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의상을 입은 젊은 남자가 우리를 보고 웃고 있다. 자신감과 유머 넘치는 표정, 위풍당당한 포즈,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 위로 올린 모자와 콧수염 등 약간 거만하고 허세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왠지 애정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굴까?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즐거운 나의 집! 동요나 소설, 드라마의 제목이 될 정도로 누구나 꿈꾸는 이상이다.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은 행복한 가정생활을 그린 그림으로 유명하다. 아름답게 가꾼 집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가족을 그린 그의 그림은 마치 ‘행복은 이런 거야’ 일러주는 모범 답안 같다. 이 그림 속…
1914년 3월 10일 한 젊은 여성이 런던 내셔널 갤러리 안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그러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누드화를 식칼로 일곱 군데나 난도질했다. 그림은 치명적 손상을 입었고 범인은 곧바로 체포됐다. 도대체 그녀는 무엇 때문에 그림을 훼손한 걸까? 그녀의 이름은 메리 리처드슨. …
비극 앞에서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게르니카’는 이 질문에 대한 파블로 피카소의 답일지도 모른다. 입체파의 선구자로 여인들의 누드화만 그리던 피카소는 이 그림 한 점으로 반전(反戰)을 그린 가장 유명한 화가가 됐다. 무엇이 그를 반전의 화가로 이끌었을까? 1937년 1월…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는 승자만이 부와 명예를 독차지한다. 지금은 그 인기가 시들었지만 복싱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인이 열광하는 스포츠였다. 잽, 훅, 녹다운 같은 복싱 용어는 일상에서도 흔히 쓰인다. 운동선수 출신의 미국 화가 조지 벨로스는 세기의 복싱…
늘 따뜻한 곳에 사는 사람에게 봄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긴 겨울의 추위를 견뎌본 사람에게만 간절하다. 평생 광기와 고독 속에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에게 대도시 파리에서의 삶은 유난히 혹독하고 추웠다. 결국 그는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따뜻한 햇볕과 활기찬 색을 찾아 프랑스 남부 아를로…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며 꽃을 피웠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은 16세기 유럽 제일의 무역항이자 상공업 중심지였다. 외국 상인들이 몰려들면서 환전업이나 고리대금업으로 큰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신흥 부자들은 호화 저택을 짓고 부르주아의 삶을 누렸다. 안트베르펜의 화…
전쟁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으로 영국 런던의 미술관과 공연장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다. ‘모두의 미술관’으로 불렸던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품들은 웨일스의 탄광 지하로 옮겨져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티치아노의 이 그림은 전쟁 중에…
세상에 대한 통찰이 없으면 풍자는 불가하다. 18세기 스페인 미술의 거장 프란시스코 고야는 궁정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통해 지배계급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1797∼1798년 그는 ‘변덕’이란 제목을 단 80장의 동판화 연작을 제작한 후 이듬해 책처럼 묶어 300세트를 만들었다. 그…
아이가 가장 예쁠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잠잘 때’라고 답하는 부모가 많다. 여러 의미가 함축된 답일 터다. 인상주의 미술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요람’도 잠든 아기와 이를 바라보는 엄마를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린 베르트 모리조는 제1회 인상주의 전시에 …
어느 시대에나 ‘문제적’ 작가는 있었다. 사회적 통념이나 규범을 깨는 작품으로 논쟁을 일으키는 예술가들 말이다. 16세기 매너리즘 미술을 대표하는 엘 그레코가 딱 그런 화가였다. 성서 이야기를 다룬 종교화를 많이 그렸지만 그의 그림은 교회와 신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스 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003년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로 쓰여 유명해진 말이다. 원래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 나오는 대사에서 유래했다. 왕관을 쓴 자는 권력과 명예를 얻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올…
한 무리의 견공이 책상이 있는 실내에 모여 있다. 붉은색 안락의자에 앉은 하얀 푸들은 다양한 종류의 개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앞에 펼쳐진 책 위에 한 발을 올려놓은 채 먼 데를 바라보는 푸들의 눈빛은 마치 깊은 상념에 빠진 사람을 연상케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에드윈 랜지어는 열…
농부로 보이는 남녀가 하얀 집을 배경으로 서있다. 쇠스랑을 든 남자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관객을 응시하고 있고, 앞치마를 입은 여자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옆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왜 이런 표정으로 서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그림은 미국 아이오와 출신의 무명 화가 그랜트 우드에게 …
독일 카셀에서 5년마다 열리는 ‘도쿠멘타’ 전시에 가보면 이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작품을 종종 만난다. 2017년 행사는 특별히 그리스 아테네와 동시에 진행돼 더 주목을 받았다. 두 도시의 거리 곳곳에는 “우리 모두가 국민이다”라는 문구가 12개국 언어로 새겨진 대형 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