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죽음을 이토록 비참하고 슬프게 표현한 그림이 또 있을까.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는 죽은 예수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서 보는 이를 충격에 빠뜨린다. 게다가 화가는 이 그림을 죽는 날까지 소중히 간직했다. 그 이유가 뭘까? 죽은 예수를 애도하는 그림은 많은 …
역대 최악의 남편을 꼽으라면, 영국의 헨리 8세가 1위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결혼을 여섯 번이나 한 데다, 왕비 두 명은 쫓아냈고 두 명은 누명을 씌워 참수까지 시켰으니 말이다. 이 그림 속 모델은 클레베의 앤으로 여섯 왕비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여인이다. 그녀는 폭군 남편의 칼날…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그린 첫 그림이 뭔지 아는가? 악마의 공격으로 고통받는 성 안토니우스를 묘사한 바로 이 그림이다. 놀랍게도 12세 무렵에 그렸다. 고작 열두 살밖에 안 된 어린이가 어떻게 이런 주제를 이토록 능숙한 솜씨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미켈란젤로는 스스로를 조…
푸른 눈의 아이가 버들가지로 엮은 커다란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 손에 쥔 머그컵 안에는 새순 돋은 나뭇가지 하나가 꽂혀 있다. 아이의 몸은 하얀 이불 천으로 감싸져 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다. 잠자리에서 막 일어난 걸까. 제목을 보니 아이는 지금 병에서 회복 중이다. 이 그림…
미술사의 바이블로 불리는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초판에는 여성 미술가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화가들은 전부 남성이었고, 여성은 늘 그들의 모델로만 존재했다. 19세기 스웨덴 화가 예안나 바우크는 이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초상화를 그려 여성 화가의…
모든 예술은 정치적이다. 예술작품에는 창작자가 살던 시대적 상황과 고뇌가 어떤 식으로든 담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술사에서 자크루이 다비드만큼 정치적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또 있을까. 그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났던 1789년 정치적 대의를 위해 자식을 희생시킨 브루투스 이야기를 그려 …
1886년 파리 살롱전의 주인공은 화가가 아닌 과학자였다. 바로 프랑스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 무려 세 명의 화가가 그의 초상화를 그려 출품했다. 그중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작품은 비평가들의 찬사와 함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핀란드 화가에게 최고 훈장인 레…
엄마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엄마들이 희생과 사랑의 대명사가 될 수는 없는 법. 자식에게 기억되는 엄마의 모습 또한 제각각일 터다. 덴마크의 인상주의 화가 아나 안셰르는 책 읽는 엄마의 모습을 자주 그렸다. 실제로도 화가의 엄마는 평생 책을 가까…
호화로운 주방에서 두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다. 왼쪽의 마른 남자는 요리사고, 오른쪽의 배 나온 남자는 추기경이다. 나이 든 추기경은 자신이 만든 소스로 젊은 요리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소스를 맛본 요리사는 “어떻게 이런 맛을!” 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고, 냄비를 손에 든…
둥그스름한 분홍 캔버스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송곳이나 칼로 찌르고 그은 흔적이 역력하다. 그림을 망쳐서 버리려 했거나 화풀이했나 싶지만, 놀랍게도 이게 완성작이다. 심지어 경매에서 수백억 원에 거래되는 몸값 높은 명화다. 궁금해진다. 화가는 왜 캔버스에 구멍을 낸 걸까? 이게 도…
희망은 어떤 모습일까? 서양미술에서 희망은 꽃이나 닻을 든 여성으로 종종 묘사돼 왔다. 그런데 19세기 영국 상징주의 화가 조지 프레더릭 와츠는 전혀 다르게 표현했다. 붕대로 눈을 가린 여자가 커다란 구체 위에 홀로 앉아 줄 끊어진 리라를 연주하고 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황량하다…
줄무늬 드레스를 입은 엄마가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 목욕시키고 있다. 한 손은 아이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아이의 발을 씻긴다. 희고 깨끗한 수건을 두른 아이는 엄마와 함께 대얏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메리 커샛은 평생 독신이었지만 엄마와 아이, 특히 모성애를 다룬 그림…
특이한 초상화다. 짧은 머리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황소와 나란히 서 있다. 왼손에는 커다란 스케치북을 들었고, 붓을 든 오른손은 널찍한 황소 목 위에 다정하게 얹었다. 여성은 먼 데를 바라보는 반면에 황소는 우리를 똑바로 응시한다. 도대체 그림 속 모델은 누굴까? 왜 황소와 함…
1902년 오스트리아 빈의 ‘제체시온’에서는 베토벤 서거 7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렸다. 진보적인 예술을 위해 결성된 ‘빈 분리파’의 열네 번째 그룹전이기도 했다. 그룹의 리더였던 구스타프 클림트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을 시각화한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선보였다. 총…
혼자 ‘아니다’를 외칠 수 있는 용기. 엘 그레코는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부정했던 건 다름 아닌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였다. 모두가 천재라고 칭송했던 거장을 그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몰랐다”며 무시했다. 스스로를 미켈란젤로보다 뛰어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