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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모는 과일주의 영혼[포도나무 아래서]〈43〉

    효모는 과일주의 영혼[포도나무 아래서]〈43〉

    “술은 1년에 몇 번 만드세요? 한 달에 몇 병씩 만드세요?”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일주는 1년에 한 번 만든다. 수확하는 그때를 놓치면 술을 담글 수 없다. 껍질에 붙은 효모로 발효하는 술은 과일 자체의 신선함이 중요하다. 야생 효모는 갓 수확했을 때 가장 많이 붙어있…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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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이 배고프다고 하네[포도나무 아래서]〈42〉

    땅이 배고프다고 하네[포도나무 아래서]〈42〉

    눈이 오고 다음 날 물이 얼었다. 땅도 얼었다. 12월이다. 이제 땅은 인간이 자신을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로소 농부도 일에서 풀려났다. 아이고 겨울 아저씨, 감사합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쉬지 않고 돌아가던 밭일에서 벗어나 따뜻한 아랫목에서 뒹굴며 게으름을 부릴 수 있게 …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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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잎이 떨어지면 뿌리는 더 바빠진다[포도나무 아래서]〈41〉

    잎이 떨어지면 뿌리는 더 바빠진다[포도나무 아래서]〈41〉

    가로수 잎들이 떨어지는 계절, 레돔은 낙엽을 쓸어 담아 포대 가득 넣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더니 저것을 좀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한다. 아, 다 가져가세요! 아저씨들의 흔쾌한 허락에 레돔은 낙엽 포대를 트럭 가득 실어 밭을 향해 날아가듯 달려간다. “저 나무들에게는 정말…

    •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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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밭의 빨간 장화 총각[포도나무 아래서]〈40〉

    포도밭의 빨간 장화 총각[포도나무 아래서]〈40〉

    “아, 맛있는 냄새가 나요.” 빨간 장화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이렇게 말한다. 매주 이틀씩 양조장 일을 도와주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는 미래의 와인 메이커 청년이다. 올 때마다 빨간 장화를 신고 일하기 때문에 그를 보면 모두가 “그 빨간 장화 총각?” 하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빨…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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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를 노래하는 땅으로 만들어 줄 거야[포도나무 아래서]〈39〉

    너를 노래하는 땅으로 만들어 줄 거야[포도나무 아래서]〈39〉

    어, 산이 언제 저렇게 물들어버렸지? 관리기(소형 농기계의 일종)를 몰고 다니며 땅을 일구던 농부가 먼 산을 보더니 이렇게 중얼거린다.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는데 허리를 펴보니 가을이 깊어 있다. 산 아래 들판에서는 벼를 털고, 이쪽저쪽에서 콩을 타작하고, 들깨를 털어 날리고 있…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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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안보 떼루아’ 이제 시작이다[포도나무 아래서]〈38〉

    ‘수안보 떼루아’ 이제 시작이다[포도나무 아래서]〈38〉

    밭을 사기까지 2년이 걸렸다. 그동안 구입한 밭에 임대인의 작약이 심어져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이윽고 작약을 모두 뽑았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부리나케 달려가니 텅 빈 땅이 우리를 맞이한다. 두근거리는 첫 만남이었다. 혹시나 올해도 작약을 뽑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마음 졸였…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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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 먹인 토끼풀 씨앗[포도나무 아래서]〈37〉

    농약 먹인 토끼풀 씨앗[포도나무 아래서]〈37〉

    태풍이 가고 나니 마당에 맑고 따스한 햇빛이 가득하다. 각시나방 애벌레는 거친 포도 잎을 밤새 갉아먹고 고인 물속에서 나온 개구리도 무엇을 잡아먹을까 긴 혓바닥을 날름댄다. 봄에 피었던 개망초 흰 꽃들이 한 번 더 피고 비바람을 이겨낸 열매들은 익어간다. 수확의 달이기도 하지만 땅이 …

    •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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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픈 벌이 그대에게 전하는 말[포도나무 아래서]〈36〉

    배고픈 벌이 그대에게 전하는 말[포도나무 아래서]〈36〉

    지난여름 어디선가 수백 마리의 벌들이 날아와 우리 집 빈 벌통에 살기 시작했을 때 웬 굴러온 호박인가 싶어 좋아했다. 이제 맛있는 꿀을 잔뜩 먹게 됐구나! 그런데 그냥 김칫국물을 먼저 마신 격이었다. 사람들은 “벌을 키운다”고 말한다. 개나 고양이는 아침저녁으로 밥을 주고 병원도 데리…

