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 한 척에 50명 정도의 선원이 탔다. 돛을 세우고 내리고 하는 데에 많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519년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떠날 때 5척의 범선에 270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돛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자 선원 수가 확 줄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항해에 …
술은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잠도 잘 와서 좋다. 또 말문이 터져서 평소에 감정이 있던 사람과도 대화의 창이 열린다. 그래서 술을 통해서 인간관계가 더 좋아진다. 그러나 지나치면 사고가 난다. 인사불성이 되면 사람이 실수를 하게 된다. 선장은 절대로 술로 인해 인사불성이 되면 …
배가 출발한 항구로 다시 도착하기 전까지 소식을 알 수 없었던 것이 16∼17세기의 상황이었다.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그랬다. 육지에서라면 파발을 띄우거나 봉화를 올려서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바다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 △소식을 주고받는 것 그리고 △방송을 통한 …
큰 규모였지만 우리 집의 어른들은 25년 하던 수산업을 접었다. 어른들은 “바닷속 물고기가 잡힐지 안 잡힐지 알 수 없으므로, 자기 재산의 3분의 1만 수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나에게 남겨주었다. 대학 졸업 후 일본의 산코라인이라는 세계 최대 선사에 입사했다. 회사의…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발견이었다. 배를 타고 멀리멀리 가면 다른 대륙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항해시대가 시작됐다. 미주 대륙, 인도, 중국, 호주 등이 차례로 발견됐다. 당시 선원들은 침몰의 위험, 귀국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신…
1982년 첫 배를 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싣고 운송하는 배였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승선하자마자 배는 페르시아만에 진입했다. 라스타누라라는 사우디의 항구에서 원유를 가득 싣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서 홍해로 들어갔다. 제다의 옆 얀부라는 곳의 저장소에 기름을 넘겨주었다. 호르무즈해…
선박의 앞머리가 이상하게 생겼다. 툭 튀어 나왔다. 배가 달리면 파도가 저항을 만들어 선박의 속도가 떨어진다. 선수를 전구와 같이 둥그렇게 만들면 파도가 매끄럽게 빠져나가니까 저항이 줄어들어 선속을 더 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탈탄소를 목적으로 바람을 이용하는 로터 세일을 장착하…
“순풍에 돛을 달았다”, “역풍을 맞았다”는 말이 있다. 순풍을 받아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면 속도가 더 나게 된다. 바람을 거슬러서 역풍을 맞으며 앞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미국 서부로 가는 항해를 참 많이 했다. 겨울철 북태평양은 저기압이 많이 발생해서 항해가 힘들다…
경기 고양시의 17층에 사는 나는 가끔 인천의 등대 불을 볼 수 있다. 밝은 별까지 몇 개 보이면 가슴이 설렌다. 야경을 보면서 내일 아침에 펼쳐질 육지의 모습에 마음 설레던 선원 시절이 떠오른다. 큰 파도를 만나서 죽을 고비를 넘긴 다음이라면 항구의 불빛은 참으로 고맙고 반갑다. 성…
태어나서부터 나는 배와 함께했다. 우리 집은 동해안에서 3척의 어선으로 수산업을 경영했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경호 좌초 사고 후 집안은 수산업을 접게 되었다. 아버지는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기 위하여 조선소에 수리차 올려진 어선에 페인트 칠을 하는 직업을 택하셨다. 나는 아버…
1980년 초반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이라크에서 원유를 실은 선박에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였다. 내가 탄 일본 선박은 페르시아만의 사우디 항구에서 원유를 싣고 나와야 했다. 이란의 적대국가의 선박은 아니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때는 워낙 해협이 좁아서 위험하기…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의 산코기센에 취업이 되었다. 세계 최대 선박 운항선사에 선원 송출을 나간 것이다. 각종 해운 관련 서적이 선박에 많았다. 나는 열심히 했고 선장까지 진급했다. 신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한 달간 일본에 머물렀을 때 일본 조선소의 우수함을 느꼈다. 1980년대 일본…
출항 하루 전이다. 1항사인 나는 하역을 멈춘다. 컬럼비아강을 따라 내륙에서 내려온 원목 더미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원목 수출자는 나의 눈치를 본다. 남은 것을 모두 실어가 주기를 바란다. 중국으로 싣고 가는 운임보다 내륙에 원위치시키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부두와 연결되도록…
항해 중 해류 지도를 찬찬히 읽어 본다. 범선이 항해할 때 대만을 지나면 구로시오 해류를 타고 동으로 향함을 알게 된다. 일본 규슈로 자연스레 항로가 만들어진다. 유럽 사람들은 15세기부터 바다를 통해 인도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섰다. 1490년대 바스쿠 다가마 등이 인도를 발견했다. …
신년 덕담으로 “만선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만선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우리 배가 만선을 했다, 만선을 했다.” 환호하면서 아버지가 집 안으로 뛰어 들어오신다. 가족들은 모두 어판장으로 나간다. 오색의 깃발을 펄렁이면서 우리 배가 입항하고 있다. 뱃전은 찰랑찰랑하다. 고기를 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