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현상’이 반짝하다 끝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견고할 줄은 몰랐다. 여론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10명 중 2명은 4·10총선 비례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고 한다. 호남에선 민주당의 위성정당 지지율을 앞질렀다고 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20%에 근접한 지지 의향을 보…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은 신성모 주일대사 임명과 판박이 같다.” 얼마 전 한 원로 법조인의 문자를 받고 이승만 대통령이 그리 총애했다는 신성모 전 국방장관의 주일대사 임명 과정을 찾아봤다. 영국 상선 선장 출신의 민간인 국방장관으로, 이 대통령이 ‘캡틴 신’이라 불렀다는 그의 문제적 …
1월 초 흉기 습격을 당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복귀 일성은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였다. 검찰과 언론을 살인미수 혐의자와 같은 선상으로 취급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이 대표 의식 저변에 깔린 “죽지…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은 “많이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여권 총선 전략에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의 후광은 없다”며 공천 불관여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긴가민가했는데, 현재까지 국민의힘 공천 과정을 보면 윤심(尹心) 논란이 뚜렷이 …
우리나라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창안자는 사실상 박정희였다. 5·16 이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앞으로의 선거 제도엔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1963년 6대 총선 때 정당정치 강화를 명분으로 무소속 출마는 아예 봉쇄되고 비례제가 처음 도입되는 계기였다…
‘조국흑서’의 공동 저자인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만큼 극적인 삶을 살다간 인물은 드물다. 세계적인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는 “엄청난 운명의 수렁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을 접했을 때 많은 이들은 18년 전 박근혜 커터칼 테러를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엔 별로 부각되지 않았던 일화 한 토막이 최근 회자됐다. 박 전 대통령이 60바늘을 꿰매는 대수술 끝에 내놓은 첫마디가 흔히 기억하는 “대전은요?”가 아니라 “오버하지 …
지팡이를 짚고 ‘강서 압승’의 축배를 들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어깨가 축 처진 느낌이다. 통상 6개월 이상 이어진다는 단식 후유증 탓만은 아닌 것 같다. TV 영상을 통해 비치는 표정을 보면 우선 지쳐 보인다. 주 2, 3회 법정에 직접 출석하는 본인 재판은 물론이고 측근들의…
국물 맛은 한두 술만 떠먹어 보면 아는 법이다. 국정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드러난 몇몇 사안을 보면 권부(權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전 오판, 대통령이 “진작 상…
이준석 신당 관련 뉴스가 좀 시들해진 느낌이다. 병력도 실탄도 없이 입으로만 ‘반윤(反尹) 신당’의 깃발을 휘날리기엔 힘에 부치는 듯하다. 여기에 한동훈 법무장관의 ‘시의적절(?)’한 정치 행보가 신당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김장(김기현+장제원…
이준석 신당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말만 무성하고 실체는 희미한데도 언론의 큰 관심을 끄는 현상 자체가 기이할 정도다. 이준석 신당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주장에서부터 실제 창당에 나설 경우 여권에 의미 있는 타격을 입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관측이 분분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런…
보수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세운 영국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현실 정치인이기도 했다. 1774년 무역항 브리스틀에서 어느 급진주의자에 이어 2위로 하원의원에 선출된 그의 당선 연설이 잘 알려진 ‘브리스틀의 유권자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의회는 나라 전체의 이익을 심사숙고하는 모임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팡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승패를 가른 상징적 소품이었다. 선거 이틀 전 지원 유세에서 염색하지 않은 헤어스타일로 단상에 오른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마음은 똑바로 서 있는데 몸이 못 버텨 죄송하다”고 했다. 추석 전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는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돌입을 앞두고 한때 ‘양평거사’ 김부겸 대안론이 심심찮게 회자됐다. 호사가들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 대표 측으로선 가벼이 흘려들을 수 없는 기류였다. 김 전 국무총리는 정치활동을 자제해 왔지만 호남에선 광주 출마론이 제기된 적도 있다. 물론 지역 언론…
‘삼균주의’ 조소앙 선생이 남긴 문집 중에 ‘유방집’이 있다. 독립운동가 82명에 대한 평전을 모은 책으로 1933년 중국 난징에서 펴냈다. ‘유방(遺芳)’은 꽃다운 이름을 후대에 남긴다는 의미다. 선생 자신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록을 남겨 놓지 않으면 자칫 잊혀질까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