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가족영화는 만들지 않겠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 가족’으로 돌아왔다.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무도 모른다’가 도쿄에서 실제 벌어진 충격적 아동방치 사건에서 출발했다면 ‘어느 가족’ 또한 부모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연금을 부정…
내 아버지는 4년 전 어느 날 아침, 침을 흘리고 표정이 어눌해지더니 쓰러졌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치매가 찾아와 중환자실과 회복실을 오가다 퇴원했다. 지팡이에 지탱하며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도 시간이 지나자 휠체어에 앉는 신세가 됐다. 뇌의 손상이 언어 능력을 빼앗아버렸다. 돋보기안경…
칸 국제영화제에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만비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의 오랜 팬으로서 기뻤다. ‘만비키 가족’이 ‘어느 가족’이란 한국 제목을 달고 곧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네 번째 장편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다시 보았다. 고레에다 감독님…
딸아이가 만 세 살이 되었을 때 서울 종로의 극장에서 ‘토이 스토리 2’를 보았다. 아이의 가벼운 몸무게 때문에 의자 시트가 젖혀지지 않아 내 무릎에 앉혔다. 아이의 달콤한 살냄새와 숨소리와 웃음소리, 부드러운 배를 꼭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 ‘버즈와 우디’가 맹활약하는 영화를 보는…
2018년 5월 12일, 제71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레드카펫 위에서 ‘성평등 촉구 행진’이 벌어졌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해 아녜스 바르다 감독, 배우 레아 세두,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리옹 코티야르 등 여성 영화인 82명이 함께했다. 케이트 블란쳇은 …
1999년 6월 15일,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을 넘어오자 남한 해군은 고속정과 초계함을 동원해 응전한다. 북한 경비정과 어뢰정이 공격하면서 남북한 사이 교전이 벌어졌다. 서해교전, 즉 1차 연평해전이었다. 당시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 제작을 한창 준비…
2006년, 광화문의 영화관에서 리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을 봤던 조금 쌀쌀했던 봄날을 기억한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느라 엔딩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집에 가기 아쉬워 지인들과 저녁을 먹으며 오랫동안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