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집사람 항암치료를 잘 부탁합니다. 저는 집사람 없으면 안 돼요. 여태까지 집안일이며 애들 키우는 일이며, 돈 관리까지 전부 집사람이 했거든요. 저는 혼자서 그런 거 못해요. 집사람 꼭 살려주세요.” 나이든 남자 보호자들로부터 간혹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부인을 걱정하는 것처…
“중환자실 가실지 빨리 알려주세요. 안 가시면 환자분 돌아가세요. 중환자실 가셔도 좋아진다고 장담 못 해요.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실 가능성이 훨씬 커요.” 만일 말기 암인 부모님을 응급실에 모시고 온 당신에게 응급실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의사 말만 들어서는 …
연로한 환자들이 주무시다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떤 분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내심 부러워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아프지 않고 고생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뜨셨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식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이…
한때 강아지 구충제 열풍이 뜨거웠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미국의 한 폐암 환자가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을 먹고 상태가 좋아졌다며 자기 블로그에 소개했다. 이것이 유튜브에 소개되면서 펜벤다졸이 마치 암 치료 명약인 것처럼 비쳤고, 다시 소셜미디어를 타고 인터넷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저희 아버지에게는 안 좋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나빠지거나 더 이상 치료법이 없어서 임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환자에게 이를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다. 환자 본인이 안 좋은 소식을 직접 알게 되면…
“아버지 상황이 안 좋은데, 아이들도 병원에 좀 오라고 하시지 그러세요?” 암이 점차 말기로 향해 갈 때 나는 암 환자들께 아이들을 병원으로 오게 하라고 자주 권한다. 아이들이 옆에서 간병하면 여러 가지 좋은 효과가 있다. 간병하느라 지친 보호자는 잠깐이라도 쉴 수 있고 환자는 오랜만…
바야흐로 암환자 150만 명 시대다. 집집마다 암환자 없는 집이 없을 정도이고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누가 암에 걸렸다더라 하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까운 지인이나 친척이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냐며 걱정과 위로부터 한다. 그러나 막상 암환자…
미국에서 1년간 장기연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사정상 한국의 살림을 가지고 갈 수 없어서 미국에는 거의 빈손으로 갔고,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살림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갈 때 다 버리고 가야 할 테니 거추장스럽게 짐을 늘릴 이유가 없었다. 그 당시 나의 쇼핑 …
“따뜻한 밥 한 끼 함께할 시간 없이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릴 수가 있습니까?” 보호자는 나에게 따져 물었다. 그녀는 얼마 전에 돌아가신 폐암 환자의 부인이었다. 워낙 헌신적으로 환자 간병을 했던 보호자였기에 허망함이 더 컸을 것이다. 어쩌면 암 투병하며 힘들어하는 남편과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