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를 기해 올해도 ‘건국’ 논쟁이 벌어졌다. 광화문 사거리엔 ‘8·15 대한민국 건국절’이란 어느 우파 군소 정당의 플래카드가 지금도 걸려 있다. 일부 우파 종교인도 “8월 15일 건국절로 정해 국가 정통성을 세우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도둑같이 온 45년 해방보다 48년의 건…
지난 주말에도 광화문 일대는 ‘검은 물결’을 이뤘다. 좀 떨어진 곳에선 교사 수만 명이 운집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한 집회였다. 너무도 질서정연해 ‘집회의 품격’을 먼저 떠올리게 했다. 땡볕 아스팔트로 몰려 나온 선생님들은 좌절감, 무력감을 호소하며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가르칠 …
무위(無爲). 잘 알려진 대로 노자 ‘도덕경’을 관통하는 핵심 사상이다. 중국 자금성 교태전에 이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쓰인 편액이 걸려 있다. 60년 넘게 중국을 통치한 청나라 강희제가 직접 썼다고 한다. 강희제는 재임 기간 ‘무위지치(無爲之治)’의 리더십을 보인 걸로 평가된다. …
노자와 장자에 대한 고유한 해석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요즘 ‘반(半)정치인’이 됐다. 한 대선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들여놓더니 얼마 전부터 무소속 양향자 의원과 함께 ‘한국의 희망’이라는 신당 창당에 나섰다. 그의 행보를 놓고 평가가 분분하다. “철학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를 ‘쟁지(爭地)’로 삼은 듯한 태세다. 병법의 대가인 손자가 말하는 쟁지는 ‘내 쪽에서 차지하면 유리하고, 상대가 차지하면 상대에게 유리한 땅’을 말한다. 요컨대 전쟁에서 반드시 얻으려고 다투는 ‘전략적 고지’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후쿠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북한 사리원 농업대학을 졸업했다. 김일성과 마오쩌둥이 한 해 50명씩 서로 학생들을 보내자고 합의한 데 따른 교환 프로그램으로 북한에서 유학을 했다고 한다. 평양의 김일성대가 아닌 인구 30만 명의 지방 소재 농대에서 공부한 경위는 알려진 게 없다. 싱 …
“선거와 국민투표의 관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정당에 관한 사무가 불공정하게 처리되는 경우에는 선거와 국민투표는 그 본래의 민주 정치적 기능을 나타내지 못하고 하나의 장식적 기능밖에 못 하게 된다.” 헌법학계 원로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가 1995년 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
국민은 물론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까지 호명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 다시 보니 생경함이 덜했다. 취임사준비위원회가 준비한 7, 8개 버전의 원고를 물리치고 10여 분간 거의 구술하다시피 불러주며 다시 썼다는 그 연설문이다. 당시 에피소드 하나. 대통령은 연설…
2015년 톈안먼 망루에 올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은 30년을 넘긴 한중 수교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또 어색했던 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중국 공산주의 국가의 시작을 알린 전승절 70주년 행사임과 동시에 최대 패권국 미국을 겨냥한 ‘군사 굴기’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사상 최대…
어느 전직 외교 수장과 미국 정보기관의 감청 의혹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재미있는 영어 표현을 들었다. ‘클라이언타이티스(clientitis)’라는, 필자에겐 생소한 단어였다. 외교 당국자나 현지 주재원 등이 본분을 망각하고 클라이언트, 즉 ‘고객’인 상대국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방어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총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경질 사건은 석연찮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한미 정상회담 문화 행사 보고 누락이 트리거가 됐다는데, 그게 경질 사유가 되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낙타가 쓰러지는 게 깃털 하나 때문이겠냐”는 말도 나오지만, 낙타를 짓눌러 온 등…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로 나온 조언의 핵심은 한마디로 “천천히 서둘러라”였다.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으로 잘 알려진 이 말엔 신중함, 냉철함, 치밀함 등의 의미가 깔려 있다. 정치인이 아닌 정통 외교관 출신들이 이 말을 자주 썼다. 한일 관계는 살짝 건드려도…
어느덧 대선 1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마디로 지옥에 갇혀 있다. “회술레 수치” “조리돌림” 운운하며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점점 더 궁지, 아니 사지로 내몰리는 형국 같다. 방탄 갑옷은 구멍이 뻥뻥 뚫려 너덜너덜해졌다. 업보(業報)다. 성남시장 때 일이 줄줄이 터져 나올 줄 어찌 …
1년 전 이맘때 대선 구도는 혼미했다. 정권교체 진영의 단일화는 삐걱댔고 초읽기 단계까지 몰렸다. 안철수 후보가 마지막 심야 회동을 제안했을 때 윤석열 후보 측 첫 반응은 다소 떨떠름한 쪽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성사됐다. 단일화 효과의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이제 와 따지는 건 좀스럽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 일정 후 귀국길에 오른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기내 간담회에서 흥이 난 듯 막걸리를 여러 잔 마셨다. 방금 전 아랍에미리트(UAE)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로부터 “26, 27일 아부다비로 와 달라”는 전화를 받은 터였다. “프랑…