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 금성(錦城·나주 지역)에 사는 25세의 남성과 혼인하였습니다. 낭군은 음양의 마음을 알아 밤을 함께 맞이한 것이 이제 6, 7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단 한 번도 이불 속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 이런 삶은 죽느니만 못합니다. … 젊은 여인이 성적 만족을 주…
“물길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경험이 많단다. 일본에 있던 시절 배를 집 삼아 봄이면 복건성, 광동성 일대에서, 가을에는 유구(오키나와)에서 장사를 했어. 거센 바람, 거친 파도를 헤치고 다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조수(潮水)를 점치는 데 익숙하단다. 그러니 바람과 파도의 …
시아버지가 죽은 지 만 두 돌이 되는 제삿날에 마침 읍내에서 큰 장이 섰다. 며느리는 몸을 떨쳐 몰래 나아가 저잣거리에서 원수를 칼로 찔러 죽이고, 배를 갈라 간을 뽑은 후 돌아와 시아버지 제사상에 올렸다. ―조수삼(趙秀三)의 추재기이(秋齋紀異) 중에서 지금의 평안북도 희천…
“아무리 왜놈들이 강성한들 / 우리들도 뭉쳐지면 / 왜놈 잡기 쉬울세라 / 아무리 여자인들 / 나라사랑 모를쏘냐 / 아무리 남녀가 유별한들 / 나라 없이 소용있나 / 우리도 나가 / 의병하러 나가보세” ―윤희순, ‘안사람 의병가’ 중에서 애국하는 데 남녀 구별이 없고 여성도 의…
“저는 본디 당신과 함께 부부가 되어 끝까지 남편으로 모시고 영원히 즐거움을 누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어찌 이렇게 말씀하세요. 저는 비록 여자의 몸이지만 마음이 태연한데 장부의 의기를 가지고도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다음 날 규중의 일이 알려져 친정에서 꾸지람을 듣게 되더라도 …
“내가 대략 글자를 볼 줄 아는데 조보(朝報)의 정사(政事)를 보는 게 재미있대요. 우리 고을에 오는 조보를 좀 빌려다 주세요.” ―‘동패낙송’ 중에서 조보란 조정의 소식을 알리는, 국가에서 발행한 신문으로 정치 소식 및 관리들의 인사 발령을 알 수 있었다. 조보는 지방 관리…
“왜장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계월향은 김응서를 인도하여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얼굴 전체가 붉은색인 왜장은 두 눈을 부릅뜬 채 걸상에 앉아서 자고 있었는데, 쌍검을 쥐고 있어 금방이라도 사람을 내리칠 것 같았다. 김응서가 칼을 빼어 왜장의 머리를 베었다. 머리가 이미 땅에 떨어졌는데…
“한 여자가 스스로 남자 옷을 입고 비장(裨將)이 되어 평양에 내려갔다. 그러고는 추월을 혼내주고, 이춘풍처럼 허랑방탕한 남편을 데려왔으며, 호조에서 빌린 돈도 갚았다. 이후 부부가 종신토록 해로하였다. 이 일을 대강 기록하여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니, 여자 된 사람은 김씨를 본받으라.…
“유림을 싸잡아 도의 법규를 넓혔고 뭇사람에게 푯대를 드리우고 향기로운 꽃을 떨치게 했네. 화려한 채색을 거두고 요사스러운 찌꺼기를 초월했네.” ―신작(申綽)의 ‘유목천부인이씨묘지명(柳木川夫人李氏墓誌銘)’ 중에서 조선시대 여성은 대부분 요조숙녀로 성장해 현모양처가 되는 것을…
“저는 비록 부귀한 형편은 아니지만, 이미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태와 높고 뛰어난 재주가 있어서 항상 가난하고 천한 처지의 벗을 사귀어 죽을 때까지 잊지 않기를 원해 왔습니다.” ―고전소설 ‘포의교집’ 중에서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는 사이를 뛰어넘어 벗의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시…
“석개는 우물에 가서 나무 물통을 우물 난간에 걸어 놓고는 종일 노래만 불렀다. 그러다 날이 저물면 빈 통을 가지고 돌아왔다. 매를 맞아도 그 버릇을 고치지 않고 다음 날도 똑같이 하였다. 하지만 그 노래는 곡조를 이루지 못해 나무꾼이나 나물 캐는 아녀자들이 부르는 수준 정도였다.” …
“여자 가운데 어찌 우뚝한 존재가 없겠는가? 그런데도 여자는 세상과는 절연된 깊숙한 규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탓으로 스스로 그 총명함과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마침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자취 없이 사라지고 마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 중에…
“부부의 정은 실로 잊을 수 없고 의리는 진실로 저버리기 어려우니, 이승에서의 기박한 운명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승에서나마 남은 원을 이루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고전소설 ‘절화기담’ 중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꽃을 보면 그 꽃에 매료되어 향을 맡아 보거나 방 안을…
‘은애는 칼을 비껴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눈썹은 모두 치켜세워져 있었다. “어제의 모함은 평소보다 심했다. 이제 내가 너에게 마음대로 할 것이니, 너는 이 칼을 받아라.” 할미는 은애가 가냘프고 약해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꾸했다. “찌를 테면 찔러 봐라.” 은애…
“무운은 성 진사를 떠나보낸 뒤 어느 누구에게도 몸을 허락하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그래서 양쪽 허벅지에 쑥으로 뜸을 떠 창독(瘡毒)의 흔적처럼 만들고 고약한 병을 얻었다는 핑계를 댔다. 이후로 강계 지방에 내려온 사또들은 무운과 잠자리를 하지 못하였다.” ―야담집 ‘계서잡록(溪西雜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