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서글픈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기자회견에 대한 어느 원로 법조인의 한탄이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세계 10대 강국에 속한다는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자기 부인 문제를 놓고 TV 앞에 나와 2시간 넘게 “어찌됐든 사과”한다면서도 “아내 사랑 차원 아냐…” “순진한 면 있어”…
세계적 전기(傳記)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통찰에 따르면 비극적 인물엔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나폴레옹 같은 비범한 운명을 좇는 비범한 인물이다. 이들은 타고난 영웅적 본성에 따라 불의 시련까지도 기꺼이 감당한다. 반면 평범하거나 나약한 천성의 인물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엄청난 운…
얼마 전 한 기업인이 연락해 와 불쑥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질문 의도를 몰라 우물쭈물했더니 한 총리의 내공(內功)이 궁금하단 것이었다. 말인즉슨 혹시라도 탄핵 국면이 오더라도 큰 혼란 없도록 국정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권한대행’ 역량을 갖췄느냐는 질문이었다. 쪼…
얼마 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심우정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은 조용히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환담장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한마디도 공개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괜히 허튼소리 나올까 무척 조심했다”고 한다. 지극히 사적인 얘기만 오갔다는 후문이다. 5년여 전 윤석열 검…
꽉 막힌, 답이 안 보이는 난국(亂局)이다. 의료개혁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국민도 답답하다. “의대 증원 마무리됐다”고 쐐기를 박은 대통령은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윤석열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자초지종을 알 수 없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정책이든 인사든 일반인들 보기에 “갑자기 이건 뭐지?” 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충분한 설명이 없다. 뒤늦게 해명을 내놓기도 하지만 납득이 잘 가지 않을 때가 많다. 최근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 인사도 그랬다. 8…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참 낯설다. 정치부 기자로 처음 출입했던 정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였다. 약 30년 전 일이다. 그 뒤로도 하도 이합집산을 많이 해서 역사를 읊기도 쉽진 않지만 민주당 계열 정당은 치열한 노선 싸움을 벌이며 그들 나름대로 ‘당내 민주화’의 길을 걸어 왔다…
국민의힘 새 대표 선출이 1차 투표에서 끝날지 결선 투표까지 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한동훈이냐 아니냐의 판세임은 분명하다. 이 추세에 변화가 없다면 51세의 한동훈이 쟁쟁한 선배 정치인들을 제치고 정당 생활 7개월 만에 집권 여당의 선출직 대표 자리에 오르는 장면을 볼 수도 있겠다. …
요즘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를 꼽는다면 ‘탄핵’이다.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검사 탄핵, 인권위원 탄핵…. 하도 많이 듣다 보니 “탄핵이 뭐 별건가” 하는 내성(耐性)이 생길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년 동안 13번의 각종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소여(小與) 신세의 국민의힘 당대표가 한 달 뒤 선출된다. 흔히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고 하는데 양쪽의 균형은 심하게 깨졌다. 왜소해진 오른쪽 날개는 거대한 왼쪽 날개에 속절없이 끌려가는 형국이다. 이번 전대는 국민의힘이 제 궤도를 찾을지, 좌우 균형의 토대를 만들 수 있을지 가늠할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은 818호다. ‘818’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숫자다. 민주당의 ‘중시조’라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일이 8월 18일이다. 올해 15주기가 되는 바로 그날, 당 대표를 뽑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공교롭다…
해병대원 채 상병 특검 재의결을 앞두고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탄핵 열차 시동” “탄핵 마일리지” “T익스프레스(탄핵 급행열차)”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채 상병 사건 처리 문제가 탄핵 사유가 되는지, 또 현실성이 있는 얘기인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중 꼭 하나는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특검법을 받을까 하는 얘기를 사석에서 나눠봤다. “부인을 그렇게 끔찍이 여기는데…” 하는 즉자적 반응이 많았다. 법리를 떠나 ‘부인 특검법’은 절대 받지 않을 것이란 얘기였…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관계는 두말할 것 없이 ‘상극(相剋)’이다. 한쪽은 그토록 만나자 만나자 했고 다른 쪽은 사실상 범죄자 취급하며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 집권 2년이 다 돼서야 마침내 오늘 만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지만 단막극이 될지 연속극이 될지 예단은 쉽지…
‘범야권 200석 안팎, 국민의힘 100석 안팎’으로 예측했던 방송 3사 총선 출구조사는 결과적으로 살짝 빗나가긴 했지만 총선 민심에 상당히 근접했었다고 본다.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을 혼내야겠다”며 투표를 포기하려고까지 했던 보수층의 다급한 결집이 없었다면 ‘국민의힘 100석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