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로 문을 잠그는 게 아니라 열쇠를 잠가놨네요. 비밀번호를 걸어둔 자물쇠 모양의 열쇠보관함이라고 합니다. 들고 들어가면 안 돼요∼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소방서 앞 계단에 한 소방관의 방화복이 내걸려 있습니다. 방화복 주인도 고된 일을 마친 뒤 가을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피로를 풀고 있을까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꽃다발 공이 골인했군요. 사실 조형물이지만, 손을 뻗은 분의 간절한 마음도 상대방의 마음에 골인하길 기원해 봅니다. ―부산 금정구 온천천에서
마이크들이 마치 경쟁하듯 머리를 곧추세우고 있군요. 누군가의 목소리를 정확히, 생생히 담아내기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사춘기 언니는 솜사탕으로 얼굴을 다 가렸고, 동생은 아쉬운지 얼굴을 빼꼼 내밀었네요. 달콤한 기분은 매한가지겠지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깊어가는 가을, 하트 모양 이파리에 노란 단풍이 들었네요. 가을이 익어가듯 사랑도 익어가나 봅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누군가 버린 인형이 쓰레기 수거차 새 식구가 되었군요. 저렇게 지켜보고 있으니, 뒤차는 함부로 쓰레기 못 버리겠어요. ―서울 노원구에서
‘대화’란 제목의 긴 나팔 조형물입니다. 이제 북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아이는 나팔벨에 얼굴을 갖다 대봅니다. ―경기 파주시 통일전망대에서
저물녘 고요한 산자락 위로 펼쳐진 구름 물결. 하루를 마친 이들에게 안식의 이불을 덮어주는 듯하네요. ―대구 달성군에서
주인 대신 주인과 닮은 여행자 인형을 카메라 앞에 세워두고 찰칵∼. 기념사진 이렇게 찍으면 외모 신경 쓸 필요 없어 편하겠어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요새 보기 힘든 반듯한 붓글씨에 괜히 옷매무시를 고치게 되네요. 법원 직원이 직접 쓰신 거라고 합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공부하다 졸리면 낙서했던 경험 다 있죠? 졸음을 쫓으려 애써 봤지만 아이는 그만 잠들어 버렸답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이토록 간절함을 담아 빌어 본다면…. 종이 달님도 어떤 소원인지 귀 기울여 들어주실 것만 같네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망망대해에 뜬 작은 배 뒤에서 물이 짓쳐 들어와요. 이러다 곧 가라앉고 말겠어요! ―서울 종로구의 어느 건물 외벽 배전함 자리
맑은 아침, 풀잎 위 이슬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알이 작은 우주가 맺혀 있는 것 같네요.―경남 합천군 덕곡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