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사람을 바꿔 놓을 때가 있다. “모든 예술은 끊임없이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라는 말까지 있으니, 음악에 그러한 힘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독일 감독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타인의 삶’은 음악이 어떻게 사람을 바꿔 놓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영화…
사람들은 그녀를 미쳤다고 생각하고 오물과 흙덩이를 던졌다. 부처의 제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 미친 여자가 스승님한테 못 오게 막아!” 그러나 부처는 달랐다. “내 앞에 오는 걸 막지 마라.” 여자는 부처의 발밑에 엎드려 서럽게 울었다. 부처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의…
“물결에 달빛 쏟아지네/애기가 달님 안고 파도를 타네/애기가 별님 안고 물결을 타네.” 이것이 어떤 노래의 일부라면, 그것은 달빛과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아름다운 밤바다를 노래하는 동요이거나, 적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환기하는 노래일 것 같다. 그런데 이어지는 노랫말은 우리의 고개를 …
이 세상의 많은 아이들은 매를 맞고 산다. 학교에서도 맞고 집에서도 맞는다. ‘어린이 체벌종식 글로벌 이니셔티브(GIEACPC)’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195개국 중 53개국만이 체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체벌을 허용한다. ‘사랑의 매’에 관대한 편인 우리…
여기에 한 젊은이가 있다. 그는 나라가 둘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전쟁에서 포로가 된다. 전쟁이 끝나지만 진퇴양난이다. 자신이 온 곳으로 돌아가자니 “제국주의자들의 균을 묻혀 가지고 온 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고초를 겪을 일이 두렵고, 그렇다고 이곳에 남자니 이곳은 …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교육이 될 것입니다. 인생에서 그런 추억을 많이 갖게 된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구원받은 셈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마지막 장에서 주인공 알료샤가 친구의 …
예술은 상처를 안으로 가둬 다독이는 묘한 속성을 갖고 있다. 자기만의 형식, 즉 일종의 질서를 갖고 삶이 가진 무질서에 대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문학, 그림, 음악, 조각, 무용 등은 형식의 예술이어서 삶의 혼란과 소용돌이, 상처를 그 형식 안에 가둔다. 그러다 보면 휘청거리는 삶도…
해시태그는 ‘해시(#)’와 ‘태그(tag)’를 결합한 복합어로, 특정한 단어나 문구 앞에 #를 붙여 게시물을 쉽게 분류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가리킨다. 2007년부터 통용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세계적인 공통어가 되었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그 말이 사용된 지 수년이 지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3월 30일은 ‘욤 알아르디’ 즉 ‘땅의 날’이다.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위해 땅을 몰수하기 시작하자, 팔레스타인인들이 파업과 시위로 맞서며 저항했던 1976년 3월 30일을 기리는 ‘땅의 날’. 올해는 공교롭게도 그날이 예수의 십자가 수난일인 ‘성금요일’…
공자는 장례의 도(道)에 다소 과도하게 집착했다. 그의 십대제자, 즉 공문십철(孔門十哲) 중 하나인 재아(宰我)가 부모의 3년상이 너무 긴 것 같으니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하자, 불같이 화를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질지 못한 자로구나. 자식은 모름지기 태어났을 때부터 3년이 …
신라 선덕여왕과 관련해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설화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짝사랑의 아픔에 관한 이야기다. ‘태평통재’ ‘대동운부군옥’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 사랑의 전모는 이렇다. 지귀(志鬼)라는 이름의 역인(驛人)이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선덕여왕을 …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이자 가수 에릭 클랩턴이 부른 ‘아버지의 눈’(My Father‘s Eyes)은 애절한 노래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버지를 노래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가 열여섯 살의 미혼모에게서 태어났을 때,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에 주둔하던 캐나다 병사였던 아…
1945년에 있었던 빌헬름 구스틀로프호 사고는 지금까지 있었던 해양사고 중에서 가장 큰 사고였다. 9000명이 넘게 죽었고 그중에 절반 이상이 아이들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영화로 만들어진 1912년의 타이타닉호 사고에 대해서는 알지만, 그보다 희생자가 대여섯 배 많았던 그 사고에 …
꿈은 과거와 현재, 미래와 관련하여 우리의 무의식이 그려내는 일종의 은밀한 그림이다. 이순신 장군은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한 사람이었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곳저곳에 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꿈을 꿀 때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1597년 10월 14일자 일기에도…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모순, 이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타자의 철학자’라 불리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조차도 예외가 아니니까. 그가 누구인가.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존재한다”라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을 공박하며 그 말 속에 들어 있는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