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13편 용간(用間)은 스파이 운용법, 나아가 첩보전의 방법을 다룬 글이다. 병서에 스파이 활용법이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전쟁사를 보아도 스파이를 운용하지 않고 명장이 되는 경우는 없다. 스파이를 운용한 기록이 잘 보이지 않는 명장도 있지만, 그건 스파이를 운용하지 않아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지났다. 이전에 예측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장기 소모전이었다. 이 전쟁은 서방 주요국과 중국, 이란 등 러시아 우방까지 간접적으로 참전하고 있다. 이 방식의 나쁜 점은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서 지원국들은 물리적 충격은 받지 않더라도 심한 내상과 후유증으로…
최근 이집트 여행을 다녀왔다. 역사학자가 유적 답사를 한다면 그리스, 로마 이전에 제일 먼저 방문해야 할 곳이 이집트이다. 이런 곳을 이제야 왔다니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피라미드, 아부심벨 신전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했던 곳이 고대 이집트 상왕국의 수도였던 멤…
6·25전쟁에 중공군이 개입하고, 연합군이 38선 이남으로 후퇴하면서 전쟁의 전망이 절망적인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을 때, 하필 미 8군사령관인 워커 중장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후임으로 급파된 사람이 매슈 리지웨이였다. 리지웨이는 2차 세계대전 중에 82공수사단장으로 노르망디 …
언제고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다들 예상은 하고 있었으면서도 생각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벌어지고 있다. 드론의 맹활약이다. 무인폭격기로 적을 공격하는 실험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시행되었다. 폭탄을 탑재한 폭격기를 원격조종장치로 조종해서 목표물에 자…
지중해를 바라보는 팔레스타인의 항구도시 야파는 십자군 전쟁 시절부터 중요한 항구이자 군사 거점이었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공 때도 야파는 격전지가 되었다. 프랑스군은 야파 요새를 함락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고, 그 대가로 함락된 도시에 대해 무자비한 보복과 약탈을 감행했다. 신의…
서구 전쟁사를 보면 전쟁 때마다 병사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떠도는 말이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갈 수 있다.” 전황이 조금 호전되거나 전투가 잠잠해지기만 해도 이런 소문이 믿음처럼 퍼진다. 그렇다고 장교들이 쫓아다니며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다. 나중에 병사들이 또 속았다고 투덜거…
“20세기 동안 유럽은 죽다가 살아났다.” 20세기 유럽 100년의 파노라마를 저술한 영국의 역사가 이언 커쇼는 그의 저작 ‘유럽 1914-1949’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20세기 유럽사에서 주목하는 주제 중 하나는 ‘황금시대에 대한 집착’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올 때 …
왕정 전복 후 이집트 초대 대통령이 된 모하메드 나기브의 어머니는 수단인이었다. 남수단은 지금도 우리나라 한빛부대가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되어 있을 정도로 험악한 지역인데, 이 지역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이집트의 최정예 용병부대이거나 이집트를 위협하는 제일 무서운 전투 민족이었다…
1942년 6월 4일 오전 8시경, 미드웨이 근방 태평양 상공에서 상관과 부하 간에 유례없는 말다툼이 벌어졌다. 미 항공모함 호닛에서 출격한 미군 공격기 편대의 지휘관 스탠호프 링 중령을 향해, 휘하에 있는 제8 뇌격기 대대장 존 월드런 소령이 거칠게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 …
행주대첩은 진주성 전투, 한산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이다. 행주대첩에서 총통, 비격진천뢰 같은 조선군의 화약무기가 맹활약을 했다. 여기에 특이한 신무기가 등장하는데 변이중이 만든 화차이다. 조선의 전통적인 화차는 현재의 다연장 로켓포처럼 신기전을 연속으로 발사하는 …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했다. 19세 소년 펠레의 데뷔전이기도 했다. 1960년대 브라질 선수들의 화려한 발기술은 유럽 선수들을 가지고 놀았고, 다른 세상에서 온 축구 같았다. 기원전 2세기 유목 기병들은 한나라 기병을 가지고 놀았다. 기마술과 활솜씨 모두 상대가 되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 것 같으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끝날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러시아 측에 종전을 강요하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2군데 있다. 동부전선의 루한스크이다. 이지움을 탈환한 뒤에 슬라뱐스크를 지나 세베로도네츠크를 거쳐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로 쭉 파고들었으면 좋았겠지만,…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다. 우리가 아는 한 최대의 희생자를 낸 전쟁은 1차대전이다. 중폭격기도 핵폭탄도 없었지만, 전사자만 1000만 명이 넘는 대참사였다. 모든 전쟁이 참극이고, 억울한 죽음과 비극적인 사건을 안고 있지 않은 전쟁은 없다. 그러나 1차대전 중에…
1956년 11월 5일 오전 8시, 영국군과 프랑스군 공수 대대가 수에즈 운하 입구에 위치한 항구도시 포트사이드 주변 거점에 낙하했다. 영국군은 운하 서쪽에 있는 가밀공항을 점령했고, 프랑스군은 남쪽의 운하 진입로에 있는 교량을 점령했다. 다음 날인 6일 영국 해병 기동부대가 포트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