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엘턴 존의 삶을 다룬 음악 영화 ‘로켓맨’을 보다가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엘턴 존의 평생 친구이자 그의 명곡들의 가사를 쓴 버니 토핀 역의 제이미 벨이다. 10대의 나이에 영화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 역으로 데뷔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배우 아니던가. 20년 전 겨울, 지금은…
지난달 28일은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모 군이 서울 구의역에서 홀로 승강장 안전문을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지 3년 되는 날이었다. 청년의 무참한 죽음을 기리는 ‘너는 나다’라는 이름의 추모제를 보면서 20년 전 영화가 떠올랐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장피에…
지난주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 100년을 기념한 프로그램 ‘백 년 동안의 한국 영화: 와일드 앳 하트’ 섹션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상영했다. 제작자인 나도 18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버전을 전주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재확인하는 감회가 남달랐다. 이제는 연기파 스타로 활…
영화 촬영 내내 휠체어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배우 대니얼 데이루이스를 이야기하려고 하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오후, 나는 치아 미백을 위해 팔자 좋게 치과병원 의자에 앉아 있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투명 플라스틱을 끼운 채 약물을 바르고…
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아들 은찬은 죽었다. 주위 사람들은 아들을 의인으로 칭송하고 부부를 위로한다. 아버지 성철(최무성)은 아들의 의사자 지정과 장학재단 만드는 일에 열성이고 자신의 일과 지인들과의 관계 회복에 매진한다. 그의 눈에 고아처럼 생활하는 기현(성유빈)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한 명과 조연 한 명, 시체 3구가 출연 인물의 전부인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전쟁 따위는 없는 우주 재난 영화다. 인공위성의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첫 우주비행에 나선 라이언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는 임무 수행 중 비상상황을 맞는다. 러시아 인공위성에서 날아온 잔해들이…
1930년대 이탈리아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민 온 가난한 남자와 프랑스계 러시아 여자가 만나 낳은 아기. 출생 때 의료사고로 안면신경장애와 발음장애를 갖게 된 아이. 15세 때 동급생들이 뽑은 ‘전기의자에서 생을 끝낼 사람’ 투표에서 1위에 뽑혔다는 왕따. 단역들을 거쳐 소프트 포르노 …
영국의 영화 제작 명가 워킹타이틀의 ‘어바웃 어 보이’는 ‘인간은 섬이다’라고 생각하는 싱글남 윌 프리먼(휴 그랜트)과 학교에서 왕따에 시달리는 외톨이 꼬마 마커스(니컬러스 홀트)가 주인공이다. 우연히 만났으나 서로 마음을 열며 성장하는 이야기이자, 철없는 어른과 철든 아이, 두 남자…
쌀쌀한 날씨의 이른 봄날 아침, 학교에 가는 대신 조조영화를 보러 혼자 극장에 갔다. 개봉한 지 석 달이 넘어서 이제 간판 색이 바래기 시작한 ‘사관과 신사’를.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극장 로비는 이른 시간이라 텅 비었다. 수기로 표를 받는 매표 아가씨의 무릎이 추워 보였다. 1000…
소심하고 겁이 많다는 이유로 딸이 내게 붙여준 별명은 ‘쫄보’다. 별명답게 작은 일에도 전전긍긍하기 일쑤고 걱정을 사서 하며 무섭고 잔인한 영화도 제대로 못 본다. 장마르크 발레 감독의 ‘와일드’를 아무 정보 없이, 그저 평소 좋아했던 배우인 리스 위더스푼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다는…
비관적 전망과 냉소가 넘치는 시대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언론인들의 이야기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 ‘스포트라이트’(톰 매카시 감독)는 묵혀 있는 사건을 다시 꺼내 집중 취재하는 기자들의 이야기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중 하나인 보스턴 글로브지에 새로 부임한 편집국…
2005년 봄, 서울 강남. 김현석 감독을 비롯한 우리는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편집실에 옹기종기 모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김주혁 배우가 매니저 없이 혼자 슬그머니 찾아왔다. 사는 집과도 가깝고 편집이 어떻게 돼 가는지도 궁금해서, 아니 그냥 들렀다고. 그가 한두 시간 앉아…
휴대전화에 인터넷 통신과 정보 검색 등 컴퓨터 지원 기능을 추가한 지능형 단말기인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도 전인 2001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에이아이(A.I.)’가 나왔다. 이 영화는 이미 1968년에 지극히 비관적인 세계관을 탑재한 채 놀라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
“매일 이렇게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 행복을 타고나야 하는 걸까?” 영화 ‘헬로우 고스트’에서 혼자 사는 남자 상만의 혼잣말이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 모두를 잃고 외롭게 사는 상만은 매번 자살을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죽은 가족들이 상만의 자살을 결사적…
몇 년 전 멜로 영화 한 편을 제작할 당시 다시는 ‘멜로’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캐스팅도 어렵고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뽑아내는 일도 지난하며 이런 장르의 영화는 투자받기도 쉽지 않다. 대작 액션 영화는 만들기 쉽냐고 묻는다면 ‘대략 난감’이지만…. 뭐 요즘 주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