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자비폭염 속에 활짝 핀 붉은 연꽃. “시들기 전에 꿀 가져가렴.” 꽃잎을 열어 꿀벌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네요.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돌담 빈 틈 사이로 작은 풀 하나가 솟아나 있습니다. 시멘트보다도 단단한 생명력에 햇살이 잎을 쓰다듬으며 격려합니다. ―서울 홍익대 앞에서
트럭 뒤에 장착된 파동 탐지기인 걸까요? 덮개를 조인 끈 그림자가 주름진 천에 비쳐 ‘파동’을 그려낸 거랍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에펠탑의 낭만을 함께하며 채운 사랑의 자물쇠. 사랑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끝날까봐 불안을 걸어 잠그는 걸까요. ―프랑스 파리에서
저물녘 바닷가에 앉아 노을과 등대 불빛이 어우러진 자연 유화를 감상합니다. “하늘아, 바다야, 깜깜해지지 마.” ―강원 강릉 정동진에서
할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건 평생 자랑이었던 무공훈장과 평소 즐기시던 믹스커피입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커피 향처럼 번져갑니다. ― 경북 안동시에서
TOILET(화장실)에서 떨어진 E를 어떤 친절한 시민이 I, L 위에 올려두셨는데… 종종 과한 친절은 헛갈림을 부른답니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누가 조약돌에 예쁜 얼굴 그림을 그렸네요. 회색 담벼락이 다양한 이야기를 담게 됐어요.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지하 주차장 입구로 들어선 제비가 매 모양 연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십년감수했겠죠? ―강원 양양군에서
이토록 깜찍한 스케이트장 낙서라니. 나중에 지우러 오겠다며 이메일 주소까지 남겼답니다. 이런 낙서라면 환영이죠.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엄청나게 내린 비만큼이나 거대한 무지개가 떴습니다. 마치 큰 시련이 지나가면 그만큼 큰 행복이 온다고 알려주듯.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주차 금지를 알리는 팻말입니다. 골목길에 주차된 차가 한 대도 없는 걸 보니 외계인이 싹 다 끌고 갔나 봐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영롱한 구슬 지갑 앞에 선 여성분이 급히 휴대전화를 검색합니다. 갑자기 구매욕이 발동하셨으려나요?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구조물 위 꽃들이 장맛비에 상하지 말라고 비닐을 쳐놓았군요. 남은 장마를 잘 견디고 빛나는 해를 맞이하기를. ―서울 노원구에서
기울어진 바위에 나뭇가지를 여러 개 괴어놨네요. 이미 많은 굄목이 장렬히 전사(!)한 것 같은데 잘 버틸 수 있을까요? ―전북 순창 채계산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