    • 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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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로 행복한 복숭아나무[포도나무 아래서]<35>

    최고로 행복한 복숭아나무[포도나무 아래서]<35>

    이웃이 복숭아를 몇 박스 들고 왔다. 멍들었거나 깨알 같은 작은 점이 찍혔거나 나무에 긁히거나 눌린 것들, 상품이 될 수 없는 것들이다. 지난겨울 가지치기부터 시작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복숭아나무에 매달려 꽃을 따내고, 열매와 잎을 솎아내고, 한 가지에 오직 한 개의 복숭아만 달아…

    • 201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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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의 계절, 잡초의 계절[포도나무 아래서]〈34〉

    농부의 계절, 잡초의 계절[포도나무 아래서]〈34〉

    농부가 여름에 한 달 밭을 비우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온 들판이 전설의 고향 세트장으로 변할 것이다. 우리가 여름에 프랑스 시댁으로 간 것은 와인 병입을 모두 끝냈기 때문이었다. 포도가 익기 전인 7월 한 달만이 유일하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레돔은 가장 먼저 포도…

    • 20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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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르망디 와인’ 만들기… 쉽지 않네[포도나무 아래서]〈33〉

    ‘노르망디 와인’ 만들기… 쉽지 않네[포도나무 아래서]〈33〉

    레돔의 친구 에두아르 이야기다. 레돔의 나이는 마흔, 에두아르는 마흔다섯, 두 사람은 늦은 나이에 농업학교에서 만났다. 원래 그는 아프리카에 와인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뒤늦게 농부가 됐다. 노르망디가 고향인 그는 그곳에 포도나무를 심고 노르망디 지역의 이름을 건 와인 만들기를 꿈꿨다.…

    • 201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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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찾은 프랑스 알자스 시댁[포도나무 아래서]〈32〉

    3년 만에 찾은 프랑스 알자스 시댁[포도나무 아래서]〈32〉

    프랑스 알자스 시댁에 왔다. 한국에 산 지 거의 3년 만이다. 그동안 집에 가서 식구들 보고 오라고 말했지만 레돔은 거절했다. 아버지가 보고 싶지 않느냐고, 고향 음식이 먹고 싶지 않느냐고, 프랑스어로 수다 떨고 싶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좀 이상한 남…

    •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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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계곡에서 탈출할 비법이 있을까요?[포도나무 아래서]〈31〉

    죽음의 계곡에서 탈출할 비법이 있을까요?[포도나무 아래서]〈31〉

    “저는 이제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이때를 ‘마의 3년’이라고 한다던데 생각해보니 저도 3년 차 죽음의 계곡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힘듭니다. 선생님도 사업하는 중에 죽음의 계곡에 들어간 적이 있는지,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것은 며칠…

    •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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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30〉‘땅나라 국무장관’이 피곤한 이유

    [포도나무 아래서]〈30〉‘땅나라 국무장관’이 피곤한 이유

    이웃 밭에서 땅갈이를 하고 있다. 뭔가를 심을 모양이다.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말린 다음 땅을 갈아엎고 있다. 기계로 세 번을 왔다 갔다 하니 노란 흙이 드러나고 안방처럼 깨끗해졌다. 뒤이어 다른 기계가 빠르게 골을 파고 검정 비닐을 덮는다. 이제 비닐에 구멍을 뚫어 씨앗을 넣으면 된…

    •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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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도나무 아래서]〈29〉‘프랑스 곱슬머리’에서 청국장 냄새가 나면…

    [포도나무 아래서]〈29〉‘프랑스 곱슬머리’에서 청국장 냄새가 나면…

    “버섯이랑 신선한 크림을 잔뜩 넣어서 조린 송아지 갈빗살, 이건 큰누나가 제일 잘해. 훈제한 돼지 넓적다리 푹 삶은 것에 여름감자튀김, 포도나무에 구운 어린 양고기에 해콩 삶은 것도 괜찮지. 작은누나가 한 쿠스쿠스는 또 어떻고. 모로코 사람보다 매운 소스를 더 잘해. 디저트는 슈납스 …

    • 2019-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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