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도 널 사랑해줬어?’ 제목이 의문문인 책은 늘 도발적이다. 이 신간의 저자 전상규 씨는 스포츠인이 아닌 음악가다. 밴드 ‘와이낫’의 리더다. 15년간 치킨, 주유소, 전자제품, 빵집, 빙과류 등 다양한 광고의 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비틀스 마니아들에게도 친숙하다. 헌정 밴드 ‘타…
매사에 감사하란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근데 매사추세츠주에 감사할 일이 생길 줄은 또 몰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는지? 역사 마니아라면 보스턴 차(茶) 사건이리라. 미국 독립운동의 시원. 대학 도시로도 이름났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웰즐리대…
“자, 그럼 여러분께 소개 올리겠습니다! 동남아 순회공연을 방금 마악 마치고 돌아온! 따끈따끈한!” 왜 하필 동남아였을까. 잘 모르겠다. 어렸을 적 TV 개그 코너에 숱하게 등장한 저런 가수 소개 문구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그 어느 곳도 아닌 동남아를 순회하고 왔다는 게 암시하는 …
Q. 왜 봄비는 추적추적 내리는 걸까요. 좀 시원스레 오지 않고(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아이디 버**) A. 아시다시피 봄이 여름보다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기 때문입니다. (중략) 봄은 증발량이 많지 않으며, 우선 여름의 장마의 근원이 되는 장마전선이 발달하지 않는 것도 이유입니다.…
“저기요. 혹시, 오아시스 공연 티켓 남았나요?” 영국식 악센트. 목소리가 다급하다. 주인공은 곱슬머리 젊은이. 두꺼운 연결선이 동글동글 말린 집 전화 수화기 너머로 그 외침이 간절하다. 누군가는 시내 레코드점으로 내닫는다. “혹시 오아시스 티켓 남은 것 있나요?” 이리 닫고 저리 닫…
“알고리즘은 반드시 추억 속 가수에게 현재를 선사할 것이다.”(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 새해를 맞아 음악계 전문가들에게 올해의 노스트라다무스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이런저런 예언이 난무했는데 서두의 저 문장이 뇌리에 콕 박혔다. 근래 유튜브와 음원 플랫폼의 자동 추천 알고리즘은 지금껏 …
유달리 콘서트가 적은 한 해였다. 올해 관람한 몇 안 되는 온·오프라인 콘서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 있다. 월드 클래스 아이돌의 대규모 공연도, 젊은 래퍼의 신기한 메타버스 콘서트도 아니다. 이달 초 서울 마포구의 소극장에서 열린 유러피안 재즈 페스티벌 피날레 공연. 원격 연주…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이후 인간 연령 30세를 주제로 제작된 가장 강렬한 음악 작품이 아닐까. 영국 가수 아델이 지난달 6년 만에 낸 정규앨범 ‘30’ 말이다. ‘Rolling in the Deep’이나 ‘Someone Like You’ 같은 강력한 싱글이 없어도 좋다. 재생 버튼…
어느 겨울밤, 서울 마포구의 음악 바. 테이블 앞에 비치된 신청곡 용지로 손을 뻗는다. 알파벳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다. ‘Pat M…’ 여기까지 쓴다면 내 친구 Y는 아마 또 탄성을 지르겠지. “오, 팻 메시니! ‘Are You Going with Me?’ 들으려…
‘11월호 기사 <내가 사랑한 뮤직비디오>.’ 얼마 전 한 패션 매거진에서 기고 요청을 받았다. 요청 공문의 저 첫 줄부터 살짝 설렜다. 세 편의 비디오를 추천하면 된다고 했다. 1980년대 이전, 1990년대, 2000년대 이후에서 각각 한 편씩 뽑고 고른 이유를 원고로 붙이는 …
‘스웨덴의 여름 공기는 어떤 질감일까.’ 8년 전, 첫 북유럽 출장은 가기 전부터 꽤 설렜다. 스톡홀름에 도착한 첫날, 7시간의 시차와 500cc의 맥주가 준 나른함이 오후 11시를 만나 마법을 부렸다. 그러니까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택시는 검은 밤 위로 미끄러졌다. 신기루처럼 …
‘밴드 ××, 새 싱글 앨범 17일 발매!’ ‘가수 ○○○, 여름 겨냥해 싱글 앨범 내놔’ 보도 자료나 인터넷 기사에서 자주 접하는 ‘싱글 앨범’이라는 말에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했다. 애당초 싱글과 앨범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세계 대중음악사에서 싱글은 …
서울 종로구 ○○로 ×××번지 임희윤 기장님♡ 몇 년 전 사무실에서 우편물을 뜯다 빵 터졌다. 발신인님의 거룩한 오타에 하루치 피로가 순간 삭제됐다. 기분 좋은 모음 ‘ㅏ’에 받침으로 ‘ㅇ’까지 깔리면 언제나 울림이 최고다. 아리랑도 그러하다. 더욱이 답답한 하루라면 기자보다 기장이 …
“출근하셨어요?” 한때 같은 분야 현장을 누비던 후배 J가 무려 2년 만에 보낸 메시지. 반가운 문자가 아침부터 휴대전화를 밝힌다. “당근이지!” 아직 비몽사몽이지만 사기충천인 척 0.5초 만에 답장…. “저 을지로에 있는데 그럼 광화문에서 커피 한잔?”이라고 묻는 후배가 죽을 만큼 …
‘흥분과 감동의 하이파이 사운드!’ 먼 옛날, 20세기의 신문과 잡지에는 이런 유의 광고 카피가 자주 실렸다. 블루투스 스피커 대신 가정용 전축이나 미니 컴포넌트형 오디오가 불티나듯 팔려 나가던 시대다. 하이파이(hi-fi)는 ‘하이 피델리티(high fidelity)’의 약자. 피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