않는구나. 나는 여기에서 학교를 다녔고 첫 직장을 잡았고 아빠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시를 암송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네.”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17세기…

    •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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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화가 된 재곤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6>

    신화가 된 재곤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06>

    신화는 때로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 상상을 통해 진실을 담는 일종의 그릇이다. 미당 서정주의 산문시집 ‘질마재 신화’에 나오는 ‘신선 재곤이’는 그 그릇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주 흥미롭게 보여준다. 전북 고창 질마재 마을에 “땅 위에 살 자격이 있다”는 의미에서 재곤(在坤)이라 불리…

    • 202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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