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킨 유명한 사과들이 있다. 아담의 사과, 윌리엄 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까지. 여기에 하나 더해 세잔의 사과가 있다. 폴 세잔은 정물, 풍경, 인물 등 모든 장르에 뛰어났지만 사과를 그린 정물화로 가장 유명하다. 무려 40년 동안 사과를 그렸다…
험준한 절벽 위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짙은 초록 코트를 입고 긴 지팡이를 짚고 있는 이 남자. 짧은 머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감탄하고 있는 걸까. 거대한 자연 앞에서 보잘것없는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있는 걸까. 뒷모습이라 그…
전쟁을 결정하는 건 권력자들이지만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중이다. ‘냉전시대 최초의 열전’이었던 6·25전쟁은 한민족 역사의 최대 비극을 낳았다. 그 충격은 한국을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이국의 화가들에게도 미쳤다. 1951년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파블로 피카소는 ‘한국에서의…
붉은 베일을 쓴 여인의 초상화다. 한때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아트숍에서 가장 잘 팔리는 그림엽서 중 하나였다. 옆모습으로 그려졌지만 또렷하면서도 선한 눈빛과 꼭 다문 입술은 이 젊은 여인에게서 기품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누구의 초상화일까? 그림 속 여성의 이름은 파비올라. 나쁜 남…
우리나라에서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 시대의 절세미인을 연상시키지만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잠이나 평화, 죽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쟁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상징 꽃이 되었다. 그런데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에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했던 꽃이자 미술사에 획을 …
더운 여름날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보장한다. 일명 ‘소확행’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휩쓴 가장 뜨거운 소비 트렌드였다. 큰 꿈을 가지기도, 이루기도 힘든 시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느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약 60년 전 미국 작…
배우자의 외도는 결혼한 사람이 겪는 가장 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이나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미술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오노레 프라고나르가 그린 이 그림 역시 파리 귀족층의 외도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울창한 …
미소는 일종의 행복 바이러스다. 웃는 얼굴이 상대방을 미소 짓게 하듯, 그림 속 웃고 있는 두 여성 역시 관람객을 행복하게 만든다. 창틀에 기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는 여성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고, 옆에 서 있는 여성은 숄로 입을 가린 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
‘모성의 아이콘’ ‘빅토리아 시대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그림. 아마도 어머니를 그린 그림 중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그림일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친구였던 미국 작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대표작이다. 1855년 파리 유학을 갔던 그는 4년 후 런던에 정착했다. 이 초상화는 …
인간은 누구나 유토피아를 꿈꾼다. 현실에는 없는 세계라서 더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1516년 출간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자유와 평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공정하고 풍요로운 이상국가를 묘사하고 있다. 물론 전혀 그렇지 못한 절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비판을 위해 고안된 개념이었다. 인…
피에타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죽은 예수를 성모 마리아가 무릎 위에 안고 있는 도상을 말한다. 독일 화가 케테 콜비츠가 만든 피에타는 일반적인 피에타상과 달리 성모가 웅크린 채 죽어있는 아들을 뒤에서 감싸 안은 모습이다. 한 손으론 입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론 죽은 아들의 손을 매만…
프랑스 고딕 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상징이자 중요한 국가 행사가 열린 역사적인 장소다. 그중 1804년 12월 2일에 거행된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 장소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9세기 최고의 화가이자 궁정의 수석화가였던 자크루이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명령으로…
남녀 간의 사랑은 통속적이지만 공감을 이끌어내기 쉬운 주제다. 19세기 영국 화가 아서 휴스는 통속적인 사랑의 한 장면조차도 낭만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였다. 16세 때 왕립미술원에 작품이 전시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던 그는 섬세한 자연 묘사와 인물의 감정 표현에 탁월했다. …
아몬드 꽃은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초봄에 가장 일찍 핀다. ‘꽃피는 아몬드 나무’는 빈센트 반 고흐가 자신의 조카에게 준 첫 선물이자 그의 37년 인생 마지막 봄에 그린 마지막 꽃그림이다. 1890년 2월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서 득남의 기쁜 소식이 …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누구에게나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 있다. 일본 출신의 설치미술가 시오타 지하루는 개개인의 기억을 끄집어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실로 엮는다. 침대, 드레스, 신발, 가방 등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이 서린 일상적인 사물들은 그의 손을 거쳐 거대한 설치 작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