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부터 전두환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였다. 전두환 정권이 출범할 때 우리는 모처럼 궤도에 오른 경제가 어떻게 되는가 걱정했고, 박 정권 때 무너진 교육계의 앞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경제는 …
9월 중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50%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50, 60대 지성층의 견해가 더 부정적이라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일시적인 정권보다도 대한민국 정부의 역사적 아이덴티티를 더 소중히 여긴다. 물론 대통령 개인의 책임도…
60년이 지난 이야기다. 미국의 젊은 경제학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물었다. 처음으로 미국에서 몇 달을 보냈는데,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여기 아메리카라는 수박이 있는데,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큰 틀의 의회민주주의가 최선의 정책이라고 믿어지는데 경제정책은 자본주의보다는 영국, 캐…
K 교수는 내가 잘 아는 원로 철학자다.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끝내고 독일로 가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가르친 경험도 있다. 귀국해서는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여러 차례 미국을 다녀왔다. 한번은 이런 얘기를 했다. “150년 전에는 미국이 여러 가지 학문과 사상 면에서 독일을 따라올 수 있으…
20세기 중반기까지는 온 인류가 불안과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지구상에 그렇게 망명자와 표류하는 사람이 많았던 시기가 없었다. 우리는 그 시대를 ‘냉전시대’라고 불렀다. 사회와 역사의 절대가치를 신봉하는 공산주의가 그 발단을 만들었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도 자유의 존엄성…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마지막 부분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맏아들이 법정에서 호소하는 고백이다. “나는 검사가 지적한 대로 부족하고 죄 많은 과거를 살았습니다. 어떤 처벌을 받아도 감수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우리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만은 진실입니다. 그럼에도 …
한 나라가 우리가 희망하는 선진 국가로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리는 것 같다. 우리의 경험으로 보아 그 과정을 위해서는 몇 단계의 사회적 변화가 필수적이었다고 본다. 많은 신생국가나 후진사회가 치르는 첫 단계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구조에서 나타난다. 강…
내 친구 B 교수가 강연 청탁을 받고 ‘인생은 공수래공수거인가?’라는 제목을 걸었더니 젊은 학생들도 많이 참석했더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교수가 8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났다. 나도 문상을 갔다가 ‘정말 빈손으로 갔는가?’ 하고 물어본 일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빈손으로 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