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새가 힘차게 하늘을 날고 있다. 마치 위장술을 하듯 몸은 아래 숲과 같은 색, 같은 문양으로 칠해져 있다. 아래 회색 담장 위 둥지 안에는 하얀 알 세 개가 애처롭게 놓여 있다. 어째서 새는 제 알들을 품지 않고 홀로 날고 있는 걸까? 봄을 그린 화가는 많지만, 르네 마그리트처…
도시민의 고독과 외로움을 에드워드 호퍼만큼 잘 표현한 화가가 있을까. 텅 빈 거리, 실내에 고립된 사람, 혼자 영화 보거나 밥 먹는 사람 등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장소나 인물들은 늘 고독하거나 쓸쓸해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언제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던 걸까? 놀랍게도 어릴 때부터였던 …
근육질의 남자가 힘겹게 연자방아를 돌리고 있다. 거의 알몸 상태인 남자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다. 방아 위에 앉은 남자는 긴 나무 꼬챙이로 벌거벗은 남자의 어깨를 쿡쿡 찌르고 있다. 문간에 선 남자들이 이 모습을 보며 웃고 있다. 도대체 남자는 누구이기에 저런 조롱을 견디며 고된 노…
앙상하게 마른 남자가 침대에 누워 있다. 방은 어질러져 있고, 남자는 병색이 역력하다. 침대 옆에선 정장 차림의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그런데 머리가 해골이다. 그는 누구일까?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예술가의 죽음: 그의 마지막 친구’(1901년·사진)는 폴…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네모난 거울을 손에 들고 있다. 큰 눈에 하얀 피부, 곱슬곱슬한 금발을 가진 소녀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을 응시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의 각도가 맞지 않다. 화가의 실수일까? 의도일까? 만약 후자라면 그 이유가 뭘까? …
젊은 멕시코 여성이 꽃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등에 메고 있다. 머리는 양 갈래로 단정히 묶었고, 두 손으로 어깨에 멘 바구니 끈을 단단히 잡았다. 단호한 자세와 표정이지만 입술이 갈라져 힘겨워 보이기도 한다. 이 인상적인 그림은 알프레도 라모스 마르티네스가 그린 ‘칼라릴리 상인’(19…
황량한 바닷가에서 회중시계들이 액체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다. 마치 꿈속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이미지다. 초현실주의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기억의 지속’(1931년·사진)은 살바도르 달리가 27세 때 그렸다. 그는 왜 흘러내리는 시계를 그렸을까? 젊은 스페인 화가는 이 그림에 어…
빈센트 반 고흐는 겨울을 주제로 한 그림을 평생 몇 점 그리지 않았다. 그가 남긴 대부분의 풍경화는 봄, 여름, 가을 경치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소장한 ‘눈 덮인 풍경’(1888년·사진)은 어딘가 신선하게 다가온다.고흐가 이 그림을 그린 건 1888년 …
100명은 족히 넘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가정에서 흔히 쓰는 알루미늄 포일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내부는 텅 비었다.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 인상적인 설치 작품은 카데르 아티아의 ‘유령’(2007년·사진)이다. 도대체 이 작품은…
국화는 여러 문화권에서 죽음과 애도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져 왔다. 오래 피는 꽃이기에 변하지 않는 사랑과 기억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피터르 몬드리안(1872∼1944)은 검은색 격자 안에 빨강, 파랑, 노랑의 사각형들이 있는 밝고 강렬한 추상화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국화를 많이 그…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거나 고마움을 느낀다면,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인상주의의 선구자 에두아르 마네는 자신의 그림을 사주거나 지지해 주는 이에게 가장 예술적인 방법으로 감사를 표하곤 했다. 1868년 마네가 그린 ‘에밀 졸라의 초상화’(사진)도 받은 호의에 대…
스페인 문학 거장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쓴 ‘돈키호테’는 세계 문학사를 대표하는 고전이다. 1605년 처음 출간된 이래로 수백 년 동안 인기리에 읽히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는 1955년 ‘돈키호테’ 출간 35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잡지를 위해 같은 제목의 특별한 그림(사진)을 그렸다.…
프랑스 항구 도시 칼레의 랜드마크는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1884∼1889년·사진)이다. 칼레시청 앞에 설치된 이 유명한 청동 조각은 칼레시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대변하는 예술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백년전쟁이다. 1347년 영국 도버와 …
일본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마쓰카타 고지로의 서양미술 수집품을 보관하기 위해 1959년에 설립됐다. 이곳의 대표 소장품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1916년·사진)인데, 놀랍게도 마쓰카타가 모네에게 직접 구입했다. 일본인 수집가는 어떻게 프랑스 거장의 작품을 직접 매입할 수 있었던 걸까…
아이의 탄생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얀 스테인이 그린 ‘탄생 축하(1664년·사진)’는 17세기 네덜란드 중산층 가정에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아이와 엄마에 초점을 두기 마련인데, 스테인은 아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묘사하고 있다. 왜일까? 스테인은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