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자락에 있었던 한양도성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 신궁이 세워지고, 1960∼70년대 남산식물원 등이 만들어지면서 오랜 세월 잊혀졌다. 복원된 남산 한양성곽길은 단풍에 물든 서울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가을에 걷기 좋은 길이다. 한양도성의 평균 높이는 약 5∼8m, 전체 길이는…
달궈진 돌판을 쇠기름으로 문지른 뒤 고기를 구워 먹는다. 쇠고기의 맛과 기름이 잘 배어 있는 돌판에 된장 푼 육수를 붓고 두부, 얼갈이배추, 호박, 대파, 청양고추 등을 넣어 끓인다. 차돌박이 몇 쪽 들어가면 감칠맛은 배가된다.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밥을 넣어 섞어준다. 약…
한때 화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나’는 미국의 로버트 재단으로부터 기이한 제안을 받는다. 작품 활동을 전폭 지원할 테니, 대신 결과물 중 하나를 불태워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재단의 이사장인 로버트는 ‘말하는 개’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 소…
“‘너를 낳아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김자인(35)은 전국체육대회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은메달을 딴 뒤 두 살배기 딸을 언급했다. 출산 후에도 스무 살 가까이 어린 후배들과 계속 경쟁하는 이유는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기억되고 싶어서다. 스포츠클라이밍…
미국 북동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캐나다 남동부 퀘벡까지 이어지는 800km의 ‘메이플 로드’는 세계적인 단풍 명소다. 캐나다의 단풍나무 잎은 손바닥보다 크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에 붉게 타오르는 아기단풍과는 다르다. 캐나다 국기에 있는 단풍잎과 똑같이 생겼는데 플라타너스 잎만큼 큼직하다…
우리말로는 달고기, 영어는 존도리(John Dory). 어떻게 불러도 어감이 귀엽다. 머리가 크고 입은 길고 양쪽에 검은색 둥근 점이 있다. 지방이 적은 흰살 생선으로 광어와 비슷한 식감도 있어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없다. 세계 어디서나 잘 잡히고 국내에서는 부산, 제주도 등지에서 많이…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주목하는 책. 출근한 사람은 당연히 퇴근해야 한다. 그런데 매년 800여 명, 하루 평균 두 명이 산재 사망으로 인해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한다. 저자는 두 가지 목표 아래서 책을 썼다.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의 분석 그리고 관련 조사 자…
“대표팀에 나올 때마다 두려웠다.” 야구 국가대표 강백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이렇게 고백했다. 강백호는 2021년 도쿄 올림픽,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대회마다 성적도 부진하고 태도까지 불량해 보인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세 …
2일 경북 울릉군 서면 남양리 통구미 해안에 있는 거북바위에서 머리 부분이 균열이 가면서 400여 t의 낙석이 무너져 내렸다. 새끼를 업고 있는 거북이 형상의 거북바위는 화산 활동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 낸 자연의 걸작품이다. 거북바위는 울릉도 최초의 다이빙숍이 들어설 정도로 다이빙포인…
일식 정통 가이세키요리(会席料理)를 즐기면 아름다운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가장 핵심 코스는 ‘핫슨(八寸)’이라 볼 수 있다. 키 낮은 나무통이나 트레이에 정성 음식들이 담겨 나온다. 핫슨에는 계절의 귀한 재료와 조리인의 기술이 집결해 있다. 6∼8가지의 요리가 나오는데, 유바(두부피…
9월 16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세워졌다. 때를 맞춘 듯이 며칠 후에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이 땅에서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19세기 초 사람들을 그린 소설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김탁환이 이야기의 중심축인 정해박해(1827년)가 일어났던 전남…
인생의 최대 위기는 오락실 게임이 한 판 50원에서 100원으로 올랐을 때였다. 버스비까지 털어넣어 오락이 끝나면 집까지 걸어가야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스트리트파이터Ⅴ 금메달을 딴 김관우(44·사진) 얘기다. 1987년 처음 나온 이 게임이 시리즈 Ⅵ가 출시될 때까지 격투 게임…
“한쪽 속눈썹이 없어. 오른쪽.” 미술 시간에 초상화를 그려 주던 친구의 느닷없는 말을 들은 ‘녹주’. 사라진 속눈썹의 행방을 쫓고자 뭐든지 잘 찾아 준다는 다른 반 ‘차미’를 찾아갔더니, 차미는 단짝 친구 ‘오란’과 엉뚱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뭉친 세 도서부 친구는 풋풋한 …
최인정(33·사진)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딴 뒤 국가대표 은퇴를 고했다. 결승에서 후배 송세라(30)를 꺾은 최인정은 “그간 고생했다는 선물 같다. 훌훌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만 두 번 …
강원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는 전나무 숲길이 있다. 계곡물 소리와 바람 소리, 새소리가 청명한 가을을 느끼게 하는 숲길을 걷다 보면 귀여운 다람쥐가 나타난다. 손에 잣이나 호두, 땅콩 부스러기를 올려놓으면 쪼르르 달려오는 다람쥐. 입안에 먹이를 가득 채워 넣은 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