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해양대학의 교수로 있을 때였다. 소형 어선의 선원들도 면허가 필요한데, 면허시험에 면접관으로 참석했다. 선원들에게 해상교통법에 대한 질문을 했다. “어선과 상선이 만나면 어느 쪽이 피해야 하나요?”라는 나의 질문에 “상선이 피해야 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상선은 크고 어선은…
2007년 불행히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스피릿호(號)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그 결과로 5000억 원가량의 피해가 났다. 그러나 가해자에 해당하는 선박 운항자의 책임은 50억 원 정도로 제한되었다.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손해를 입힌 자가 전액 배상해야 한다면서 제도의 개선…
어선 선원들의 맛있는 식사 모습이 TV 화면에 자주 잡힌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으로 찌개를 직접 끓여서 먹는다. 어선에서 식사 담당자를 화장이라고 한다. 처음 배를 타는 사람들이 맡는 직책이다. 자질구레한 일까지 한다. 상선에서는 이런 일을 하는 자를 ‘뽀이’라고 한다…
물은 하늘에서 비로 만들어져 내린다. 얼마 전 태풍의 영향으로 큰비가 내리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파도가 부락을 덮치거나 강이 범람한 결과였다. 강은 높고 바다는 낮아야 강물이 바다로 쉽게 흘러간다. 만조가 되어 바다의 수위가 더 높으면 강물이 역류되어 낭패를 본다. 물로 된 강…
8월이 되면 출항 시 태풍의 진로에 노심초사 관심을 기울였던 항해사, 선장이었던 때가 생각난다. 서울의 대학에서 강의하는 지금도 8월이 되면 바다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이 된다. 일반인들, 심지어 해운인들도 태풍이 왔을 때 바다보다는 항구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큰 오…
사람들이 흔히 묻는 질문이 바다에도 길이 있냐는 것이다. 크게 보면 항로라는 길이 있다. 두 지점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길을 다녀야 경제적이다. 그래서 선박은 싱가포르, 부산을 거치면서 일본의 본토와 홋카이도 사이에 있는 쓰가루해협을 지나 알류샨열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알래스카…
항해에는 먼바다를 항해하는 원양 항해와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를 항해하는 연안 항해가 있다. 사람들은 원양 항해가 힘들고 연안 항해가 쉽다고 생각한다. 배가 사라지거나 침몰할 위험이 원양 항해가 더 높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범선 시대의 이야기일 뿐이다. 선장에게는 원양 항해보다 연안 …
물 위에 떠 있는 길이 200m의 선박을 멈추는 것은 쉽지 않다. 큰 선박을 멈추려면 밧줄과 닻이 필요하다. 도선사의 안내로 선박은 천천히 부두로 향한다. 부두에 근접하면 선원이 메신저 라인을 빙빙 돌려서 육지로 던진다. 그 라인 끝에 밧줄이 달려 있다. 부두에서 기다리던 줄잡이가 쇠…
‘상륙’이라 하면 우리는 ‘인천상륙작전’을 떠올린다. 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작전이니 상륙이라는 단어는 긍정적 느낌을 준다. 상륙(上陸)이란 육지에 올라간다는 의미다. 오랜 기간 바다에서 항해를 마친 선원들이 목마르게 기다리는 것은 육지의 달콤함이다. 그러니 상륙만큼 기다려지는 것…
선장이라는 직함을 붙인 내 명함을 받아본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고려대가 무슨 선박을 소유하고 있느냐고. 나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무역선에서 선장을 했고, 현재도 유효한 선장 면허를 가지고 있다”고. 그러면 대개 “예. 전직 선장이셨군요”라고 한다. 그러면 “아니고요. 현재도 유효한 …
모 일간지에 “오늘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뽑는 날이다”라는 칼럼이 나왔다. 정치인들과 우리 언론은 유독 선장을 잘 찾는다. “위기에 처한 A단체, B를 선장으로”라는 말도 많이 사용된다. 왜 이렇게 바다의 선장을 육지에서 소환하는가? 리더십의 상징으로서 위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의 …
컨테이너란 수출입 화물을 담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큰 상자를 말하고, 이를 싣고 운송하는 선박을 컨테이너선, 이런 영업을 하는 상인을 정기선사라고 한다. 한 오래된 커피숍이 있다. 옛날 배 생활 생각이 나면 그 커피숍을 찾는다.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다. 배에 커피를 싣는 장면이다. 커피…
1950, 60년대만 해도 동해바다는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어선이 나가기만 하면 만선을 해왔다. 수백 마리의 방어 떼가 지나가다가 정치망어장에 들어가면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의 어획량을 올리는 횡재를 할 수도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주인공 안토니오는 친구를 위해 …
태평양에서는 무수한 저기압이 발생한다. 필리핀 남부 해역에서 발생한 저기압은 미국 북서부로 동진해 간다. 지구의 자전 때문이다. 부산을 출항해 미국으로 갈 때 선박은 저기압과 같은 방향이다. 저기압은 속도가 빨라서 배를 앞질러 간다. 선장은 기상도를 보며 새로 발생한 저기압을 확인하고…
승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Y 기관장님이다. 2년간 동승했다. 당시 나는 2등 항해사로 26세. 나를 괜찮은 후배라고 생각하신 기관장님이 휴가를 가시면서 휴가 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기관장님께 연락을 했다. 몇 천 원어치 감을 샀다. 사모님께서도 반겨 주셨다. 사윗감이 사온 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