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는 작은 제주도라 불린다. 이 섬에는 봉래산(395m)이 우뚝 솟아 있다. 봉래산 자락에 마을이 형성돼 있는데 봉래동, 신선동, 청학동, 영선동 등 마을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도교적인 색채를 띤 지명이다. 섬 노인들은 봉래산 정상에 할매신이 있어 섬 주민의 안위를 관장한다고…
함께 근무하는 선배가 통풍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더니 붉은살생선은 먹지 말라고 했단다.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는 퓨린 함량이 높아서 통풍 환자는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 할 때 생선 반찬이 나오면 어김없이 흰살생선이냐 붉은살생선이냐를 물어서 성가실 정도였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은 삶을 거칠게 만든다. 협력해야 할 상대를 경쟁 대상으로 여기는 피로한 삶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욕심과 욕심의 충돌은 자정 능력을 잃었고 갈등은 일상화됐다.어느날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백종원이 바닷가를 찾아서 음식물 먹는 장면이 TV 화면에 비…
지인들과 회 먹을 때 물고기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마주 앉은 사람이 바뀌어도 질문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제철 생선, 횟감 고르는 방법, 가장 비싼 횟감 혹은 물고기 이름의 기원이나 어류 명칭에 붙는 ‘치’와 ‘어’의 차이 등이 질문 빈도가 높다. 자주 답변하다 보니 머릿속에…
요즘 여름휴가를 부산으로 간 지인들 전화를 자주 받는다. 오늘도 전화 두 통,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용건은 모두 같다. 해운대, 광안리 놀러 갔는데 횟집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다. 현지 사정에 어둡고, 생선을 잘 알지 못하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
이름이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물,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이지만 해산물은 이름 때문에 오히려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너는 ‘참’이고 나는 ‘개’란 말이여?”(김창일의 갯마을 탐구 12회)에서 언급했듯이 ‘숭어’와 ‘가숭어’ 두 종의 숭어는 참숭어가 됐다가 개숭어가 되기도…
마트나 수산시장에서 아내와 장을 볼 때면 생선 고르는 일은 내 몫이다. 신선도, 원산지 등을 꼼꼼히 살핀 후 선택하므로 다시 내려놓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런데 이 물고기는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도로 제자리에 가져다 둔 적이 여러 번 있다. 맛있는 걸 알지만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거부감…
충남 보령시에서 강의할 때다. 웅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도중에 한 노인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그건 ‘웅어’가 아니라 ‘우어’가 맞습니다”라며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고, 강당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노인은 철석같이 모든 사람이 ‘우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단다. 충청도에서는 ‘우어…
문화와 국력이 성장하면 음식 산업은 자연스럽게 세계화된다. 14년 전, 네팔 카트만두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할 때였다. 카레 위주의 식사가 지겨워진 일행이 한국에서 가져간 김을 꺼냈다. 호텔 종업원이 한참을 쳐다보더니 궁금해했다. 김을 설명했으나, 이해시키는 데에 실패하고, 조미김 …
항구에서 홀로 그물 손질하는 노인의 손놀림은 빠르고 로봇처럼 정확했다. 무슨 물고기 잡는 그물이냐며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마을에서 최고령 어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82세의 김 노인은 말동무를 만난 반가움 때문인지 계절별로 잡히는 물고기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가덕도는 겨울 대구…
한국인의 꽃게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에서 꽃게를 가장 많이 어획하는 중국과 두 번째로 많이 잡는 한국은 서해에서 꽃게 어획 경쟁을 벌이고 있다. 꽃게잡이 전진기지인 연평도에 1년을 상주하며 해양 문화를 조사할 때 어촌계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해양수산 관련 정보가 모이는 곳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패총에서 굴 껍데기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사시사철 채취할 수 있는 조개류와 고둥류 등이 다양함에도 독소가 발생해 특정 시기에는 먹지 못하는 굴의 비율이 월등하다. 이로써 오래전부터 굴이 한반도 해안가에 번성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로부터 굴은 보리 …
서로 이기거나 앞서려고 겨루는 막상막하의 맞수 지역이 있다. 희소한 산물을 두고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는 경쟁은 서로 적이 되어 무너뜨리거나 굴복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이익과 독식을 목표로 하는 경쟁은 상호배타적인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때 원조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민물고기인지 바닷물고기인지 헷갈리는 어종이 있다. 황복을 주제로 쓴 칼럼(107회)을 읽은 지인이 “민물에 사는 복어가 있는 줄 몰랐다. 바다 복어보다 비싼 이유가 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우선 황복을 민물고기라 한 적이 없음을 인지시켰다.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라…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 배를 부풀린 모양이 돼지를 닮아 하돈(河豚·하천의 돼지)이라 불렀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복어 중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어종이다. 황복은 강한 독성 탓에 조선의 백성은 먹지 않고 버렸다. “나는 선조의 유언으로 복어를 먹지 말라는 경계를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