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사피장에 푹 빠졌잖아. 들어봤어?’ 지인 A의 낯선 말에 처음엔 ‘피장파장’이나 ‘양장피’를 떠올렸다. 참뜻을 알게 된 것은 포털 사이트 검색 뒤. 걸그룹 하이키의 노래 제목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영케이 작사, 홍지상 작곡 편곡)의 줄임말이었다. 건물 위도 앞도 아닌 …
‘Taiji님이 Deuxism님을 초대했습니다.’ 며칠 전, 1983년생 지인 P는 위와 같은 대화방 초대 알림에 흠칫 놀랐다. 오랜만에 함께 스키장에 다녀온 친구들이 새로 만들어 초대한 ‘단톡방’이었다. 특히나 대화방 제목이 P의 마음 한편을 성에 끼듯 뽀얗게 만들었다. 대화방 …
‘난 지키고 있을게, 촛불의 약속/괜찮아. 너는 잠시 잊어도 돼/널 맡긴 거야. 이 세상은 잠시뿐인걸∼’―1992년 윤종신 ‘너의 결혼식’ 중 그 시절, 우리에게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란 없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 아니라 언제나 최소 두 번. 적어도 …
어쩌다 보니 한 살 또 나이를 먹었지만 귀는 다행히 나이를 안 먹었나 보다. 새로운 노래가 좋다. 지난해 데뷔한 여성그룹 뉴진스의 신곡 ‘Ditto’와 ‘OMG’에 빠졌다. 멤버 중 막내 혜인이 만 14세. 평균연령 16.6세. 지적 성장판 아닌 실제 성장판이 활짝 열린 아이돌이다. …
최근 이른바 백지 시위, 백지 혁명이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알았지만, 저마다 치켜든 새하얀 백지 한 장이 중국 정부의 ‘얼굴’을 백지장처럼 질리게 만드는 것을 이번에 봤다. 가벼운 백지의 무거운 힘을 느꼈다. 때론 한 글자의 말줄임표가, 1초의 …
‘베이커 선생님’은 1960년대, 흑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음악대학에 진학했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당시 인종차별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 형편이 발목을 잡았다. 무리하게 아르바이트 여러 개를 하다 장학금을 놓쳤고 결국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뒀다. 생계를 위해 이삿…
한때 디자이너를 꿈꾼 적 있다. 패션 디자이너도, 헤어 디자이너도 아니고 사운드 디자이너다. 2000년대 초반, 브라질 음악가 아몽 토빙, 영국 음악가 러스트모드의 실험적 작품들을 접하며 받은 충격이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유학까지 알아봤었다. 어려운 말 같지만 …
“여러분, 제가 정신건강의 날에 공연을 하게 되다니, 이것도 기막힌 운명이네요. 오늘이 정신건강의 날인 거, 다들 아셨어요?” 10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특설무대.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3일 차) 공연 중반, 촉촉한 팝의 감성에…
21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8만여 개의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29)가 한국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연 역사적 콘서트. 최고의 시간을 뜻하는 공연 제목 ‘더 골든아워’처럼 아이유는 화려한 연출, 완벽에 가까운 가창으로 높은 감정의 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보여준 손에 잡힐 듯한 천체 풍경,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 50년 만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인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어린 시절부터 손꼽아 기다린 우주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만약 미래의 어느 날, …
스칸디나비아 취재를 세 차례 다녀온 이후, 북유럽 뉴스 검색하는 재미에 산다. ‘스웨덴’ ‘스톡홀름’ ‘헬싱키’부터 ‘페로제도’ ‘토르스하운’까지…. 포털 검색창에 온갖 북구 관련 키워드를 넣고 튀어나오는 기사를 닥치는 대로 보는 게 삶의 낙이다. #1. ‘허준이 교수 한국계 최초 필…
‘전설의 고향.’ 전설, 고향. 두 단어를 떼놓으면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 심지어 된장찌개가 생각나는 구수하고 정감 있는 말들. 근데 왜 어린 시절 TV에서 해주는 ‘전설의 고향’은 하나같이 그리 무서웠을까. ‘내 다리 내놔라∼!’의 전율부터 ‘삼년고개’의 반전까지…. 한반도 굽…
이것은 말 그대로 기묘한 이야기다. 4개월만 지나도 골동품 취급받는 ‘광속’ 유행의 시대에 40∼50년 묵은 노래들이 스크린을 타고 귀환한다.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영국 채널4 ‘잇츠 어 신’(국내 방영 ‘왓챠’), 영화 ‘탑건: 매버릭’…. 이 작품들이 자극한 기묘한…
‘너에게 난/해질녘 노을처럼/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너에게 난 나에게 넌’ 중·QR코드) 노래가 어쩜 이리 한 폭의 수채화 같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에도 이면이, 차마 눈 뜨고 못 볼 스토리가 있다. 노래도 다 사람이 만드는 것. 카인과 아벨 이후, 사람과 사람이 만…
‘보컬 모집. 판테라, 세풀투라 스타일 가능한 분들 급구. 성격 좋은 분 우대.’ 뭐 대충 이런 문구를 두꺼운 유성 매직으로 휘갈겨 적은 유인물을 여기저기 담벼락에 붙이며 다녔더랬다. 20세기 모년 모월 모일, 나와 드러머 E가 대전 중구 으능정이문화의거리 일대에서 벌인 연쇄 불법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