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가 요셉에게 기대어 개와 놀고 있다. 개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지, 작은 새를 움켜쥔 오른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개는 앞발을 들어 이에 반응하고 있다. 실타래를 감던 마리아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비록 누추한 살림살이지만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 보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독학해서 화가로 성공한 이들이 있다. 프랑스에 앙리 루소가 있다면 미국에는 프랜시스 윌리엄 에드먼즈가 있다. 세관원이었던 루소는 은퇴 후 전업 화가가 되었지만 에드먼즈는 평생 은행원이었다. 돈을 다루는 직업인이다 보니 그림을 그릴 때는 오히려 문학이나 도덕적…
비교할 수 없이 힘센 상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을 빗댈 때 ‘다비드(다윗)와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성경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다비드는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거인 골리앗을 맨몸으로 맞서 싸워 이겼다. 소년이 가진 무기라곤 신념과 돌멩이 다섯 개뿐. 거인의 머리에 돌이 명중한 덕에…
가슴골이 살짝 드러나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두 손을 둥글게 모으고 서 있다.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이 인상적인 초상화 속 모델은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19세기 후반 미국 보스턴에서 가장 유명했던 전설적인 미술품 컬렉터다.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부와 명성, 업적까지 쌓았…
햇살이 비추는 날, 여자아이들이 밖에 나와 신나게 놀고 있다. 연초록으로 뒤덮인 나뭇잎과 아이들 얼굴은 빛을 받아 반짝인다. 덴마크 화가 페테르 한센이 그린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진다. 깔깔대는 여자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림 바깥까지 들리는 것 같다. 한센은 …
가면은 얼굴을 감추거나 꾸밀 때 쓰는 물건이다. ‘거짓으로 꾸미는 의뭉스러운 얼굴’이나 태도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17세기 이탈리아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로렌초 리피가 그린 이 그림에는 가면을 든 여자가 등장한다. 오른손에는 가면을, 왼손에는 석류를 들고 있어 작품의 의미가 모호하…
잘 차려입은 젊은 군인이 기다란 미늘창을 들고 성벽 앞에 서 있다. 앳된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가진 그는 거만해 보일 정도로 당당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 그림은 198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와 3250만 달러에 팔리며 당시 고전 미술 최고가를 경신했다. 도대체 누구의 초상화기에 …
구스타프 클림트는 신화에 빗댄 관능적인 여성 누드화나 화려한 황금색 그림으로 유명하다. 회색 바탕 위에 그려진 ‘죽음과 삶’은 그가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40대 후반에 그린 유화다. 가장 빛나던 시기에 클림트는 왜 갑자기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그린 걸까? 그림은 죽음과 삶의 …
테디 베어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봉제 곰 인형이다. 테디라는 이름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에게서 유래했다. 1902년 사냥을 나간 루스벨트는 사냥꾼들이 곰을 잡아와 총을 쏘라 했지만 페어플레이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이 일화를 신문 만평으로 본 상인이 자신의 가게에서 파는 …
영어 단어 ‘채리티(Charity)’는 자선이나 자선단체를 의미하지만, 관용의 뜻도 있다. 관용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예로부터 약자를 돕거나 자선을 베푸는 것이 중요한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야코프 오흐테르벌트가 그린 이 그림도 16세기 네덜란드 상류층 가족의 미덕을 담고 있다. …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 파블로 피카소의 몽마르트르 작업실은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집합소였다.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다. 마리 로랑생도 그중에 있었다. 우리에겐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남성이 지배하는 미술계에서 독자적 화풍으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가수 최양숙이 불러 대히트를 쳤던 ‘가을 편지’의 첫 소절이다. 1971년 발표됐지만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았다. 이 유명한 한국 가요는 묘하게도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
황금색 망토를 휘날리며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넘는 이 장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그린 가장 유명한 초상화다. 프랑스 신고전주의의 선구자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렸다. 그런데 의아하지 않은가. 나폴레옹이 정말 저렇게 우아한 모습으로 전장에 나갔던 걸까? 나폴레옹은 프랑스 역사에서 가…
낡은 도기 항아리 안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앉아있다. 벌거벗다시피 한 그는 환한 대낮인데도 손에 등불을 들었다. 주변에 모여든 개 네 마리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한눈에 봐도 걸인처럼 보이는 이 남자! 바로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다. 그는 왜 저리 누추한 모습으로 개들에게 둘러싸…
앤디 워홀은 20세기 미국 미술의 아이콘이다. 생전에 부와 명성을 모두 누린 가장 성공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는 “영국 여왕처럼 유명해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왜 하필 영국 여왕이었을까? 1985년 워홀은 ‘군림하는 여왕들’이란 제목의 작품을 제작했다. 엘리자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