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같은 결혼 이야기는 동서고금 어디에나 존재한다. 18세기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는 당대 상류층의 결혼 세태를 풍자한 ‘유행하는 결혼’ 연작을 그려 큰 인기를 끌었다. ‘둘만의 밀담(1743년·사진)’은 총 여섯 점으로 구성된 연작 중 두 번째 그림이다. 화면에는 이제…
소크라테스 하면 독약을 마시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년·사진)은 그 이미지를 후대에 영원히 각인시켰다. 궁금해진다. 19세기 화가는 어떻게 고대 철학자가 죽는 모습을 이리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을까? …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는 뛰어난 화가이자 수완 좋은 외교관이었다. 유럽 여러 왕족에게 그림을 주문받으며 이른 나이에 부와 명성을 누렸다. ‘전쟁의 결과(1637∼1638년·사진)’는 그가 60세에 그린 말년 대표작이다. 신화나 성경 주제의 그림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윈슬러 호머는 19세기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대도시 뉴욕에서 활동하던 36세 때 ‘채찍을 끊어라(1872년·사진)’를 그렸다. 시골 아이들의 놀이 장면을 포착한 이 그림은 그가 1860년대에 몰두했던 전쟁화와는 완전히 다른 주제다. 호머는 갑자기 왜 아이들을…
양심에도 표정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19세기 영국 화가 윌리엄 홀먼 헌트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탁월했다. 그는 추상적인 양심의 모습을 시각화해 그린 ‘깨어나는 양심’(1853년·사진)으로 가장 유명하다. 그림은 빅토리아 시대 중산층 가정 실내에 있는 한 쌍의 남녀를 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라면 똑같은 마음일 게다. 자식이 사회적 존경과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는 전문직 종사자가 되길 바라는 것 말이다. 한국에서 의대 열풍이 거센 것도 그 때문일 터. 19세기 프랑스 화가 프레데리크 바지유도 부모님의 바람 때문에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의사 시험에 …
13세기 이탈리아 최고의 시인 단테는 베아트리체와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유명하다. 단테는 아홉 살 때 여덟 살 베아트리체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베아트리체를 천사와 같이 순결한 존재로 여겼기에 평생 가슴에 품고 살며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 단테를 흠모했던 19세기 영국 화가 단테이 게…
서구 문화권에서 검은 고양이는 불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세실리아 보는 ‘시타와 사리타’(1921년·사진)에서 검은 고양이를 주인공처럼 그렸다. 고양이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 어깨에 올라서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화가는 왜 하필 검은 고양이를 그려 넣은 걸까? 1855년 …
1889년 9월 초, 빈센트 반 고흐는 ‘수확하는 사람이 있는 밀밭’(사진)을 그렸다. 생레미에 있는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한 지 넉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게 금지되었기에 고흐는 병실 철창을 통해 바라본 풍경을 그렸다. 특히 황금빛 밀밭에 마음이 끌렸다. 병원에 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이 등장한다. 화가의 젊은 연인 마리테레즈 발테르를 그린 ‘팔짱을 끼고 앉은 여인’(1937년·사진)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훗날 실현한 핵폭탄 구상에 영감을 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오펜하이머는 피카…
어둠 속에 남녀 한 쌍이 서 있다. 화려한 의상과 여자가 착용한 값비싼 장신구는 이들의 높은 신분을 드러낸다. 몸짓으로 보아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 같지만 얼굴에는 왠지 근심 걱정이 서려 있다. 대체 이들은 누구고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까? 이 그림은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에드가르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유화나 파스텔화로 유명하다.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보다는 무대 뒤나 연습 중인 무용수의 일상을 포착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유명한 건 오히려 조각상이다. ‘14세의 어린 무희’(1880년경·사진)가 바…
사과 정물화로 유명한 폴 세잔은 1870년대 중반부터 야외에서 수영하거나 목욕하는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목욕하는 사람’(1885년·사진)도 그중 하나다. 한여름 대낮, 속옷만 입은 소년이 얕은 물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는 더위를 식혀줄 물속에서 오히려 의기소침해 보인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나 강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인상파 화가 메리 커샛도 여름이면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앙티브로 떠나곤 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뱃놀이 일행’(1893∼1894·사진)도 앙티브의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커샛은 미국인이었지만 파리에 정착해 살며 인상…
서로 사랑하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가족에 대한 바람은 누구나 비슷할 테다. 가정의 화목과 건강이 대를 이어 내려간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핀란드의 상징주의 화가 후고 심베리도 그런 이상을 품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사람이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심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