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제로 △권력의 견제와 균형 △법치 △소수의견과 절차의 존중을 꼽는다. 이 관점에서 열흘 뒤 막을 내리는 문재인 정권을 평가한다면 1987년 민주화 이래 민주주의로부터 가장 멀어졌다는 게 필자의 주관적 결론이다. 내 편 심기를 통한 사법부 장악, 인사권을…
“제가 윤석열 후보님 경선 때 유승민 후보가 (언급한) 항문침 장본인입니다. 윤 후보님 좀 도와드리다 외곽으로 빠져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윤 후보님이 당선되시고….” 최근 유튜브에서 접한 경남 한 기초자치단체 군수 선거 출마자의 연설 내용이다. 자신이 지난해 10월 국…
2018년 7월 초 필자는 진보 장기집권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칼럼(‘진보 장기집권론에 끼는 먹구름’)을 썼다. 당시는 집권 세력이 진보 20년 집권, 영구집권을 장담하던 시기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0, 80%를 웃돌았고, 한 달 전 지방선거는 여당의 싹쓸이…
윤석열 당선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뜻하지 않는다. 대한민국호(號)가 거대한 제동음을 내면서 항로를 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지난 5년간 나라의 골조와 진로를 바꾸려 한 좌파진영이 재집권을 통해 굳히기를 하려던 찰나 국민이 제동을 걸며 항로 정상화를 명령한 것이다. 그 의미의 심대함만…
“자민련분들 보면 무조건 먼저 인사하고 고개 숙이세요.” 1997년 11월 초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 후보가 국민회의 당직자들을 불러 모았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DJP 연합을 성사시킨 직후였다. 국민회의 사람들이 지지율 3%에 불과한 자민련을 얕잡아 보는 듯한 언행을 할 경…
김혜경 씨 법인카드 의혹을 과잉의전 논란이라 표현하는 건 적확하지 않다. 과도한 의전, 갑질 차원이 아닌 공금횡령 의혹 사건이다. 이재명 후보는 부인의 법인카드 사용 실태를 몰랐을까. 정말 몰랐다면 시청·도청 화장실에는 ‘부패지옥 청렴천국’ 스티커를 붙였지만 정작 자기 안방 부패에…
불과 33일 남았는데도 안갯속인 이번 대선에서 명확해진 건 두 가지뿐이다. 첫째는 국민 과반수가 생각하는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권교체이며, 둘째는 그 시대정신이 구현될지를 판가름할 최대 변수는 단일화라는 점이다. 상식의 세계에서 생각하는 단일화는 윤석열-안철수, 이재명-심상정 후…
“제 딸은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한 게 아닙니다. MBC 팀이 왔을 때도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으로 사망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고도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위장절제수술을 받았는데 예후가 좋지 않아서 사망에 이른 것입니다.” 이번 주 발간된 신간 서적들을 뒤적이다 전직 외교…
##장면 1. 2021년 11월 5일 늦은 밤 서울 송파구 홍준표 의원 집 앞. 덩치 큰 남자 한 명이 벨을 눌렀다. 그날 낮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윤석열이다. 검은 비닐봉투에서 소주와 마른 오징어를 꺼낸 윤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홍 의원에게 다가앉는다. “형님, 도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와 화상 대담을 했다. ‘샌델 카드’는 사실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 올 6월 논의됐던 것이다. 독일 노동개혁의 상징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카드도 거론됐다. 우물 안 개구리 586정권과의 대비 효과를 노린…
정말 현 집권세력 사람들은 낯이 두껍다. 조국과 추미애 시절을 겪었기에 후안무치에는 웬만큼 면역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대선이 다가오면서 펼쳐지는 제2막 역시 점입가경이다. 안타까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합류다. 문 대통령이 6일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역의 힘…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가 변신에 나섰다. 연일 정권의 실정을 사과하고 눈물을 흘린다. 큰절까지 등장했다. 선거철 후보의 변화가 진정한 변신인지 산토끼를 노린 코스프레인지 판단하려면 두 가지를 살펴야 한다. 첫째, 그의 본질이다. 표 앞에선 누구나 반짝 변할 수 있지만 수십 년간 쌓여온…
요즘 지지율만 보면 이재명 후보는 큰 위기고 윤석열 후보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한 형국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론 반대다. 이 후보는 내부적으로 불안했던 후보 지위를 공고히 하며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친문그룹은 후보교체 미련을 다 버린 듯하다. 그제 관훈토론에서 이…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려면 현 상황을 청와대와 친문 핵심 그룹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 핵심 그룹은 올봄 거액을 들여 심층면접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결과는 여당의 누가 나가도 윤석…
2002년 대선의 병풍(兵風)은 거짓 폭로가 나라의 진로를 바꿔놓은 사건이다. 희대의 사기꾼을 앞세운 공작이 관영방송, 좌파언론들의 광적인 보도를 등에 업고 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친, 민주주의의 흑역사다. 며칠 전 필자는 당시 병풍 조작의 진상을 밝혀냈던 수사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