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70대의 글씨체가 똑같은 사람이 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의 혹독한 고문과 오랜 감옥생활로 앉은뱅이가 된 심산 김창숙이다. 평생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대의와 지조를 지킨, 선비의 상징적 인물이다. 심산은 나석주 의사의 동양척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의 주동자로 징역 14년을 …
몽양 여운형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진취적인 독립운동가와 줏대 없는 기회주의자라는 평가로 갈리고, 투철한 민족주의자와 진보적 사회주의자라는 평판으로 나뉜다. 존 하지 중장의 정치 고문이었던 윌리엄 랭던은 동양의 위인이며 마하트마 간디와 비견할 만한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지 중…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차오? 훈훈한 기운이 없소?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 도산 안창호가 그린 새 민족의 모습은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이었다. 어려서부터 명민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선생은 약관의 나이에 만민공동회에서 많은 청중에…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경주 최부잣집’은 1600년대 초반부터 1900년 중반까지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부를 누렸다. 마지막 최부자로 꼽히는 최준은 사촌 처남인 박상진이 총사령으로 있는 대한광복회의 재무를 맡았다가 옥고를 치렀다. 안희제와 함께 독립운…
영화 ‘밀정’에서 배우 공유가 열연한 김우진의 실제 모델은 ‘한국의 레지스탕스’로 불리는 김시현 선생이다. 선생은 1923년 경찰 황옥 등과 함께 조선총독부에 투척할 폭탄을 반입하다가 대구에서 체포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931년 독립동맹을 조직해 활동하다가 잡혀 일본 나가사키…
독립운동가부터 역사학자, 양명학자, 언론인, 시조시인, 산문작가, 교육자, 서예가까지. 위당 정인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고 가는 곳마다 두각을 나타냈다. ‘조선의 시조 단군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다’라고 시작하는 ‘조선사 연구’를 보면 방대한 지식과 통찰력에 머리가 절로 숙어진다.…
20세기 최고의 스포츠 스타, 축구황제, 월드컵 3회 우승을 이룬 유일한 선수. 모두 축구 선수 펠레 이야기다. 1970년 나이지리아와 분리 독립을 선언한 비아프라가 전쟁을 하다 그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양측이 48시간의 휴전에 합의했고, 이란 왕이 그를 만나기 위해 공항에서 3시간…
서대문형무소 사형집행장의 버드나무에 진귀한 새가 나타나 슬피 우는데 이것이 ‘봉암새’ 혹은 ‘죽산조’라고 하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온다. 그 주인공인 죽산 조봉암은 광복 후 공산주의와 결별하고 제헌국회의원, 초대 농림부 장관,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제2대와 제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은 나라를 빼앗기자 중국에 망명해 독립운동을 하면서 태백광노(太白狂奴)라는 호를 사용했다. ‘슬퍼하며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노예’라는 뜻이다. 선생이 쓴 ‘한국통사(韓國痛史)’의 제목에서 ‘통할 통(通)’이 아닌 ‘아플 통(痛)’을 사용한 …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이었던 성재 이시영은 오성대감이라고 불렸던 백사 이항복의 10대 직계손이다. 이항복 집안은 6명의 영의정과 1명의 좌의정을 배출한 조선 최고의 명문가였다. 선생은 일찍부터 관직생활을 시작해서 평안남도 관찰사, 한성재판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
일제강점기에 10대 부자였던 간송 전형필은 전 재산을 털어 민족문화재 수집과 보호에 앞장섰다. 그의 수집품 중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혜원전신첩 등 국보와 보물이 즐비하다. 나라를 빼앗기는 불행한 시기여서 수집이 가능했지만 그래서 더 가치…
올해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탄생한 지 100년이 됐다. 임정 탄생과 운영에 많은 선열의 땀과 희생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이동녕 선생의 공로는 두드러진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선생은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의정원의 초대 의장을 맡아 임정 수립의 산파역을 했다. 그리고 통합…
변기를 작품화한 ‘샘’과 같은 기성품을 활용한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제시해 20세기 초반 미술계를 뒤흔든 마르셀 뒤샹. 그는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여겨진다. 뒤샹이 없는 개념 미술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현대미술에서의 뒤샹은 서양 철학에 있어서 플라톤과…
조선의 평민 출신으로 유일하게 일본 육군의 최고급 엘리트 양성 코스인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육군 중장까지 오른 홍사익. 그는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떳떳하게 조선인임을 밝혔고 지휘관으로 파견될 때마다 일본어와 한국어로 두 번 취임인사를 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5척 단구에 머리를 빡빡 깎아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다녔던 조만식 선생. 3·1운동 때 평양에서 만세운동을 지휘했다가 옥고를 치렀다. 평생 한복을 입었고 국산품 애용이 나라 사랑의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조선물산장려운동회를 조직해 사회운동을 전개했다. 광복 후 신탁 반대 운동을 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