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내에 있는 ‘동궁과 월지’.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이곳의 밤 풍경은 경주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으뜸 관광 상품이다. 은근하고도 화려한 조명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매일 밤 인산인해다. 개인적으로도 경주에 갈 때면 꼭 들러보는 곳이다. 이 연못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
1516년 어느 날 이탈리아 베네치아 당국은 유대인들을 칸나레조라는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그리고 250년 동안 다른 지역과 분리된 채 살게 했다.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이라는 뜻의 ‘게토’라는 말이 세계에서 처음 사용된 곳이다. 베네치아 게토는 인구밀도가 높았다. 다른 지역의 4배…
최근 제주에서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교 수업에 없는 인성과 실무역량을 가르치는 ‘야학’ 같은 공부 모임이었다. ‘행복한 직업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그런데 학생들 사이에서 한 백발의 노신사가 열심히 메모하면서 들었다. 모임의 운영위원장인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이다. …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이 지난해 말 은퇴하면서 “알파고에 패한 것이 정말 아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누른 2016년은 인공지능(AI)에 대한 인식을 순식간에 바꿔 놓은 해였다. 이후 AI의 존재감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개인적인 영역에선 …
노벨상 발표 시즌인 지난해 10월 미국의 유력 경제잡지 포브스에 흥미로운 칼럼이 하나 실렸다.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인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중 이민자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노벨상이 생긴 1901년 이후 화학 의학 물리 분야의 40%를 미국이 휩쓸었는데 이 중 35%…
‘절전지훈(折箭之訓)’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매년 초 최고경영자(CEO)나 정치인들의 신년 인사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옛날 중국 남북조 시대에 선비족이 세운 토욕혼이란 나라의 왕 아시가 죽으면서 왕자 20명에게 남겼다는 교훈이다. ‘화살 한두 개는 쉽게 꺾이지만, 여러 개 묶어놓으…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거시기’란 말이 있다. 사전을 찾으면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나온다. 사투리 같지만 국어사전에 등장하는 어엿한 표준어다. 몇 해 전 어느 최고경영자(CEO)가 거시기 소통론을 강조한 적…
지난 칼럼에서 세계 인구의 0.2%인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육을 중시하는 풍토라고 했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은 왜 그렇게 교육을 중시하게 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한마디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다. 오랜 세…
매년 10월은 노벨상 발표 시즌. 우리는 올해도 객석에서 박수만 쳐야 했다. 이웃 일본은 지난해에 이어 연속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정감사장에선 자연스럽게 노벨상 얘기가 나왔다. 관심사는 역시 우리는 왜 노벨상을 못 타는가. 한 의원이 질책했…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구겐하임미술관. 건물 외양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맨해튼 건물이 기본적으로 직사각형 성냥갑 구조인 데 비해 구겐하임은 거대한 달팽이 모양의 나선형이다. 전통과 형식을 거부한 겉모습에 걸맞게 현대미술 특히 추상미술 분야의 세계 최고 걸작들을 소장한 미술관…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걸(女傑) 두 명이 있다. ‘구글의 엄마’로 불리는 수전 워치츠키와 ‘페이스북의 누나’ 셰릴 샌드버그. 둘 다 명문 하버드대를 나온 유대인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에서 활약하며 돈과 명예를 다 거머쥐었다. 문과 출신인 이들은 어떻게 지금의 …
요즘 청년들에게 ‘인구론’은 “인문계 학생 90%는 놀고 있다”는 말이란다. 취직이 안 돼서다. 그 ‘인구’의 상당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다. 노량진 등 ‘공시촌’에서 몇 년이고 매달린다. 100 대 1을 넘나드는 경쟁률을 뚫기 위해 연애, 결혼, 출산, 취미, 인간관…
미국의 세탁업은 한국인들에겐 특별한 직업이다. 가발, 의류 등과 함께 미국에서 한인들의 영향력이 큰 몇 안 되는 업종 중 하나다. 미국 이민이 한창일 때 교포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고, 교포들은 그 더운 세탁소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와 근면 성실함으로 아메리칸드…
결혼식에서 주례사는 ‘약방의 감초’ 이상이다. 요즘 주례 없는 결혼식도 많지만, 이 경우 부모님 말씀 등은 주례사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새 출발을 하는 젊은 부부에게 주는 덕담은 어떤 형태로든 필요한 듯하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조직에서 사람을 선발하거나 관리하는 인사(人事)나 직업…
미국 이민이 한창이던 1980년대쯤 얘기다. 이민 가서 하는 일은 처음 공항에 마중 나온 지인의 직업에 따라 결정됐다고. 세탁소를 하는 지인이면, 그 집에 머물며 일을 도와주다 본인도 세탁소를 차리는 식이었다. 미국 실정을 잘 모르고, 영어도 익숙지 않으니 그게 가장 안전한 정착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