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화가들에겐 성공을 가져다준 결정적 그림이 있기 마련이다. 프랑스 화가 오노레 도미에를 유명하게 만든 건 ‘가르강튀아’(1831년·사진)였다. 16세기 소설에 등장하는 거인 왕을 묘사한 이 흑백 판화는 그에게 명성을 안겨줬지만 옥고도 치르게 했다. 무엇 때문일까? 도미에가 활동…
우아한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상체를 틀어 화면 밖 관객을 바라보고 서 있다. 정성스럽게 땋은 긴 머리와 새틴 드레스는 화려한 은박 별들로 장식돼 있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이 유명한 초상화 속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부분·1865년·사진)다. ‘시시’…
시원한 파란색 방 안에 남녀 한 쌍이 마주 보고 있는 이 그림, 앙리 마티스가 그린 ‘대화’(1908∼1912년·사진)라는 작품이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서 있는 남자는 마티스이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아내 아멜리에다. 정원이 보이는 창을 사이에 두고 부부는 사랑의 대화라도 …
스페인 펠리페 4세의 궁정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평생 인물화를 주로 그렸다. 36세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역사화를 그렸는데, 그 그림이 바로 17세기 가장 중요한 역사화로 손꼽히는 ‘브레다의 항복(1634∼1635·사진)’이다. 그림은 ‘80년 전쟁’으로 불리는 네덜란드 독…
예쁜 소녀가 공원묘지에 홀로 앉아 있다. 흰 블라우스는 한쪽 어깨가 드러날 정도로 늘어나 흘러내리고, 큰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소녀는 겁먹은 얼굴로 오른쪽 위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보는 것일까?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린 ‘묘지에 있는 고아 소녀(1824년…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하나를 손꼽으라면, 단연 ‘별이 빛나는 밤(1889년·사진)’일 테다. 짙고 푸른 초여름 밤, 하늘에는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로 노란 별들과 초승달이 밝게 빛나고 있다. 땅에는 커다란 사이프러스 나무와 함께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보인다. 뉴욕 현대미술관이 …
라파엘로가 성모와 아기 예수를 그린 성모자상의 규범을 만들어 냈다면, 그의 영향을 받은 사소페라토는 독립적인 성모 초상화로 기독교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자랑하는 ‘기도하는 성모’(1640∼1650년·사진)가 바로 그의 대표작이다. 사소페라토는 1609…
요즘 극장가는 흑인 인어공주 등장에 논란이 뜨겁다. 빨간 머리의 아름다운 백인 공주. 우리에게 각인된 모습은 사실 디즈니가 원작을 재해석해 만든 1989년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인어공주 동화를 쓴 건 1837년, 원작에는 인종이 특정되지 않았다. 영화…
차가운 바다 위에 부서진 얼음 조각들이 서로 엉켜 있다. 가운데 뾰족하게 솟은 얼음 조각 옆에는 난파된 배의 일부가 보인다. 차가운 얼음 바다에 반 이상이 잠겼다. 독일 화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가 그린 ‘얼음 바다’(1823∼1824·사진)는 북극 얼음 바다를 묘사하고 있다. …
금발의 소녀가 머리카락과 망토를 바람에 흩날리며 벼랑에 서 있다. 되돌아가지도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못한 채 발아래 황량한 풍경을 응시하고 있다. 소녀는 무엇 때문에 책을 안고 저곳에 홀로 서 있는 걸까? 19세기 미국 화가 이스트먼 존슨은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유명 정치인의 초상…
1783년 5월 31일, 철저히 남성 중심이었던 파리 왕립아카데미에 이변이 일어났다. 같은 날 두 여성이 동시에 회원으로 뽑힌 것. 엘리자베트 비제르브룅과 그녀의 라이벌이었던 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아카데미가 여성 차별을 완화한 건 아니었다. 전자는 마…
새 생명의 탄생은 분명 축복이다. 허나 독일 화가 오토 딕스는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못생기고 기괴한 모습으로 묘사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화가는 왜 이런 모습으로 그린 걸까? 딕스는 1, 2차 세계대전부터 독일의 패전과 분단 등 독일 역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대를…
젊고 아름다운 세 여자가 어두운 바위틈에 숨어있다. 칼을 든 왼쪽 여자는 가운데 여자와 함께 긴장한 얼굴로 망을 보고 있다. 오른쪽 여자는 아픈 건지 다친 건지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하고 있다. 대체 이들은 누구이고 무슨 일로 이러고 있는 걸까? 제임스 산트는 영국 빅토리아 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백발의 노인이 하프를 연주하고 있다. 머리와 수염은 하얗게 세고 이마와 손에는 세월의 주름이 깊게 새겨졌지만, 왠지 품격이 느껴진다. 세상만사 초월한 듯, 먼 데를 응시하며 연주에 몰입한 이 노인은 누구고, 그는 왜 어둠 속에서 홀로 하프를 켜고 있는 걸까? …
“나는 차라리 50년 혹은 100년 후의 관객을 기다리겠다.” 1917년 변기를 미술 전시회에 출품했다가 거절당해 논란을 일으켰던 마르셀 뒤샹이 한 말이다. 약 한 세기가 지난 후, 스코틀랜드의 젊은 작가 케이티 패터슨은 아예 100년 후에 완성될 작품을 선보였다. 그것도 미술관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